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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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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떠나고 싶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설 연휴를 지내는 동안 감기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침, 콧물도 자꾸 나더니만 결국 한쪽 코는 꽉 막혀버렸다.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미열이 살짝 있는 듯도 했다.

어렸을 땐 그러지 않았던 것 같는데, 요즘은 왜 이리 추위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기후가 변한걸까, 아니면 내 체력이 약해진걸까.

어쨌거나 독하게 감기에 걸려버린 와중에 이 책을 읽어서일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무지무지하게 저자가 부러웠다!

 

책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여행'이라기엔 조금 길게 머물렀던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러니까, 너무너무 추운 겨울 날씨를 피해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온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 '남쪽 나라'는 총 네 곳이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발리, 스리랑카, 태국의 치앙마이, 라오스였다.

남쪽 나라라고 해서 먼 나라들일거라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익숙한 나라들이어서 조금은 신기하기도 했다.

 

사실 이 넷은 '따뜻한 남쪽 나라'라는 공통점으로 묶이고 있지만, 저자가 각 나라에서 경험한 것들, 생각한 것들은 꽤 달랐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읽어가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곳은 역시 발리에 관한 이야기였다.

가장 처음 접한 이야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약간은 들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새로운 것, 의외의 면을 많이 알게 되서인 것 같다.

저자가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발리'는 신혼여행지로 굉장히 유명해서 가족과의 여행이나 혼자 떠나는 여행에는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건 또 하나의 '편견'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발리를 어머니와 함께 여행했다. 발리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관광명소들은 어머니와의 여행에도 충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뿐 아니라 어머니가 먼저 한국으로 귀국한 후 발리에 홀로 남아 마주하는 발리의 모습들 또한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여행에 어울리는 것들이었다.

발리의 수많은 신들에 대한 이야기나, 여자들에게 불합리한 결혼제도 이야기들,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길들에 대한 이야기들... 뭐든지 처음 접하는 것들이라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발리에 대한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구절이었다.

 

개발과 성장을 추구하다 전통적인 가치를 잃어버린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발리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플란플란'하게 흘러가는 삶의 속도 속에서 지킬 것은 지키는 의연함이 엿보이니 한마디로 발리는 자연을 파괴하며 돈에 영혼을 판 그런 흔한 휴양지가 아니다. (p.116)

 

이제까지 생각했던 '발리'에 대한 이미지가 그러했었다. 흔한 휴양지의 하나. 하지만 아니었다. 그렇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편견이 생겨버린 여행지들이 사실은 엄청 많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직접 가지 않고서는 모르는 건데. 하긴,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발리'의 이미지 또한 타인에 의해 알게 된 것이다. 실제로 가보면 또 실망하게 되버릴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스리랑카에서의 이야기. 스리랑카는 '홍차' 때문에 궁금했던 나라였다. 저자 역시 스리랑카에서 차를 마실 기대를 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곳에서 품질좋은 차를 찾기는 힘들었다고. 좋은 찻잎은 모두 수출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찻잎을 따는 모습을 사진 찍는 사람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돈을 받는 여인들. 그런 모습들에 어쩐지 슬퍼졌었다.

태국의 치앙마이 여행은 저자의 편안함이 전달되어서 나까지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느긋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잘 느껴져서 태국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나라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라오스.

라오스의 이야기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다. 그건, 아마도 라오스 뿐 아니라 많은 여행지들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겪어야할 운명 같은 부분이다. 보석같은 여행지가 발견되고, 알려진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변질되고, 몰려온 사람들은 생각과 다르다는 말을 토해낸다. 사실 그 변화는 여행자들이 가져온 것인줄도 모르고. 꽃보다 청춘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한참 전,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 관한 여행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었다. 잔잔하고 느린 삶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오스는 변화와 마주했다. 인기있는 여행지가 되면서, 갑작스레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변할 것을 은연중에 강요받았는지도 모른다. 오래전 읽었던 그 책에서의 느리고 잔잔한 분위기, 순박한 사람들의 마음씨는 찾기 힘들어진걸까?

이제까지 책을 통해 마주했던 많은 여행지들, 그래서 언젠가는 꼭 직접 가서 마주하겠다고 다짐했던 많은 나의 이상적인 여행지들은 이미 오래전에, 벌써, 결코 만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을까?

조금 두려워지던 중에, 저자의 이 이야기를 읽고서 조금은 안도해본다.

 

이 거리의 변하지 않은 풍경 속에는 이 도시 사람들의 달라지지 않은 마음도 남아 있을 것이다. 단지 이제 이방인의 눈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 지금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는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기 위해 이 도시로 돌아왔나보다. (p.392)

 

입춘도 이미 지났다. 겨울은 끝나가고 봄이 다가오고 있다. 다가올 봄이 아주아주 따뜻했으면 좋겠다.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날 마음은 잠시 접어둘 수 있도록, 그러다 다시 추운 겨울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미뤄둔 고민을 해야지, 과연 어느 곳에 가면 추운 겨울을 조금이라도 따스하게 날 수 있을까, 하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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