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고 가끔 고양이 - 이용한 시인의 센티멘털 고양이 여행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 나라의 길고양이 이야기, 흐리고 가끔 고양이

 

사실 책을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고양이가 살고 있다는 것.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는 것.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슬프고 아프고 먹고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는 것. 우리가 가진 것을 조금만 나눠주자는 것. 너도 살고 나도 살고 같이 살자는 것. (p.5)

 

얼마전 길을 걷다 캣대디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밥을 먹는 고양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고양이. 길고양이에 대한 나의 견해는 중립인 것 같다.

길고양이 학대에 관한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다가도, 시끄럽게 울어대는 우리 동네 고양이 소리에 열받기도 한다.

길을 다니다 길고양이와 마주하면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한동안 눈싸움을 하듯 서로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고양이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그러니 이 책도 읽게 된 거다.

고양이는 귀엽다. 길고양이들도 나름의 매력들이 있다. 다만 끝까지 책임질 자신은 없기에 한발짝, 두발짝 물러서 있을 뿐.

책 속의 길고양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반된 모습을 그린 글을 읽으면서 이런 내 태도에 대해 쿡쿡 마음이 쑤셔올 뻔도 했지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초반에 있었던 이 글 때문이었다.

 

이렇게 무심한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저렇게 자유롭고 저렇게 평화롭다. 어쩌면 사람과 고양이의 진정한 공존의 모습은 저런 무심함에서 오는지도 모르겠다. (p.43)

 

물론 이 글이 나오게 한 부분은 내 상황과는 그다지 비슷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좀 위안이 되는 글이었다고나 할까. 무심한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지만, 고양이를 하나의 존재로 대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 다만 내가 여기 살아가고 있음을 누리고 있듯이 그 아이들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는 것.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길고양이 이야기들을 읽어갔다.

책 속에 소개된 '고양이'를 테마로 보는 우리나라의 곳곳은 새롭게 다가왔다. 이런 곳이 고양이와 관련있었다니! 싶어서 새삼 낯설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사진 속의 풍경들이, 고양이의 모습이 마음을 치유해주는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어서 편안해졌다.

 

고양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당신이 존재하는 그 이유와 같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버림받으면 슬프고, 폭력이 무섭고, 고통이 두렵고, 아프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것.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것.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행복과 평화를 바라듯 고양이도 그렇다.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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