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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편견으로 인한 희생을 이야기하는, 앵무새 죽이기
역시 책은 직접 읽어봐야 한다.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으로 유명한 책. 하지만 2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에서는 '인종차별'에 관한 부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외받는 이웃, 편견에 희생된 인물. 그들 모두가 이 책의 주제에 속하는 거였다. 1부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인종 차별 문제가 중심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이 책을 읽기를 두려워했다. 드디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인종차별 문제가 등장하는 부분에 이른 뒤 잠시 책을 덮었다. 뭐가 두려운 걸까, 무엇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지만 외면해왔다. 약한 이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그들의 슬픔을 외면하고 싶은 것이다. 부당하게 상처받고 때로는 죽음에까지 이르는 것들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편견이란 걸 가지고 책을 차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꾸만 고개를 내밀려 하는 거부감을 꾹꾹 누르며 다시 책을 펼쳤다.
한 걸음, 한 걸음.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떼듯이 조금씩 조심스럽게 읽어나간다. <앵무새 죽이기>에 쏟아진 찬사는 내겐 오히려 무게감을 가중시키는 장애요소였다.
<앵무새 죽이기>의 화자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오랜시간 도덕과 정의를 대표하는 영웅으로 칭송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발간된 이 책의 후속작 <파수꾼>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파수꾼>을 읽지 못해서 확실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정보를 알고 이 책을 접하게 되니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비판적인 시선으로 이 인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것 또한 편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편견 없이 순수하게 책 내용이 전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책에서 사람들이 편견으로 대하는 인물들이 몇 등장한다. 스카웃은 그들과 교류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편견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스카웃이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고, 그녀의 아버지 애디커스 핀치는 이야기한다. 다른 이들의 말이나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아직 받아들이지 않은 순수한 존재. 그런 걸 보면 세상의 많은 정보들은 수많은 편견을 이끌어오기도 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그런 인물들을 만나게 된 스카웃과 그녀의 오빠 젬에게 애티커스 핀치는 가르침이 담긴 말을 해주는데, 명언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많다.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해. (p.200)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p.213)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어. 전에도 그랬고, 오늘 밤도 그랬고, 앞으로도 또다시 그럴 거야. 그럴 때면 오직 애들만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구나. 그럼 잘 자거라 (p.393)
드디어 읽은 고전, 앵무새 죽이기.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 책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생각치 않는다. 몇 가지 물음표가 남았다. 그것은 책 내용에 대한 의문 뿐 아니라, 이 책 속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물론 전반적인 주제는 이해했지만, 인물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에피소드에 남긴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생각하자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