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팀 마샬 지음, 김승욱 옮김 / 푸른숲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은 천 조각이 품은 무수한 이야기, 『깃발의 세계사』


세상에는 수많은 국기들이 있다. 범위를 '깃발' 전체로 확대하면 그 수는 더 많아진다.

색색의 깃발 속에 담은 이야기는,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

『깃발의 세계사』는 깃발이 전 세계의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왔는지 알려준다.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해제'가 있다.

책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 간단히 짚었다.

본문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큰 틀을 잡을 수 있긴 했지만, 한편으로 그 언급들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 온전히 스스로의 생각으로 내용을 받아들이고 싶다면, 해제는 나중에 읽는 걸 권하고 싶다.

 

책 제목에 충실한 내용이다. 깃발, 그중에서도 '국기'를 중심으로 그 국기가 품고 있는 상징에 얽힌 세계 곳곳의 역사를 알려준다.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은 전 세계 국기들을 보고 외워보려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시절 단순히 암기만 했던 국기가 품은 이야기는 다양했다. 미국의 성조기라던가 영국의 유니언잭, 유럽 국기들이나 우리 나라의 태극기 정도는 국기 속에 담은 색과 기호의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았다.


전 세계의 깃발들은 모두 독특한 동시에 비슷하다. 모두 뭔가를 말하려 한다. 어떤 경우에는 좀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p.12)


총 9장으로 나눴다.

1장은 '성조기'. 미국의 국기에 얽힌 이야기들과, 미국의 역사에서 등장했던 다른 깃발들을 함께 소개했다.

2장은 '유니언잭'. 지금의 영국 국기가 만들어지기까지 거쳐온 변화의 역사를 알려준다.

3장은 '십자가와 십자군'. 여러 유럽 국기들에 얽힌 역사를 소개한다. 유럽 연합을 시작으로 다양한 유럽 국가들의 국기에 담긴 상징들을 풀었다. 특히 북유럽 5개국의 국기에 포함된 십자가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4장은 '아라비아의 깃발'. 아라비아 반도 쪽에 위치한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과 이집트, 이스라엘, 리비아의 국기들을 차례로 알아갈 수 있다.

이 장이 끝난 후에는 책에 실린 국기들의 컬러 이미지가 실려 있어서 궁금했던 깃발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쩌면 쉬어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다음 장에서 다루는 이야기를 보면 적절한 위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5장은 '공포의 깃발'로 분쟁 지역에서의 혼돈과 관련된 깃발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6장은 '에덴의 동쪽'으로, 중앙 아시아와 동아시아 국기들을 다뤘다. 여기에 우리 나라의 국기인 태극기에 관한 내용도 한 자리를 차지했는데, 현재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이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7장은 '자유의 깃발'로 아프리카의 국기과 그 깃발 아래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8장은 '혁명의 깃발'로 라틴 아메리카에 속한 나라들의 국기에 얽힌 이야기와 문화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9장은 '좋은 깃발, 나쁜 깃발, 못생긴 깃발'로 특정 국가와 연결된 깃발이 아니라, 어떤 무리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깃발들을 소개한다. 해적기에서 시작해 항복을 의미하는 백기, 적십자기나 올림픽기, 무지개기 같은 것들이다. 이제는 국가 안에서만 모이는 게 아니라 공감대를 나누는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깃발 아래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깃발이라는 소재를 통해 전 세계를 한 바퀴 도는 느낌이라 흥미롭게 읽었다.

마지막에 국기가 아닌 다른 깃발들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도 좋았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까지.

깃발이라는 작은 천 조각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함께하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