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윤후남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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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도 삽화도 포근했던, 피터 래빗 시리즈 전집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시리즈'는 아주 유명한 동화 중 하나이다. 이야기 뿐 아니라 그녀가 직접 그린 삽화도 유명하다. 나의 경우 식기에 그려진 삽화를 먼저 알았고, 그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동화로 쓰여졌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그녀가 쓴 동물들이 주인공인 동화 시리즈 중 가장 먼저 나왔고, 가장 유명한 것이 '피터 래빗'이라는 토끼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피터 래빗'이라는 토끼가 다른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동물이 주인공인 동화들을 '피터 래빗 시리즈'라고 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에는 피터 래빗 시리즈 23편이 실려 있고, 미출간 작품 4편이 더해져 총 27편의 작품이 실려있었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동물'인데 참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각 이야기 앞부분에 있는 이야기에 관한 간단한 소개 내용을 보면, 저자 베아트릭스 포터가 등장 캐릭터의 모티브로 삼은 실제 인물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캐릭터가 생동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동물들이 주인공인 이야기, 그리고 동화라는 형식 때문인지 이야기가 모두 친근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삽화도 그랬다. 동물들의 털이나 움직임이 너무 매력적으로 잘 그려져 있었고 섬세해서 동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나로서는 절대 그릴 수 없을 움직임들과 묘사.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삽화들에 끌렸던 것 같다.

책에 실린 삽화들은 총천연색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동물들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데 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건 작가가 출판사와 처음에 계약을 할 때 삽화를 색깔을 넣어 그리는 조건으로 계약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출판사의 판단 덕분에 이렇게 매력적인 삽화들을 볼 수 있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삽화의 그림체가 조금씩 바뀌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그림체가 바뀌게 된 걸까 하고 의문을 가졌었지만, 각 이야기의 출간연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웹툰 같은 것들을 볼 때도, 웹툰이 장기 연재 되었을 때, 초반의 그림체와 후반의 그림체가 많이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작가의 스타일이 바뀌는 경우가 그만큼 자주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바뀌어가는 여러 스타일의 삽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맨 처음에 실린 '피터 래빗 이야기'와 네번째로 실린 '벤저민 버니 이야기'의 삽화들이었다. 토끼들의 털과 움직임이 묘사되어 있는 부분과 전체적인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삽화가 이 동화 시리즈의 큰 매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흑백 삽화가 나온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세밀한 묘사가 있지 않았던 미출간 원고에서는 색다른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한편 책 속의 많은 이야기에서 메타픽션적 요소가 등장하는데, 바로 작가 자신의 개입이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작가의 목소리가 갑작스레 등장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아마 이것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라는 형식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였다. 이 작가의 개입으로 인해 동화는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같이 느껴지게 되기도 했던 것 같다.

 

매력적인 이야기와 삽화까지. 글쓰는 것과 그림 그리는 재능 모두를 가지고 있었던 저자 베아트릭스 포터가 한없이 부러워지게 했고, 동시에 동물들의 모습에 미소짓게 하는 책이었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이 피터래빗 시리즈로 벌게 된 돈을 자신이 살던 곳의 자연을 보존하는 비용으로 썼다고 하던데, 그것까지 너무나 멋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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