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향기
김하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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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읽은 이야기, 『국화꽃 향기』

그는 자신의 머리와 가슴 속에 고인 기억과 감정들을 크고 맑은 눈동자 위로 천천히 길어올리고 있는 거 같았다.

10년도 넘은 장면들을. (p.12)

같은 책을 다시 읽는 경험이 몇 번 있었다.

이렇게 긴 시간을 두고 읽은 건 처음인 것 같다.

10년을 훨씬 넘긴 시간...

죽음에 대해 잘 모르던 어린 아이는 그 단어의 무게를 어렴풋이 깨닫게 된 어른이 되었다.


대학 시절,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미주에게서 국화꽃 향기를 맡으며 사랑에 빠진 승우.

같은 영화 동아리라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미주는 연하인 승우를 밀어낸다.

그러나 인연이라는 걸까, 사회인이 된 후 다시 만난 두 사람.

라디오 PD 승우가 자신의 프로그램에 꾸준히 보낸 사연을 듣던 미주는 결국 승우와 같은 마음이 된다.

결혼하고 행복했던 시절도 잠시였다.

기다리던 아기가 찾아왔지만 그와 함께 미주가 위암 말기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자신의 목숨과 아기의 생명 사이에서 아기를 택하는 미주...

힘겨운 시간을 승우와 함께 견뎌나간다...

역시 읽은지 너무 오래된 것일까?

익숙한 느낌이 거의 없었다.

개정판이라 그런지 이야기는 매끄럽게 읽힌다.

슬픔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눈물이 펑펑 나지는 않았다.

사랑에 대해,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 두 가지 다 잘 모르던 시절에 이 책을 처음 읽었었다.

몰라서 더 책 속 인물들의 감정에 따라갈 수 있었던 걸까.

이번에 읽으면서는 한걸음 정도 물러서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중간 중간 실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곡들도 궁금해진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설.

영화도 봤던 것 같은데, 역시나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화제는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속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OST는 여전히 불리기도 하고.

오랜만에 그 OST도 들었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이야기.

국화꽃이 피는 계절은 아니지만, 그 향을 맡고 싶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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