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리소설을 따라 일어나는 사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저자 피터 스완슨의 전작들은 유명하지만 읽지 않았다.

신작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을 읽기로 마음 먹은 건 이 책 속 사건이 '추리소설'을 모방했다는 점, 주인공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책에 관한 책은 언제나 궁금하다.

 

표지의 8자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보인다. 끝을 찾을 수 없는 것.

큼직한 8자를 보다보면 책을 읽기 전부터 8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왜 하필 여덟 건인가? 하고.

"2004년에 당신이 이 서점 블로그에 썼던 리스트, 기억하세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리스트였죠." (p.19)

강한 눈보라가 예보된 날.

손님이 뜸한 서점에 FBI 요원이 찾아온다.

미해결 사건 몇몇이 어느 '추리 소설'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해당 추리 소설을 포함한 리스트를 기억하는지 화자에게 묻는다.

화자인 맬컴 커쇼가 작성한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에 소개된 작품은 다음 여덟 가지다.

A.A. 밀른의 《붉은 저택의 비밀》,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살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제임스 M.케인의 《이중배상》,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존 D.맥도널드의 《익사자》,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덫》(유일하게 소설이 아닌 희곡이다),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

책 속에서 블로그 포스팅 형식을 살려두었기 때문에 각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읽을 수 있다. 어떤 추리소설들일지 궁금했는데 막상 목록을 보니 이름을 들어 본 건 네 가지 정도. 읽은 건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뿐이었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 추리 소설 모방 범죄를 담고 있다고 해서 익히 알려진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은 워낙 오마주가 많이 된 작품이라 새로움은 덜했다. 다른 소설들 중에는 궁금해진 작품이 있긴 하다.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하기로 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면서요? 그게 당신 가설인가요?" (p.33)

FBI 요원이 우선 제시한 의심스러운 사건은 다섯 가지.

그리고 찾아내지 못한 사건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맬컴은 일단 협력하기로 하고, 사건 목록을 받아 리스트 속 추리 소설과 비슷한 사건이 있는지 생각한다.

그러나 찾기 어렵기만 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그 리스트는 '완벽한 살인'을 정리했으니, 모방 범죄 또한 밝히기 어려울 것이다.

유일한 단서인 리스트 속 추리소설들을 파고들어 임의로 '찰리'라 이름 붙인 범인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쁜 버릇이 발동되고 말았다.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먼저 결말을 확인하는 것.

결말을 보고, 진범을 알고 처음부터 읽으니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꽤 있었다.

예를 들면 맬컴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희귀한 초판본으로 '특별하게' 소장하고 있었다는 점이랄까. 포스팅 내용도 의미심장하다.

가장 처음 언급되는 작품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이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의 복선이라 할 수 있겠다.

아예 모르고 읽었어도 나름의 흥미가 있었을 테지만, 이 책은 초판부터 복선을 찾으며 읽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독자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 (p.48)

화자가 책을 좋아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는 것도 좋았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역시 우선하게 되는 건 '책'이나 '독서'에 관한 부분이다.

책을 읽으며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지만 이런 식의 접근이 흥미로웠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책을 읽으면 그 사이 쌓인 경험들 때문에 책이 새로워진다고 생각했는데, 동시에 과거 책을 읽던 나도 함께하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좋았다.

책이 분량이 많은 편이지만 가독성이 좋다.

추리 소설 한 권으로 다른 추리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는 매력.

다만 스포일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는 건 조금 나중이 좋겠다.

책 첫부분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트릭이 오픈된다. 거기에 '포스팅'에서도 스포일러가 될 부분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