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생거 수도원 (캐스 키드슨판)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캐스 키드슨판)
제인 오스틴 지음, 최인자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생각보다 훨씬 즐겁게 읽은, 노생거 수도원


읽기도 전에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제까지 많은 책을 읽으며 떠올린 생각을, <노생거 수도원>을 읽으며 한 번 더 생각했다.

이번에 시공사에서 제인 오스틴 전집을 구매하기 전, 새로 번역된 <레이디 수전 외>에 실려 있던 단편과 미완성 작품을 제외하고 국내에 번역된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모두 약간이라도 접한 상태였따.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맨스필드 파크>는 일찌감치 완독했었고, 나머지는 줄거리를 읽고 살짝 훑어본 정도.

<노생거 수도원>은 그렇게 언뜻 줄거리만 봤을 땐 전혀 내 흥미를 끌지 못했었다. <설득>이나 <엠마>는 책장을 넘겨보기라도 했었는데 <노생거 수도원>은 '고딕소설'이라는 이야기에 조금 망설여졌다.

이왕 전집을 구매했으니 읽어두자 싶어서 비교적 분량이 적어 보이는 <노생거 수도원>을 읽었는데 푹 빠지게 될 줄이야. <오만과 편견>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었지만, 곧 <오만과 편견> 만큼이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여주인공 캐서린에게 마음이 갔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내가 여주인공에게 '공감'한 것이 아니라 '호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캐서린의 순수함과 솔직한 표현에 끌렸다. 헨리 틸니가 그랬던 것처럼. <오만과 편견>에서 남주인공 다아시에게 호감을 가졌던 것과는 반대되는 사례다. <노생거 수도원>의 남주인공 헨리 틸니의 매력은 캐서린의 매력만큼 다가오지 않았다.

그녀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순수하고, 또 주변의 검은 속내를 들여다보지 못한다. <오만과 편견>에서의 제인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래도 캐서린은 제인보다는 적극적인데다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타입이라 다른 것 같다.

등장인물에 호감을 가지면 푹 빠져드는 나이기에, <노생거 수도원>은 정말 즐겁게 읽었다.

등장인물들도 좋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좋았다. 작가가 화자로 등장해 기존 소설작품들의 클리셰를 비트는 내용으로 전개해 가는 것, 등장인물들이 소설과 그 외 책에 관해, 사회의 관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흥미로웠다.

읽기 전에 걱정했던 고딕소설과 유사한 부분은 극히 적었던데다가 딱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해서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설득>과 <엠마>도 기대하게 되잖아. <맨스필드 파크>와 <이성과 감성>도 재독해야 하나 고민스럽고!

고민하고 있지만 즐겁다. 정말 두근두근하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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