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안전가옥 오리지널 18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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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 사건을해결하는 곳이 있다?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한국 SF소설들을 즐겨 읽게 되었다.

한국 소설 읽기는 너무 가까운 거리감으로 부담스럽지만, SF는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읽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편하게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다.

이번에 읽은 『기이현상청 사건일지』도 현대가 배경이지만, 초현실 사건들을 해결하는 내용이라 색다르다.

익숙한 이야기들에 현실 반영이 더해진 '기이'들을 해결하는 다섯 가지 단편이 실렸다.


"줄곧 이 상태로 계셨던 거네요. 온 국민을 만족시킬 나라를 어떻게든 세워 보려고." (p.231)

다섯 편의 단편은 앞에 실린 게 짧고 뒤로 갈수록 긴 이야기다.

첫 단편은 '노을빛'. 거의 초단편 수준으로, 과거 일어났던 사건 이야기를 듣는 액자식 구성이다.

특정한 성분의 미세먼지를 발생시켜 서울 하늘을 '노을빛'으로 물들이고 싶어했던 누군가의 이야기.

노을이라는 건 어딘가 감정을 건드리는 게 있다.

아주 짧게 사건만 정리한 이야기였는데도 노을로 물든 정경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두번째 단편은 '주문하신 아이스크림 나왔습니다'.

책에 실린 단편들 다 매력있었지만 이 단편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더위에 지쳐 슈퍼 냉동고 밑바닥에 놓여있던 '사탕초코'라는 수상한 아이스바를 사오게 된 화자.

알고보니 그건 가까이 댄 사람의 욕망을 감지해 도움을 주는 정령이 들어있는 '기이'라는데.

오랜 세월 끊임없이 빙과를 만들어내던 정령들의 매커니즘을 AI와 연결지은 것이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세번째 단편은 '잃어버린 삼각김밥을 찾아서'. 안전가옥 앤솔러지 『편의점』에도 실렸던 단편이다. 테스트가 끝나지 않았는데 실수로 편의점에 유포된 삼각김밥을 찾아오는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네번째 단편은 '마그눔 오푸스'. 서양의 연금술과 관련된 내용을 동양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흥미로웠다. 기이현상청의 하청업체가 배경인데, 그 업체에 소속된 직원들도 특색있다.

마지막 단편은 '왕과 그들의 나라'. 이 단편에 등장하는 '기이'는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아는 인물이다. 그래서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지만 시대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아 서울에 위기를 몰고 온다. 이 단편은 기이의 정체도 강렬하지만, 현실과 맞닿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생각할 부분을 남겨서 인상적이다.

단편들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이나 프로듀서의 말까지 비현실이 녹아있어 끝까지 이야기 속에 머물게 한다.

프로듀서의 말에 있었듯이 이 단편집의 후속 이야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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