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
조지 그로스미스 지음, 위돈 그로스미스 그림, 이창호 옮김 / B612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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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야 진가가 보일,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


본격적인 글에 앞서, 이 작품에 관한 간략한 소개가 '들어가는 말'에 있었다. 막 출판 되었을 즈음에는 혹평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재평가 되고 명성이 높아졌다는 내용이었다.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도 그랬다. 처음에는 이 일기 형식을 빌린 소설이 뭐가 인상깊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읽다보니 조금씩 푸터 씨의 일기를 읽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일기라는 형식이 한 몫 한 것일지도 모른다.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는 글이니까.


푸터 씨의 서문

왜 내 일기를 출간하지 않는거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회고록은 눈에 잘도 띄는데, 그리고 내 일기가 재미 없을 이유-내가 '유명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도 없잖아. 내 유일한 회한은 젊었을 때 일기 쓰기를 시작하지 않은 것이다. (p.11)


책의 시작은 푸터 씨의 약간 불평어린 서문이다. 푸터 씨는 그가 새로 이사온 집에서 일기쓰기를 시작한다. 간단하게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적는다. 독자들은 푸터 씨의 시선으로 그와 그 주변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로 인한 왜곡이 생길 걱정은 전혀 없다. 푸터씨는 그렇게 할 정도의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푸터 씨는 이해를 못한 채 옮겨 놓은 글들을 읽으며, 푸터 씨의 손해보는 성격과 동시에 눈치도 없는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때로 그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특히 초반에 푸터 씨가 계속 손해보고 당하기만 하는 모습들이 이어진다. 상대의 잘못에 항의를 했는ㄷㅔ 오히려 상대의 항의에 사과까지 하는 모습들, 상류층을 동경하면서 인연의 끈을 이어보려고 하지만 결국 형편없는 결과만 받아들게 되는 모습들은 그에 대해 한숨만 쉬게 만든다. 그리고 그 허무한 말장난 농담은 뭐냐고!

하지만 아들 루핀이 등장하면서 푸터 씨에 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었다. 루핀은 푸터 씨와 전혀 다른 타입이다. 그는 자신이 손해를 보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타입이랄까.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렇게 자신의 아버지와 대비 효과를 이루는 루핀의 모습들을 보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푸터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정말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허틀 씨를 닮은 루핀은 창의력도 있고, 가끔 놀라운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위험하다. 그런 생각들은 사람을 엄청난 부자나 엄청난 거지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 생각들은 사람을 만들기도 하고 부수기도 한다. 나는 항상 단순하고 세속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야망이 없는 나는 그래서 행복하다고 믿는다. (p.202)


게다가 이 글을 보면 푸터 씨의 그 믿음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야망이 없으면 어떤가. 평범하지만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서 사는 것이 좋은 삶이 아닐까 싶다.

뭐, 루핀 역시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푸터 씨는 아들의 성공에 기뻐하지만 독자인 나는 글쎄, 하는 생각이 든다. 푸터 씨가 이야기한 것들에서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루핀이라는 인물을 내가 너무 삐딱하게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편집 면에서는 중간에 번역에서 조금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던 것이 아쉽다. 푸터 씨가 갑자기 루핀에게 존댓말을 쓰는 부분이 나오는 내용이라던가, 루핀이 자신의 아버지를 '주인장'이라고 부르곤 하는 내용이 이해가 안된다. 원어를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다. 당대를 잘 담아내 평이 좋은 책이라 하니 기회가 된다면 원서로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면 주석이 맨 뒤에 있는데 역시 이 구성은 조금 불편하다. 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그때 그때 뒷장에서 찾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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