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과 패턴 - 복잡한 세상을 읽는 단순한 규칙의 발견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시공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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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법칙을 찾아서, 우발과 패턴

 

도서관에서 과학 관련 서적이 있는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 읽게 된 책. 그야말로 '우발적인 선택'이었다. 사소한 선택이었지만, 꽤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결과 덕에 종종 우발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복잡계 물리학'이라는 개인적으로는 생소한 물리학에서 연구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복잡계'를 연구하는 것인데, 쉽게 말하자면 현대와 같이 복잡한 세상을 어떤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찾는 연구이다. 만일 세상이 '법칙'으로 설명된다면, 미래에 일어날 수 있을 문제들을 초기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법칙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자들은 모래더미 모형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지난 역사적 사건을 분석해보기도 한다. 지진도 복잡계 물리학의 한 사례로 등장한다. 그들이 다루고 있는 문제들의 특징은, 다음에 어떤 사건이 어디서 일어날지 도무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큰 사건을 몰고 온다는 것이다.

그들의 연구가 알려주는 것은 이렇다. 결국 작은 것이 큰 사건을 몰고 올 수 밖에 없는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임계상태'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일단 이 '임계상태'에 있게 되면, 아주 작은 자극에 의해서도 그 세계 전체에 커다란 문제가 일어난다. 그런데 세상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이 '임계상태'에 더 빨리 도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어떤 사소한 행동 하나가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결론이다.

 

결국 '복잡계 물리학'은 어떤 상황이 일어난 후 그 상황을 설명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과거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세르비아 청년의 총격 사건이 전 세계에 전쟁을 몰고왔던 것처럼, 엄청난 피해를 가지고 온 대형 지진이 어떤 사소한 지각의 변화로 시작되었는지 아는 것처럼. 그것을 설명하는 법칙은 '멱함수 법칙'인데, 이 멱함수라는 것은 자기 유사성, 즉 프랙탈(fractal)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기자신을 복제하는 형태인 것이다. 하지만 그건 모두 일이 일어난 '이후'에만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함수의 그래프가 다음에 어떻게 변화할지는 절대 모른다.

 

오로지 지나간 과거만 설명할 수 있다니.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 더 짙은 안개 속에 있는 미래일지도 모른다. 세계가 복잡해졌고 사람들은 각자 사소한 행동들을 하고, 세계가 임계상태에 이르는 것이 더 빨라졌으니까. 우리는 나름대로 미래를 기대하고 있지만, 사소한 선택으로 인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미래가 바로 앞에 다가와있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이 말이 강하게 뇌리에 박힌다.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미래는 끊임없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다는 것이다. (p.340)

복잡계 물리학이라는 분야는 처음 예상과는 달리 꽤 흥미로웠다. 결국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이었지만, 복잡한 세상을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미 일어난 사건을 통해 도출해낸 법칙은 순간순간의 선택 하나하나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현재를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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