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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아트 오브 머더 ㅣ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또다른 추리소설 비평을 만나다, 심플 아트 오브 머더
도로시 세이어스의 <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를 읽고부터 흥미가 생겼던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2권. 사실 이 시리즈물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줄곧 궁금했던 책이 바로 레이먼드 챈들러의 <심플 아트 오브 머더>였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만 하드보일드는 그다지 읽어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하드보일드 소설가로 유명한 레이먼드 챈들러의 글은 어떨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찾아보니 품절 상태였고, 대신 나중에 나온 <당신 인생의 십퍼센트>를 먼저 읽으며 레이먼드 챈들러의 에세이와 소설을 접했었다. 그리고 나중에 이 책을 알라딘 품절도서센터에 의뢰해 구매해 읽게 되었다.
<심플 아트 오브 머더>는 두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얇은 책이다. 먼저 표제작인 '심플 아트 오브 머더'는 레이먼드 챈들러가 기존의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쓴 에세이이고, 이어지는 '스페니시 블러드'는 그가 쓴 단편 소설이다. 물론 하드보일드 스타일이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심플 아트 오브 머더'라는 에세이 때문이었다.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1권인 <위대한 탐정소설>, 5권의 <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와는 또다른 추리 소설(탐정 소설) 비평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1권의 저자인 윌리엄 헌딩턴 라이트와 5권의 저자인 도로시 L.세이어스와 레이먼드 챈들러가 추구하는 탐정 소설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떤 차이가 보일지 궁금했다.
이 모든 탐정 소설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렇다 - 수수께끼로서는 충분히 지적이지 못하고 소설로서는 충분히 예술적이지 못하다. 지나치게 진부하고, 실제 세상을 반영하지 못한다. (p.24)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심플 아트 오브 머더'에서 레이먼드 챈들러는 당대를 기준으로 기존의 탐정소설들에 '리얼리즘'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었다. 일명 '추리 소설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시대에 추리소설을 집필했던 작가들의 소설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그가 높이 평가하는 듯한 작가가 드디어 등장하는데, 바로 대실 해밋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와 같이 하드보일드 소설로 유명한 작가이다. 그런데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의견에 동의도, 이의도 제기할 수 없었다. 아직은 하드보일드라는 장르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지만, 조금씩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탐정 소설을 비평한 글을 읽었을 때 다른 글들의 경우 관심이 갔던 것은 기존의 탐정 소설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하고 평가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레이먼드 챈들러의 글은 대부분 비판적 견해가 있기 때문인지 소개된 탐정소설에 대한 흥미보다는 다른 부분에 더 눈길이 갔다. 마지막 부분에서 레이먼드 챈들러가 언급하는, 리얼리즘 작가가 그려내는 탐정 소설 속 세상의 매력적인 모습과 그 곳에 있는 남자에 관한 묘사였다. 리얼리즘을 중시하는 그의 생각처럼 생생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서 흥미를 이끌었다. 그리고 레이먼드 챈들러가 소설 속에서 이런 인물들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이어지는 '스페이니 블러드'는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하드보일드 소설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여전히 셜록 홈즈를 좋아하고,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읽으며, 일상 미스터리물을 즐겨 읽는다. 그것이 진부하고 실제 세상의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어도 좋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그 안의 세계에 빠져드는게 아니라 약간의 거리감을 두고 수수께끼가 풀려가는 과정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일종의 편견 내지는 선호도를 깨뜨려 줄 멋진 하드보일드 소설은 도대체 언제쯤 만날 수 있으려나? 기다리고, 또 기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