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플레이어 그녀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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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취향이 아니어도 읽어보기, 『포커 플레이어 그녀』


『포커 플레이어 그녀』는 평소 같았으면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아르 분위기, 포커라는 주제, 무엇보다 프랑스 작가의 책이라는 점.

취향과 전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음에도, 이 책을 읽기로 했다.

그건 글쓴이의 전작 『루거 총을 든 할머니』때문이다.

그 책, 읽진 않았는데 이상하게 눈에 자주 띄어서 언젠가 읽어보자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글쓴이의 신작 『포커 플레이어 그녀』가 나온 것이다.


프랑스 소설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독성이 정말 좋다.

프랑스 작가의 글은 이상하게 읽기 힘든 면이 많았었는데, 이번 소설을 읽으며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영상 매체와 관련된 이력이 있는 작가이기 때문일까? 생동감 있고, 속도감 있게 플롯이 흘러간다.


"나도 스스로 강하다고 자부하면서 살았거든요."

다른 차원의 여자를 목격한 여종업원이 말했다.

"거기 비하면 난 새발의 피예요. 네…… 그 여잔, 그 여잔 끝내주는 전사예요." (p.262~263)


주인공 일행은 총 네 명이다. 막신, 작크, 발루, 장.

주로 작크와 막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종종 발루의 시점도 나온다.

도박에 중독된 아버지 밑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성장 과정을 겪은 작크.

포커판에서 승리한 자신에게 해를 끼치려 한 남자를 처절하게 응징하는 막신.

여성을 위협하는 범죄자를 무자비하게 처벌하는 발루.

세 사람 모두 독자가 처음 마주하게 되는 사건이 참 강렬해 초반부터 글의 분위기를 잘 잡아둔다.

포커판에서 마주한 그들은 막신의 제안으로 콜베르를 대상으로 한 큰판에 끼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변수가 생기면서 이야기는 점점 속도를 붙여간다.


책을 읽으면서 왜 글쓴이의 전작, 『루거 총을 든 할머니』를 많이 접할 수 있었던 건지 깨달았다.

캐릭터들이 생생하다. 그러면서도 주인공 일행 모두에게 상처입은 내면을 부여함으로써 연민에서 비롯되는 호감을 가지게 한다.

이야기는 속도감 있으면서도 짜임새가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독자들이 즐거운 독서 시간을 누리게 하기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다 읽고나서도 취향은 아니었던 책이지만, 가끔은 평소 읽지 않는 장르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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