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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갑니다
아오야마 유미코 지음, 정지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9월
평점 :
생의 마지막이 다가올 때 먹고 싶은 것, 잘 먹고 갑니다
최근 읽은 책들을 살펴보니 '죽음'과 '고양이'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음을 깨달았다. 일부러 주제를 정해 고른 책들이 아니었는데 자연스레 그렇게 된 걸 보니 뭔가 신기했다.
<잘 먹고 갑니다> 역시 큰 틀에서는 '죽음'과 맞닿아 있는 내용이다. 한 호스피스 시설이 배경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입원한 환자들이 '요청식'을 먹을 수 있다. 그들의 몸 상태를 고려해서 만들었지만 맛없어서 먹기 힘든 병원식과는 다르다. 환자들이 스스로 먹고 싶어하는 것을 정성들여 요리해 제공하고,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이 더 행복한 마음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렇게 환자들의 요청식과 그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한 인터뷰, 그리고 요청식을 제공하는 시설 관련자들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르다. 먹는다는 것은 단지 영양을 섭취하는 작업이 아니다. 또한 아무리 소박한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그 안에 마음이 담겨 있다면 본인에게는 소중한 시간이며, 그 시간의 식사는 만찬이나 다름없다. 열네 명의 말기 암 환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나는 그렇게 느껴갔다. (p.16~17)
책 속에 소개된 환자들의 이야기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였다. 그들이 '행복'하다는 게 전해져 왔다. 누군가에게 존중받는다는 것,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지 생각했다.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인지 소개된 음식들도 다 너무 맛있어 보였다. 거창한 음식도 아니다. 소박한 음식이 많았다.
환자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추억이 담긴 요청식을 가족들과 함께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고 한다.
이렇게 요청식을 먹으면서 상태가 좋아진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고 했다.
인간의 의지가, 마음가짐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보게 했다.
나는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죽음을 앞에 둔 말기 환자에게 호스피스로 행해지는 케어는 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표현 방법이라고 들었다.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라고 인식하게 되면,사람은 자신의 삶을 소중히 생각할 수 있다. 즉 호스피스는 죽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살기 위한 장소다. (p.197)
이 말이 좋았다. '호스피스는 죽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살기 위한 장소'라는 것.
그나저나 내가 만약 생의 마지막이 보이는 시간에 다다르게 된다면 무엇이 먹고 싶어질까?
아직은 확 하고 떠오르는 게 없다. 앞으로 음식과 함께 하는 특별한 순간들을 경험하고 싶어진다. 생의 마지막에 강렬하게 떠올릴 수 있는 행복한 순간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