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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마을 식당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항구에서의 먹방 여행, 항구마을 식당
이제까지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 작가의 소설이 주는 이미지와 에세이가 주는 이미지가 다른 것을 꽤 경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리사와 아키오. 하지만 그런 경험이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소설을 접했던 어떤 작가의 에세이를 읽게 될 때면 자연스레 소설을 읽을 때 형성한 이미지를 기대하고 읽게 된다.
오쿠다 히데오의 <항구 마을 식당>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오쿠다 히데오는 <공중그네>를 비롯한 이라부 3부작의 작가로 알게 되었는데, <야구장 습격사건>이라는 에세이를 읽으면서 '유쾌함'이 묻어나는 글로 인식하고 있는 상태였다. 다행(?)스럽게도 <항구 마을 식당> 역시 유쾌함이 잘 묻어나는 글이었다.
<항구마을 식당>에서는 오쿠다 히데오가 첫 여행에서 너무 즐거워 배 위에서 춤추다가 동행했던 잡지 편집장에게 걸렸던 일이 가장 웃겼다. 그 일 자체보다 상대의 놀림에 대응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말투가 재미있었다. 그 이후에도 그런 속내를 드러낸 부분들을 재미나게 읽었던 것 같다.
제목 <항구마을 식당>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항구마을 식당>은 항구마을 여행을 담아낸 에세이다. '식당'이 제목에 들어간 건 먹는 이야기가 많이 있기도 하고, 먹는 이야기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인 것도 같다. 각 지역의 독특한 음식, 때로는 어디에나 있는 음식을 먹는다. 계속 먹는다.
먹는 것 외에 눈길을 끄는 건 그곳까지 가는 교통 수단이다. 여행에 이용하는 것은 항상 '배'이기 때문이다. '배'를 타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굳이 신칸센을 타고 다른 지역까지 가서 출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배 여행을 볼 수 있는 게 즐겁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번거롭게 여행해야 한다니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름 색다른 경험이지 않았을까?
오쿠다 히데오가 <항구마을 식당>에 담은 여행지는 총 여섯 곳이다. 고치+도사시미즈, 고토 열도, 미야기+오사카 반도, 한국 부산, 후쿠이+니가타, 왓카나이+레분 섬. 부산이 있는게 괜히 반갑게 느껴졌다. 일본과 부산이 가깝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 말이지. 일본인의 눈으로 보는 부산의 이야기도 꽤 흥미로웠다.
다른 일본 지역들은 다소 익숙치 않은 곳들이었다. 오쿠다 히데오 일행이 간 항구마을 중에는 활발하게 관광지화 되지 않은 곳들도 꽤 있었다. 때문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대접을 받는 경우들도 있었다. 작가는 그런 경험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착각하는 것은 경계하고 있는 글을 남겼다.
여행은 사람을 감상적이게 한다. 자칫하면 그런 감상은 자기본위적인 사고가 되어 무책임한 착각을 일으킨다. 일방적으로 찾아와 놓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건 솔직히 말해서 뻔뻔한 행위다. 주민들에게는 그들의 일상이 있고 그곳에 여행자가 낄 여지는 없다. 적어도 나는 그런 차이를 자각하는 사람이고 싶다. (p.273)
오쿠다 히데오의 글을 좋아하는 것은 이런 부분들이 유쾌함 가운데 함께 녹아있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깔깔 웃다가도, 진지함을 발견하고 깊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재미있는 이야기가 워낙 강렬하게 남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