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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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내용 스포가 조금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리뷰 읽지 마세요*


네 소녀 실종 사건의 비밀,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이제는 한국 추리물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때가 온 것 같다.

'선암여고 탐정단 시리즈' 두 권에 이어, 이번에 읽은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읽으면서 선입견을 지우게 되었다.

한국 추리물에도 시선을 돌리게 되었으니 이제 읽고 싶은 책이 더 쌓이게 생겼다. 기분좋은 고민이지만.

작가 소개를 보니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해 '연애시대', '얼렁뚱땅 흥신소', '화이트 크리스마스', '난폭한 로맨스', '청춘시대'를 썼으며 이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가 첫 장편 소설, 소설가 데뷔 작품이라 한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의 대화라던가 전체적인 인물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느껴졌던 건 저자가 극본을 쓰던 경험이 있는 작가였기 때문이었을까, 생각했다.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네 명의 소녀가 한 날에 사라진 사건을 중심으로 여러 겹의 미스터리가 덧씌워져 있는 책이다.

제목을 보면 '시체'가 중심이 될 것만 같지만 사실 시체는 꽤 나중에 등장하고 오래전 일어난 '실종사건'의 비밀이 중심이 되고 있다.

비밀이 한꺼풀 한꺼풀 제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보면서 나머지 비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계속 읽게 된다.

같은 날 사라진 네 명의 소녀. 하지만 그건 단순히 '우연'이었고 네 명 각각 다 다른 사연 때문에 사라진 것이라는게 나름 반전이기도 했다.

사라진 네 명의 소녀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소녀는 종갓집 딸이었던 '유선희'다.

주인공 강무순이 발견한 '보물지도'의 보물 중에 그녀가 만든 것이 있었고, 때문에 그 목각인형의 모델이 된 인물을 찾으며 실종 사건도 함께 되짚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종갓집 딸인 동시에 아름다워서 모두의 동경의 대상이었기에 사라졌을 때의 충격이 더욱 컸던 것이다. 그녀의 비밀은 가장 마지막에 밝혀진다.

한편 초반부터 등장하는 '주마등'이라는 제목으로 이어지는 회상의 화자, '범인'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내가 초반에 짐작한 사람이라서 놀랐다.

추리소설을 꽤 읽은 보람이 있는 걸까나.

비밀이란 건 대체로 이와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숨겨 놓은 것은 아닌데, 눈에 띄지 않는 어떤 것들. (책속에서)


책 속에 나오는 이 글이 정말 이 책에서의 '비밀'을 꿰뚫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네 소녀 실종 사건의 비밀은 딱히 누군가 숨기려 한 게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말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대로 비밀이 되어버린 것이다. 애써 숨기려 한 게 아니었는데, 너무 상황이 맞아떨어진 나머지 다른 가능성은 생각치 못했던 것이다.

비밀들이 밝혀진 후, 네 소녀 실종 사건을 주인공이 조사할 때 그녀들의 이름을 올리는 것도 어려워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각자의 비밀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과거에 묶인 채 오랜 시간 살아가게 되었다는게 조금 씁쓸했다.

그래도 늦게나마 비밀이 풀리고, 유선희의 마음도 제대로 전해지는 마지막 부분이 더해져 여운을 길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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