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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죽이기 위한 다섯 가지 테스트
코즈카 토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과는 다른 분위기의 로맨스 소설, 널 죽이기 위한 다섯 가지 테스트
이 책, 읽을까말까 상당히 고민했었다. 제목 때문에.
그런 점에서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너의 췌정이 먹고 싶어>가 떠오른다.
<널 죽이기 위한 다섯 가지 테스트>도 그 책과 비슷했다.
제목과 연상되는 느낌과 내용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느낌은 극과 극이다.
그런 불일치에서 오는 독특함이 있는 로맨스 소설이다.
강렬한 제목이 일반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의미와 전혀 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는 것이 밝혀질 때의 반전.
그 부분을 읽으며 역시 <너의 췌장이 먹고 싶어>가 떠올랐다...
줄거리는 이렇다.
가벼운 연애를 지향하던 리쿠는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중에 보게 된 한 여학생을 기억하게 된다.
그녀는 사요. 알고보니 같은 수업을 듣고 있었고, 자리도 가까웠다.
리쿠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다가가려 하지만, 사요는 그에게 벽을 세웠다.
어색한 대치가 이어지다가, 수업에서 2명씩 조를 이뤄 수행하는 과제의 짝이 된다.
두 사람은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조별 과제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연인 사이가 된 두 사람.
그러다 리쿠는 사요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은 라이트노벨 느낌이 있었다. 자주 보이는 설정들이 있기도 했다.
예를 들면, 여주인공이 입원할 정도로 아픈 상황이었다는 설정. 이 설정은 정말 자주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상황을 겪으며 남주인공은 '성장'하게 된다는 설정.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널 죽이기 위한 다섯 가지 테스트>이 가진 독특한 점이라면... '카메라'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는 카메라든, 영상을 찍는 카메라든 상관없다. 모든 '카메라'에 관한 내용들.
주인공들은 영상수업을 통해 만났고, 함께 영상을 만들며 가까워진다.
리쿠는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고, 사요는 영상을 계속해서 찍는다.
이렇게 카메라와 연결된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들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사람은 카메라 너머로 볼 때 더 알기 쉽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게 언제였을까. 파인더로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속마음을 접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남들과 거리를 두는 리쿠에게 카메라는 자기 마음대로 다가갈 수도 멀어질 수도 있는 편리한 도구였다. (p.51)
리쿠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계속 사진을 찍는다.
초반에 사요의 사진을 몰래 찍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 부분은 안좋게 느껴지긴 했다.
주인공들을 좋아하지 못했던 건 이런 설정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진은 시간을 잘라낸다고 하는 사진가도 있지만, 리쿠는 사람을 찍을 때 감정을 잘라낸다고 생각했다. (p.85)
'감정을 잘라낸다'는 생각이 흥미로웠다. 확실히, 사진 안에는 그 순간 느낀 감정도 생생히 담기니까.
시간과 감정은 모두 '순간'에 포함되고, 사진은 '순간'을 붙잡는 기술이다.
"사진이든 영상이든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나오니까......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보는지를 알게 되는 게 좀 무서워." (p.181)
사요는 항상 영상을 찍고 있지만 자신이 찍히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말한 부분.
이건 꼭 피사체로서의 마음 뿐 아니라, 평소에도 느끼게 되는 생각인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한다고 날마다 절감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에 다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리쿠는 아버지의 울타리 밖으로 나감으로써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대게 될 것이라고 느꼈다. (p.379)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인 동시에 남주인공 리쿠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리쿠는 사요와 만나고 이별하게 되는 과정을 겪으며 앞을 향해 나아갔다.
리쿠의 생각이 성장하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하는 이 부분도 나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과는 조금 달랐던 이야기라서.
이야기 구성이 조금 독특하다.
이건 제목과도 연계되는데, 이야기가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나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Dear 리쿠에 숫자를 붙인 것인데, 앞의 이야기와 시간대가 조금 어긋나 있다.
독자는 처음에 무슨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나중에 이 파트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그게 바로 '다섯 가지 테스트'와 연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