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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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질문 형식의 제목을 가진 책은 괜히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내렸을지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질문 형식의 제목을 보기 전에는 아무 생각 없었던 문제일지라도.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도 그렇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책을 보기 전에도 라오스가 매력을 지닌 여행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바라본 라오스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허나 읽기로 결심하는 데에는 조금 고민이 따랐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유명한 작가지만, 그의 작품을 선호하는 독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에세이니까, 여행 에세이니까 소설의 느낌과는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고 읽게 되었다. 결론은, 나름 만족이다.


미국의 보스턴, 아이슬란드, 미국의 오리건 주 포틀랜드와 메인 주의 포틀랜드, 그리스의 미코노스 섬과 스페체스 섬, 미국 뉴욕의 재즈클럽, 핀란드, 라오스의 루앙프라방, 다시 보스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일본의 구마모토의 순서로 여행기가 하나씩 소개되고 있는 책이다.

그가 전에 갔던 곳을 다시 찾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아 낯선 신선함을 느끼는 에피소드들도 있었다.

의외로 제목과 같은 '표제작'은 없었다. 라오스의 여행기 제목은 '거대한 메콩 강가에서'였기 때문이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란 질문에 대한 이야기가 그 여행기에 소개되어 있긴 했다.


자,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좋은 질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는 아직 대답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금 라오스까지 가려는 것이니까. 여행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p.159)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는 경유지로 들렀던 베트남에서 현지인이 라오스로 간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리고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떠난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기의 끝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고. 다만 몇몇 풍경에 대한 기억들만 남아 있는데, 그 풍경에 관한 기억은 단순한 사진과는 다르게 다양한 감각적 경험이 입체적이고 꽤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 같다고.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말 그대로 읽으면 그 느낌이 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여행 에세이는 라오스 여행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슬란드 이야기였다.

TV프로그램을 통해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던 아이슬란드.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읽으며 그곳의 새로운 면을 또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책을 매우 열심히 읽는다는 것.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놀란 것은 사람들이 책을 매우 열심히 읽는다는 점이다. 아마 겨울이 길어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 나라에서는 독서에 매우 큰 의미와 가치를 두는 듯하다. 집의 서가가 얼마나 충실한가로 그 사람의 가치가 판가름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p.27)


오로라 같은 풍경의 아름다움의 매력 뿐 아니라 이렇게 '책'과 관련된 매력도 지니고 있는 나라였다니!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주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대신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

그밖의 다른 지역 여행기도 여러 소재가 있어서 익숙한 여행지를 조금 신선하게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다.

같은 곳이라도 여행자에 따라 이렇게 다른 정보들을, 경험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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