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과학과 사회 5
파스칼 피크 외 지음, 배영란 옮김 / 알마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세 가지 학문의 관점에서 보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글을 쓴 세 저자는 각각 순서대로 고 인류학자, 신경생물학자, 철학자이다. 이 세 학문 분야에서 '인간'은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세 분야의 정의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정의간에 통하는 지점이 있을까, 있다면 그 지점은 어디일까, 하는 의문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저자의 순서는 저렇게 되어있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순서는 신경생물학, 고 인류학, 철학의 순서였다. 과학에서 인문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 책을 쓴 세 저자 중 둘은 과학계에 종사하는 인물인데도 철학에 관심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한다. 게다가 주제 역시 '인간의 의미'에 대해 다루는 것이니만큼 과학에 관련된 부분에서도 철학적인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신경생물학' 부분은 이야기 초반부터 흥미로운 정의인 '인류영양생물'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인간'과 관련한 과학적인 이야기들을 먼저 쏟아낸다. 그러나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부분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게다가 '신'이라는 존재까지. 사실 세 가지 학문 중 가장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인데, 의외의 면을 보여주는 구성이었다.

 

인간은 타인과 함께가 아니라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인간이 전적으로 혼자라는 점이다. (p.23)

 

이어지는 것은 고 인류학을 통해 알아본 '인간'이었다. 고대 인류의 조상들을 통해 현재의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알아보는 내용이었다.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인간'이라고 구별지을 수 있는 '인간 고유의 특성'을 찾는데 대부분의 내용을 할애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세 부분 중에서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던 것 같다. 지식을 꽤 충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 고유의 특성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있는 게 아닐까? (p.37)

 

마지막은 철학자의 시선. 철학적인 관점을 의외로 앞부분에서 충분히 다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독특한 소재가 나왔다. 그건 바로 '시간'이었다. 오래전에서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진화해오며 걸린 시간. 그 긴 시간이 인간을 형성해나가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이야기들. 특히 인간이 만들어 사용하는 '도구'에 그 도구가 발전해오는 동안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내용과 그래서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는 시간을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특히 놀라웠다. 이렇게 '시간'과 연결해 인간을 정의하는 관점은 이전까지 전혀 마주하지 못했던 것이었기에 흥미로웠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체험 시간을 조작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존재다. 엄청나게 긴 시간을 자신에게 굴복시킬 힘을 가진 존재다. 무생물의 형성, 생물의 진화로부터 획득한 권위를 지닌 존재이자, 기호의 순환으로부터 얻어낸 권위를 지닌 존재요, 호미니언의 시간, 존재의 시간, 계통발생의 시간에서 얻은 권위를 지닌 존재다. (p.98)

 

책에서 세 가지 학문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정의는 모두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전에 읽었던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들보다는 뭔가 좀 아쉽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인간을 정의하는 문제가 쉽지 않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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