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포핀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2
패멀라 린던 트래버스 지음, 정윤희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이야기, 메리 포핀스

 

글담 인디고에서 고전명작을 하나씩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이번에 새로운 책이 나왔다! 영화나 뮤지컬로도 많이 제작되어 그 캐릭터가 널리 알려져 있는 <메리 포핀스>. 표지부터 메리 포핀스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일러스트로 접할 수 있다. 우산을 펼친 채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메리 포핀스! 배경이 어둑어둑한 짙은 푸른 색이라 검은 우산과 묘하게 매치되는 느낌이라서 좋았다.

 

메리 포핀스는 굉장히 유명한 캐릭터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메리 포핀스> 원작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도 검은 우산을 활짝 펴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유모의 이미지는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아마도 영화의 한장면으로 접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는 것은 단지 그 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이 기대되었다.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던 '메리 포핀스'라는 캐릭터에 대해 좀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동풍이 불어오던 날, 메리 포핀스는 바람을 타고 4남매의 집에 온다. 그녀는 도도하면서도 냉정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신비로운 면도. 텅 빈 것처럼 보였던 그녀의 가방 안에는 각자가 좋아하는 맛이 나는 물약이 있었고, 그녀의 잠옷들과 이불, 간이 침대까지 들어있었다! 아이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재미나고 신나는 일들이 생길 것을 예감했다. 그리고, 역시 그랬다!

이어지는 내용은 뱅크스가의 아이들을 돌보게된 유모 메리 포핀스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져 있다. 그런데 메리 포핀스와 함께 있으면 각종 신기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림 안으로 들어가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기고 신나게 놀기도 하고, 웃음 가스로 인해 천장에 떠오르게 되기도 하고, 동물원에서 사람과 동물의 입장이 뒤바뀐 상태에서 생일 파티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별에서 내려온 아이와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 모든 일들을 대하는 '메리 포핀스'의 태도이다.

그녀가 외출을 해서 친구와 함께 그림 속 세계를 다녀온 날, 돌아온 그녀에게 아이들이 어디를 다녀왔냐고 묻자 그녀는 이야기한다. 동화속 나라에 다녀왔다고.

아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동화속 인물들의 이름을 대며 그들을 만나봤냐고 하지만, 그녀는 이런 명언을 남긴다.

"아직 모르나 본데,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동화 속 나라를 가지고 있는 거야." (p.52)

 

 

이 내용을 보면, 그녀는 동화와 환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다른 이야기에서, 그녀는 그녀와 함께 환상적인 체험을 한 아이들에게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 함께 메리 포핀스의 삼촌을 찾아갔을 때, 아이들이 다같이 웃음 가스 때문에 천장에 떠올랐었던 이야기를 하자 자신의 삼촌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분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또 그녀의 생일날 동물원에서 동물들과 사람이 뒤바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경험한 아이들이 꿈인듯 현실인듯 헷갈려 할 때, 꿈일 뿐이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환상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녀는 아이들이 뭔가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발언을 했을 때 찬물을 끼얹었다. 예를 들면 크리스마스날, 제인과 마이클과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나왔을 때 눈 냄새, 크리스마스트리 냄새가 난다는 아이들에게 '생선 튀기는 냄새'만 난다고 이야기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게 또 메리 포핀스의 매력이다. 환상적인 이야기 중심에 있으면서도 현실과 연결시켜 주는 존재라는 것.

그건 어쩌면 그녀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찌르레기는 어린 쌍둥이 존과 바버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 그건 말이지, 메리 포핀스는 남들과 다르니까. 이 세상 누구도 메리 포핀스와 같을 수는 없어." (p.219)

 

 

아이들은 인간의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바람과, 새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메리 포핀스는 달랐던 것이다.

그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환상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더 세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결국 현실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또 이 모습은 '유모'라는 그녀의 직업과도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유모는 많은 옛날 이야기와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현실적인 문제에 대응하며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균형있게,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한편 이 <메리 포핀스>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녀 주변에서 일어나는 환상적인 사건들을 주변에서 특이하다는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물론 종종 예외는 있다. 메리 포핀스의 삼촌 위그 아저씨의 집에서 만난 퍼시먼 양은 자신이 떠오르는 것에 대해 놀라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만난 마이아가 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다소 놀라워하긴 했지만 당황스러워하지는 않았다. 마이클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뱅크스 부인 역시, 이렇게 이야기하며 크게 놀라워하지 않는다.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는 항상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을 꿈꾸며 사니까." (p.297)

 

어쩌면 그날이 크리스마스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니까. 그래서 어른들도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환상 세계의 순수함과 낭만적인 것들을 잠시나마 되찾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간에, 메리 포핀스라는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는 참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환상 속에 존재하면서 현실을 일깨우는 존재가 흔하지만은 않으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를 통해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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