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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 - 달콤 쌉싸름한 내 삶의 모든 순간
홍승찬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4월
평점 :
폭넓은 음악 이야기를 담아낸 책,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
책에 수록된 글들의 분량은 두 장 정도.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딱 좋은 길이이다. 하나하나 읽다가 잠시 멈추기도 하고, 다시 또 읽기 시작하고, 그렇게 천천히 읽어가도 좋을 것 같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음악과 함께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고.
제목은 <나를 꿈꾸게 하는 클래식>이고 저자도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분이지만, 책 속에 담긴 음악은 클래식 뿐만이 아니다. 대중 음악과 팝송, 뮤지컬, 경극과 다카라즈카에 관한 이야기도 실려 있었다. 이렇게 클래식이라는 분야에 한정되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글로 채워진 책이다.
책에 실린 음악 이야기들은 몇 개의 챕터로 분류되고 있었다.
가장 먼저, "ALLEGRO GIOCOSO 빠르고 즐겁게"라는 챕터에서는 활발한 느낌의 글들로 채워져 있었다. 음악은 아니지만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제작하는 유명한 가문들에 대해서 다룬 이야기로 시작해, 공연장 카네기홀의 역사가 담긴 박물관을 세울 수 있었던 내용이 담긴 이야기로 끝났다. 희망차고, 밝은 느낌이 가득했다.
이어지는 챕터는 "GRAZIOSO 우아하고 부드럽게"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조금 톤을 낮춘 느낌. 개인적으로 약간 어두운 이미지로 기억되는 말러의 곡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가곡의 제목이 뭔가 안타까운 듯한 <나는 세상으로부터 잊혀지고>라는 내용이었다. 뭔가 우아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것 같은 음악가들의 산책 습관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었고, 다소 생소한 음악가인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신성한 느낌을 자아내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에 관한 이야기를 거쳐, 마지막은 유재하에 관한 내용으로 마무리되었다.
잔잔히 흘러가는 이야기는 세번째 챕터에 이르러 슬픔에 젖어든다. "LAMENTOSO 비애에 젖어"라는 제목의 챕터였다. 배신을 당하고 슬픔에 젖어 만든 팝송, 빌리 조엘의 <어니스티>라는 곡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 챕터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음악가와 그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음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낙촌 이강숙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챕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는, "CON BRAVURA 대담하고 활기차게"라는 제목이었다. 마지막이니만큼 다시 밝은 분위기가 가득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음악을 통해 어려운 처지에 있던 아이들이 변화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을 소개한 콘세르바토리오 그리고 엘 시스테마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부활을 노래한 말러의 교향곡 2번에 관한 이야기, 핀란드가 클래식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는 저력의 이유, 공연장의 CEO에 관한 이야기, 전쟁 속에서 연주한 음악인 레닌그라드에 관한 내용이 이어졌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와 주목받았던 영화 비긴 어게인, 브람스의 교향곡 4번, 일본의 다카라츠카, 군대 노래로 알려진 이흥렬의 진짜 사나이에 관한 이야기까지. 활기차고 새로운 도전에 관한 대담성이 엿보이는 내용이 담겨 있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그 길이와 내용면에서 부담없이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더해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내용에서 '맑은 느낌'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맑고 투명한 느낌. 순수한 느낌이 글에 담긴 내용에서 느껴졌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게 하는, 음악의 아름다운 힘에 대한 글이 참 많았다.
처참한 전쟁 속에서 희망으로 피어난 <레닌그라드>. 이 곡이 오늘날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을 이기는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의 힘이며,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의 기적입니다. (p.233)
그건 클래식이 그런 음악이기 때문일까? 음악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하니까. 제목처럼 클래식은 사람들이 꿈을 꾸게 만드는 음악인 것 같다. 지금의 현실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게다가 클래식에 쓰이는 많은 악기들이 들려주는 멜로디의 울림들도 평소 듣기 힘든 소리이기 때문에 꿈속의 기분에 빠져들게 하는게 아닐까.
책에 담긴 내용들이 이미 접한 것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주는 '느낌' 때문에 좋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