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아 2호
미스테리아 편집부 엮음 / 엘릭시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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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만족스러웠던, 미스테리아 2호

 

솔직히 창간호가 그다지 만족스럽지가 않아서 2호는 기대하고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구매하게 된 것은 창간호에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건축가와 함께 밀실에 관해 대담한 내용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도 그 대담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호에서 또 이어진다... 이로써 3호도 구매확정.

아무튼 미스터리 전문 잡지라는 점에서 흥미와 관심도가 엄청나게 높은 상태에서 읽었던 창간호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기대감을 조금 낮춘 상태에서 읽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의외로 만족스러웠다. 어떤 면에서는 창간호보다 더 집중해서 읽은 것 같기도 했다.

 

2호의 색깔은 푸른 색이다. '미스테리아'라는 글씨에 사용된 폰트 디자인 때문인지 아니면 어두운 푸른 색이라 그런지 붉은 색이 아니어도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번 호의 주제는 '가정 스릴러' 혹은 '칙 누아르'라는 새롭게 등장한 장르. 여성이 주인공이 된 미스터리로 결혼과 연인 사이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불안감, 비밀스런 모습들을 밝혀가는 내용을 다룬 작품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허즈번드 시크릿>같은 것들.

이 주제의 작품을 그다지 읽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웬걸, 이 주제로 쓰여있는 글들은 모두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가정, 결혼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미스터리가 전통적이었다는 언급을 읽으면서 '정말 그렇구나'라고 끄덕끄덕하게 되기도 했다. 메데이아라던가 오셀로, 푸른수염 모두 현대의 가정 스릴러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리물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관련 글을 통해 가정 스릴러의 장점과 한계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까지 나온 가정 스릴러와 앞으로 나올 작품들이 이 장점과 한계를 어떻게 감싸안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아가 유명한 탐정소설에서도 가정이라는 틀 안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글에서 언급된 홈즈 시리즈의 경우는 다 생각났다. <신랑의 정체>, <춤추는 사람 그림>, <서섹스의 흡혈귀> 모두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춤추는 사람 그림>의 경우가 그랬었다. 반면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은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딱 기억이 안난 것 있어 아쉬웠다. <끝없는 밤>은 내용이 기억났는데 <메소포타미아의 살인>과 <나일 강의 살인>은 읽은 지 몇 년 되었다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조만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코넬 울리치의 <죽은 자와의 결혼>도 궁금하고, 조지 쿠커의 영화이자 패트릭 해밀턴의 미번역 희곡이라는 <가스등>도 내용이 궁금했다.

 

최신 미스터리 작품들에 대한 서평을 쓰는 '취미는 독서' 코너도 좋았다. 평소에는 접하지 않았을 스타일의 미스터리 작품들에 관해 알아갈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한 만화를 소개하는 TOON과 지난호에서 이어진 '집안의 괴물들'도 나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미스터리 피플'이라는 인터뷰 코너도 마음에 들었다. 순문학과 장르 소설간의 대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일본의 문학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것은 결국 모든 문학에 적용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었다. 특히 독자의 욕망이나 기대를 충족하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불순물을 한 가지 넣어 독자들이 백 퍼센트 만족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본래의 문학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건 나의 독서 스타일에 관해서도 반성을 이끌어내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역시 이 잡지를 사기로 결정하게 만들었던 아리스가와 아리스 건축가 야스이 도시오의 '밀실'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번 호에 실린 분량에서는 존 딕슨 카의 작품에 소개된 것을 바탕으로 밀실의 다양한 유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중간중간에 그 밀실이 적용된 유명한 미스터리 작품들에 관해 언급하기도 하는데, 직접적으로 누구의 어떤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마 이 작품일 것이다'하고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다음 호에서는 건축가의 시선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듯 하여 더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높은 만족도를 주었던 다른 하나는 범인은 집안의 천사였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찰스 디킨스의 <블리크 하우스>의 주인공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 찰스 버크 경감에 대한 이야기와 실제 일어났던 여성이 깊게 관여된 사건을 다루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찰스 디킨스의 탐정소설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잡지에 실린 단편 미스터리가 있었다. 이번에는 네 편이 실려 있는데, 한국 작품 두 편과 외국 작품 두편이었다. 그 중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이 실려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이번 해에 그녀의 에세이를 읽었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이 단편들을 통해 미스터리 저자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 같다. 역시 미스터리의 세계는 넓다는 것도 느꼈다.

이렇게 여러 면에서 미스터리에 관한 흥미도를 다시 또 높여준 잡지였다. 3호는 다시 살짝 기대감을 높인 상태에서 읽게 되지 않을까. 테마는 어떤 테마가 될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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