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5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흥미로운 탐정소설 비평, 탐정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북스피어에서 장르소설 작가의 논픽션 및 중단편을 모아 시리즈로 출판하는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5권이다.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이런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원래는 도로시 L.세이어즈의 추리소설을 찾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책 검색을 했는데, 이 책만 나왔다. 꽤 좋아하던 작가여서 궁금했고, 실제로 보니 분량도 많은 편이 아니라 읽어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에 매우 만족했다.


얇은 책이지만, 관심사에 관한 내용이 가득 들어있어서 정말 재미있고 만족스럽게 읽었다.

도로시 L.세이어즈의 피터 윔지경 시리즈를 좋아했기 때문에, 일단 기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읽었다. 저자는 에드거 앨런 포로부터 시작된 탐정 소설의 경향에 따른 발전 모습들을 차근차근 다루고 있다. 가장 먼저 탐정 소설(추리 소설)의 형태를 지닌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 뒤팽이 등장하는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소설에서 처음으로 수사 과학의 위대한 두 경구가 명확히 제시된다. 먼저, 모든 불가능을 제거하고 남은 것이 뭐든 그게 아무리 가망성이 없어 보이더라도 바로 진실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사건이 괴이하게 보이면 보일수록 더 풀기 쉽다는 것이다. (p.29)


이어 에드거 앨런 포가 쓴 다른 소설 두 가지로 대표되는 탐정 소설의 두 가지 발전경향을 이야기한다.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와 <황금벌레>가 그 두 가지 소설로, 이 두 소설은 순전한 감각주의와, 순전한 지성주의를 대표한다. 이후 등장하는 추리소설들은 이 양 극단에 놓인 두 소설 사이 어느 지점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가 탐정 소설의 선구자로 인식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순전한 감각주의와 순전한 지성주의에 대한 개념을 잡은 것은 꽤 흥미로웠다. 특히 이 언급 이후 해당 유형들에 속하는 소설들을 소개하고 있었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잘 알지 못하는 탐정 소설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관심이 생긴 소설이 몇 가지 있었다. 나중에 국내에 번역된 버전이 있는지 하나하나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탐정 소설의 계보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시리즈를 소개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던 것은 도로시 L.세이어즈가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포의 서술을 어떻게 더 흥미롭게 발전시켰는지 보여주기 위해 비슷한 설정의 서술을 예시로 들어 비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부분을 함께 보니 비슷하면서도 좀더 흥미로운 부분들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이후, 탐정 소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다양하게 변주된 탐정이 등장했음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도 많은 소설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도로시 L.세이어즈는 세상의 반이 수수께끼를 내고 다른 반이 그 수수께끼를 맞히려 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정말 엄청난 양의 탐정 소설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이 또 있었다. 책 뒷부분에도 적혀 있는 내용이었다. 다른 소설과는 달리, 탐정 소설을 쓰는 작가가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관한 부분이다.


독자는 살인자를 추리하는 대신 작가를 추리한다. 그래서 작가의 후기작들은 초기의 역작에 거의, 혹은 전혀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다. 독자는 작가의 뮤즈와 결혼하고 이 결혼은 미스터리를 파괴한다. (p.84)


탐정 소설의 발전으로 인해 독자들은 다양한 스타일의 미스터리를 이미 알게 되었고, 특정 작가의 작품을 주로 읽는 경우 그 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해진다. 다른 장르라면 그것은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것이 중심이 되는 탐정 소설의 경우 결말을 일찌감치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은 흥미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후속편이 첫번째 이야기보다 좋지 않은 평을 듣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일까? 작가가 써내려간 내용을 독자가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그 내용은 이미 과거의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비슷한 스타일의 다음 작품에서는 익숙함 내지는 진부함까지 느끼게 되는 것일까. 물론 그 이유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하나의 타당한 이유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부분이었다. 그러니 다음에 탐정 소설을 읽게 되면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얇지만 미스터리와 탐정 소설에 관한 비평이 꼼꼼하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거기에 역자 후기와 편집자 후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도로시 L.세이어즈에 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관심있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리뷰에 쓰지 않은 부분들도 기억해두고 싶은 내용이 많아 결국 사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하나씩 사서 볼 계획이다.

간만에 만족스러운 비평서적을 읽어서 좋았다. 그러고보면 관심있는 분야에 관한 비평서들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은 듯. 비평과 같은 논픽션에 관한 비중도 서서히 늘려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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