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걷기와 관련한 사색하기, 느리게 걷는 즐거움

 

길은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는 사람들의 집요함을 표현한다. (책속에서)

 

이번에 읽은 <느리게 걷는 즐거움>은 작년에 읽은 책 중 <북톡카톡>이라는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책이었다. 걷기에 관한 책 추천 목록 중에 있던 책이었는데, 그 목록 중에 있었던 다른 책을 읽었더니 마음에 들어서 이 책 역시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책은 <걷기 예찬>이라는 책을 쓴 후에 또 다시 쓴 책이었다. 일종의 후속작인가 싶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주제는 '걷기'로 동일하지만 이전의 책과 크게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개별적으로 읽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 위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걷기'에 대해 경험하고 이야기한 내용을 중심으로 책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이 다소 특이한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사람들의 '걷기'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게 되는 걷기의 '방식' 또한 다양하다.

도보 여행, 순례 여행과 같이 오로지 두 발에만 의지하는 나그네의 모습으로 하는 걷기가 있기도 하지만, 가까운 곳을 걷는 산책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걸은 곳 또한 다양했다. 시골 길도 있었지만, 도시에 대해 묘사한 인상적인 설명들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주변이 아스팔트로 덮여 있어 오솔길의 흙에 발을 디디는 느낌을 갖지 못함을 아쉬워했었는데, 아마 현대의 많은 사람들은 그런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도시에서의 걷기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 있는 게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그리고 걷기와 관련있는 '길'에 대한 생각들도 인상적이었다. 전에 읽었던 걷기 관련 책도 그랬지만, 걷기는 사색하는 사람들이 생각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주는 행위라고 하던데, 정말 그런 것 같다. 그 생각들은 쉽게 생각해낼 수는 없겠지만 듣고보면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이었다.

책의 수많은 걷기에 관한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다가왔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다.

 

장엄한 장소에서든 하찮은 장소에서든 얼마든 주변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서, 심지어 아주 익숙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완전히 뜻밖의 진가가 발휘되어 감각의 길을 펼쳐 보이기도 한다. 바로 이웃의 거리를 걷더라도 모든 걷기는 놀라움을 자아내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보행자는 자신이 길을 걸으면서 얼마나 많은 추억을 쌓아 가는지 모른 채 눈앞에 다가오는 풍경을 맞이하게 된다. (책속에서)

 

익숙한 거리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나름 운동도 할 겸, 산책 수준이긴 하지만 가까운 거리를 걸어다니는 편이다. 그 길은 항상 같은 길이었기 때문에, 새로움을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익숙하고, 너무나 익숙한 길이었다. 하지만 정말 그 길은 항상 동일했을까? 생각해보면 그 길들은 매일매일 달랐을 것이다. 날씨가 달랐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낙엽들이 달랐을 것이고, 그 길을 걷는 동안 스쳐지나간 사람들이 달랐고, 그 길을 걸으며 했던 생각들이 달랐다. 그렇게 같은 것 같았지만 달랐던 추억들을 쌓아가며 걷고 있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걷기의 경험'들과, 그 걷는 과정에서 생각한 것들을 가득가득 담아두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글도 아주 많아서 하나하나 적어두느라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적어둔 글귀도 많다. 이 책은 그야말로 '걷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다 쏟아내 보여주고 있는 책인 것이다. 심지어 이 책처럼 걷기에 대한 글을 읽을 때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는지에 관해서까지 언급되어 있다.

 

걷기에 대한 이야기나 길에 대한 명상을 읽는 일은 언제나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일이다. 독서는 저자와 함께 저자의 인식과 자기 자신의 인식, 자기 자신의 추억들 사이의 왕복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느꼈는지를 이해하는 방법을 둘러싼 소리없는 대화이다. 책은 일종의 거울이다. 특히 걷기와 관련될 때면. (책속에서)

 

많은 책들을 읽을 때마다 그 책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을 실제로 경험해보고 싶을 때가 많아진다. 하지만 쉽게 시도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아니다. '걷기'라는 것은 아무런 준비물이 필요없다. 그저, 밖으로 나가서, 한 발 내딛기만 하면 된다.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면서 얻게 될 수많은 것들을, 빨리 만나고 싶어진다.

 

중요한 것은 길이 아니라 길을 걷는 사람이 무엇을 만들어내느냐이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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