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열걸 1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그녀는 원하는 부서로 갈 수 있을까? 교열걸1

<교열걸1>은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고노 에쓰코'라는 제목의 일본 드라마 원작 소설이다. 블로그 이웃분이 올리신 드라마 리뷰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검색해 원작 소설이 있지만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아쉬웠었다. 그런데 이번에 번역되어 출간된 것이다. 일본어를 배우지 않았어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쁜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교열걸>에 끌린 이유는 이 책이 '출판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목에서 언급한 '고노 에쓰코'가 이 책의 주인공, 교열걸이다. 왜 교열걸이냐 하면, 교열부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열이란 무엇인가? 작가들이 쓴 원고를 편집자들에게서 받아 글에서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고치는 작업이다.

'교열'이란 단어, 사실 익숙치 않다. 책에서도 '교열'의 사전적 정의를 에피소드가 바뀔때마다 소개한다. 재미있는 점은 다섯 편의 에피소드가 실렸는데 각 에피소드 초반부에 등장하는 '교열'의 사전적 정의가 모두 다른 사전에서 끌어왔다는 것이다. 사전마다 미묘하게 다르게 정의해놓은 것이 재미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사전편집부 이야기가 담긴 <배를 엮다>가 괜히 떠오르기도 했다.

<배를 엮다>의 주인공들이 자신이 속한 사전편집부에 대한 소속감이 강했던 것과는 달리, <교열걸>의 주인공 고노 에쓰코는 전혀 교열에 흥미가 없다. 애초에 그녀가 취직한 이유는 교열부가 아니라 어릴적부터 동경해온 패션 잡지의 편집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열심히 일해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부서를 옮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원고를 교열하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원고를 보고, 틀린 부분을 고쳐나가는 일. 지루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소설이다. 주인공에게 사건이 밀려온다. 작가의 원고를 교열하다가 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게 되기도 하고, 엄청 지루한 원고를 쓴 작가가 완전 자신의 타입이라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수수한 차림새를 하고 다니는 편집자 동기를 메이크오버 시키기도 한다. 동경하던 작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조언을 건넸다가 담당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다른 작가의 사라진 아내가 남긴 암호를 풀어내기도 한다. 에피소드들을 읽어가면서 어라, 약간 일상 미스터리 느낌이 있는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굳이 미스터리 장르가 아닌 일반 소설에서도 일상의 수수께끼를 풀어하는 타입의 이야기들이 보인다. 일상 미스터리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교열걸1>이 더 즐겁게 읽혔다.

전체적으로 발랄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결국 이 책의 끝에 이르도록 주인공이 원하는 부서로 갈 수 있는 길은 열리지 않았지만, 아직 모른다. 2권과 3권이 남았으니. 하지만 1권 마지막에서 에쓰코가 조금 자신이 현재 맡은 '교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니, 어쩌면 그녀가 부서를 옮기기 전에 그녀의 마음이 옮겨질지도 모르겠다.

패션에 존재하는 규칙은 계절마다 바뀌며, 그 규칙을 바꾸기 위한 교재가 바로 패션 잡지다. 문장에 존재하는 규칙도 매체와 저자별로 달라진다. 교열은 규칙을 익히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작업이다. 에쓰코 입장에서는 머나먼 저편이랄까, 다른 우주에 존재하던 패션 잡지와 교열이 오늘 아주 가느다란 끈이기는 하지만 서로 이어진 느낌이었다. (p.253)

서평 초반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교열걸>을 알게 된 계기는 일본 드라마였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 드라마 정보를 살짝 찾아봤다. 접한 건 딱 1편의 리뷰였으니까. 그런데 등장인물 소개를 보다보니 책을 읽으며 느꼈던 그 인물들의 매력과 거리감이 느껴졌다. 역시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은 원작을 먼저 보는 것이 웬만하면 나은 듯 하다. 그러니까 남은 2권과 3권도 조만간 읽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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