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 - 신념을 넘어 서로에게 연결되고 싶은 비건-논비건을 위한 관계 심리학
멜라니 조이 지음, 강경이 옮김 / 심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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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차근차근 읽는 관계의 기술, 『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

뒷표지 추천 글에 '이 책을 비거니즘보다는 관계에 대한 책으로 읽었다'는 언급이 있다. 책을 읽고 그 말에 공감한다. 『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는 비건과 논비건 사이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 공감하려면 어떻게 할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비건은 어떤 식으로 의견을 표현하든 주변 사람을 통제하려는 것처럼 비치기 쉽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면 대놓고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간접적으로 표현하면 교묘하게 조종한다고 여긴다. (p.156)

비건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었다. 이 책은 이제까지 읽어온 책과는 확실히 다르다.

'비거니즘'에 초점은 맞췄지만, 내용을 파고드는 책이 아니다. 그 점이 독특했다.

예상과 다른 내용이었지만, 읽을수록 만족했다. 전반적인 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제목이 '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지만, 논비건이 읽어도 좋겠다.

비건은 상대적으로 소수집단이기에, 편견어린 시선이 있다. 하지만 다수가 아닌 소수이기에, 더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육식주의-비거니즘 스펙트럼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방향을 향해 가는가다. (p.164)

특히 '육식주의' 파트가 좋다. 육식을 권하는 사회적 통념을 고민해보게 한다.

책에서 육식을 하는 사람을 마냥 비판하지 않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이 부분은 최근 읽어온 비건 관련 책들에서 공통점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다.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는 것. 조금씩 점진적으로 변화하길 권한다.

나도 그렇게 조금씩 비건 선택지를 고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아직은 논비건인 사람이다.

애초에 고기를 즐기지 않는 식성이기도 했지만, 직접 요리를 하면서 비건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돼지, 소, 닭은 소비자에게 손질된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인식하지 않았던 부분을, 낙지를 손질하며 생생하게 깨닫게 된 순간이 있었다. 싱싱한 것을 먹겠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낙지를 그대로 손질한다. 속을 제거하는 순간, 살아 움직이던 낙지가 한순간에 굳어지는 느낌이 순간 강렬하게 손에 전해졌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아마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고기 말고 다른 걸 고르게 되는 것 같다.

비건과 논비건 사이에서 각자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 효과적인 소통을 위한 방법인 '완전한 메시지'는 비건에 관한 소통 문제 뿐 아니라 다른 상황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완전한 메시지는 관찰, 생각, 느낌, 욕구로 구성한다. 자신이 감각으로 보고 들은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관찰'. 관찰한 것에 대한 주관적 해석인 '생각'. 정서적 경험을 나누는 '느낌'. 자신이 필요로 하거나 바라는 걸 말하는 '욕구'. 이 네 가지를 모두 넣으면 긴 말이 되겠지만, 연습을 통해 습관화하면 좋을 것 같다.

왜 좋다고 생각한 책일수록 서평 쓰는 게 어려울까?

이 책이 상당히 좋았는데, 그 감상을 잘 다듬어 쓰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비건이더라도, 비건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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