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거리 추정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부 4인방의 2학년이 시작되다, 두 사람의 거리 추정


달린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머릿속이 텅 빈다. 지금까지 기억해낸 사실도, 구축한 생각도 모두 뇌 속에서 빠져 나가는 것 같다. 무념 상태가 즐겁다는 경지는 알겠으나, 지금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기억해두어야 한다. 그렇건만 뛰고 말았다. 컵에서 물이 흘러넘치듯 뭔가 잊어버리지는 않았을까. 진정해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도 달리는 발이 멈추지 않았다. 장거리 달리기답게 숨을 밭게 뱉으며 팔을 가볍게 흔든다. (p.244)


좋아하는 시리즈물 중 하나인 고전부 시리즈의 신간이 나왔다. 1~4권이 고전부 부원 4명의 1학년을 다루었다면, 이번에 나온 5권은 그들이 2학년이 되어 맞게 된 사건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번에 읽은 <두 사람의 거리 추정>은 내용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지만 구성방식 자체도 흥미를 끌었다. 이야기 구성이 주인공 호타로가 장거리 달리기 대회를 하며 과거를 회상하며 단서를 찾아가는 형식이기 때문이었다. 반별로 차례차례 시간 여유를 두고 달려가기 때문에 호타로가 걸음을 늦춰 고전부 부원들을 차례차례 만나며 그들의 말을 듣고 추리를 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를 느낀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일단 내용 이야기부터 잠깐 짚어야 한다. 2학년이 된 고전부 부원들은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부원 모집을 하지만, 좀처럼 신입부원이 들어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탄다가 가지게 된 의문에 추리를 해서 답하는 호타로의 모습을 본 한 신입생, 오히나타가 가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그렇게 신입부원을 받아 다섯이 된 고전부는 호타로의 생일날 집에 찾아가기도 하고, 오히나타의 친척이 연 카페에 함께 가기도 하면서 이런 저런 일상의 수수께끼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오히나타가 갑작스레 탈퇴 의사를 밝히고... 지탄다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듯한 말을 남긴다. 그래서 호타로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며 과거에 보였던 오히나타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그녀가 탈퇴하겠다 말한 이유를 추리하는데...

이렇게 새로운 인물, 신입부원 오히나타의 등장으로 뭔가 새로운 분위기가 더해진 듯한 고전부였으나... 결국 그 신입부원이 탈퇴했다는 게 좀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4명에서 5명이 되는 것 또한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위에서도 한 번 언급했지만 '장거리 달리기 대회'에 참여하면서 추리를 하기 때문에 각 이야기의 초반에 달린 거리와 남은 거리가 표시되는 게 인상적이다. 그리고 달리면서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시간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쭉 앞으로 이어진 '달리기 코스'와 상반되는 느낌을 주어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런 부분을 뭔가 영상으로 표현하면 매력적일 것 같다고 상상해 보았다.

호타로는 고전부 부원들 중 가장 먼저 출발한다. 가장 앞 반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차례로 사토시, 이바라, 지탄다를 만나게 되고, 오히나타를 만나 사건의 전말을 설명한 다음 다시 사토시를 만난다. 이렇게 달리기를 하면서도 사건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나 이야기 하게 된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한편 중간 중간 호타로가 떠올리는 과거 에피소드들은 각각 '일상의 수수께끼'들을 담고 있다. 때문에 단편 연작처럼 느껴져서 더 집중력있게 읽을 수 있었던 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이것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신입부원 오히나타가 탈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메인 수수께끼의 단서를 담고 있는 일종의 복선으로 처리된다. 이렇게 엮여있는 구성이 매력적이었다. 평범하게 생각하고 놓친 것들이, 사실 중요한 단서들이었다는 점을 보면, 역시 추리를 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들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이번에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원물'이기 때문에 있는 문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기도 했다. 이 내용은 중간에 등장하는 과거 에피소드들 가운데서도 미묘하게 비치고,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사토시와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결국 오히나타가 탈퇴한 문제는 그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과거의 '친구'와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차피 학교 밖으로는 손을 뻗지 못해. 호타로, 처음부터 방법이 없었던 거야." (p.295)


사토시는 이렇게 말하지만, 호타로는 생각한다. 결국 언젠가는 학교를 졸업하게 될 것이고, 그 때는 바깥에 손을 뻗어야 한다. 그러니 다양한 사교에 참여하는 지탄다나, 전 세계를 여행하는 호타로의 누나처럼 손을 어디까지고 뻗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하는 게 옳은게 아닐까 하고.

역시 고전부 시리즈는, 학원물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러므로 고전부 2학년의 스타트는 매우 만족. 이어질 다른 이야기들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