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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카르테
치넨 미키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따뜻한 메디컬 미스터리, 기도의 카르테
<기도의 카르테>는 현직 외과의사인 치넨 미키토가 쓴 메디컬 미스터리다.
그런데 이제까지 읽어 본 비슷한 장르의 책들과 분위기가 어딘가 달랐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느낌.
전문용어가 적어 쉽게 읽을 수 있는데, 그건 저자가 글을 쓸 때 목표로 하는 것이라 했다.
메디컬 미스터리와 코지미스터리의 조합. 독특하다.
주인공의 성향도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에 배정되어 다양한 과를 경험중인 수련의 스와노가 주인공이다.
그는 환자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하고 환자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의사다.
그를 맡은 지도 의사들은 그런 스와노의 성향이 자신들의 과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의 노력을 무시하지 않는다.
"알겠나, 우리는 환자에게 무언가를 강제할 수는 없어. 의사가 할 수 있는 건 통계상 자료를 제시하고 가장 적합한 치료를 제시하는 것뿐이야. 우리가 제시한 모든 정보를 이해한 뒤에 환자가 선택한 사항에 의사가 참견할 수는 없어. 우린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 (p.71)
스와노가 처음 배정된 곳은 정신과. 그곳에는 매달 자의적으로 수면제를 먹고 응급실로 오는 여성이 있었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어 다른 이들은 그녀에게 무심했다. 그 부분을 그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떄문에 지도 의사 다테이시는 스와노에게 그녀를 맡긴다. 다른 의사들과는 다른 그의 '성향'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환자를 동정하고 동화되는 마음이 강한 스와노는 환자가 안고 있던 문제를 알아낼 수 있었고, 환자에게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두번째로 배정된 곳은 심장외과. 어느 환자가 갑작기 수술방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더 안전하고 편한 방식이 아니라 다소 위험이 따르는 쪽을 굳이 고르려 하는 것.
스와노는 환자의 의견대로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야기하지만, 지도의사 사에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환자와의 대화가 평행선을 달리는 중, 스와노는 우연히 환자가 어떤 남자와 접촉하는 것을 보게된다.
그리고 환자가 갑자기 생각을 바꾼 사연을 알게 되는데... 이 사연이 참 안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 의사였던 사에키도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세번째로 간 곳은 피부과. 그곳에서 만난 환자는 화상을 입은 여성이었다. 그런데 화상으로 상처입은 부위가 커진 것을 알게 된다.
그녀가 상처를 키운 이유는 말못하는 사연이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네번째로 수련하게 된 곳은 소아청소년과. 스와노는 약을 먹었는데도 발작이 일어나는 소녀 환자를 만나게 된다.
병원에서도 약 기운이 검출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해 알아본 스와노는 소녀 가족의 특별한 상황을 알게 된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은 약간 반전이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순환기 내과. VIP실에서 유명한 연예인을 만나게 된다.
이 에피소드는 다소 뻔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있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였다.
이렇게 다섯 곳을 돌아본 스와노는 최종적으로 자신이 어떤 과에서 일할지 결정하게 된다.
한 과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과를 도는 수련의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독자도 다양한 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같은 '의학'에 속하는 분야임에도, 각각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스와노는 거쳐온 과들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지만, 그의 성향이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과를 찾게 된다,
각 과의 지도 의사들은 스와노에게 '스와노는 이 과에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스와노의 성향, 환자에게 공감하는 것은 분명 좋은 자질이다. 그러나 좋은 의사가 되기엔 애매할 수 있다.
너무 공감하다 보면 상대의 문제에 같이 빠져들어 자신까지 망가질 수 있다.
빠른 진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환자 하나하나에 집중하기엔 여력이 부족하다.
그렇게 깊이 파악할 만큼 문제를 숨기고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모든 과에서 '환자를 위하는 마음'은 진심이라는 것을, 모든 에피소드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스와노가 알아낸 환자가 숨기고 있던 사연들. 지도 의사들은 그걸 알게 되고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선명한 '악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 소설의 매력 중 하나였다.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저자의 전작이 이 책과 어느 정도 연계되는 듯하다. 기회가 된다면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