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뷰티 (완역판)
애나 슈얼 지음, 이미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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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 『블랙 뷰티』


애나 슈얼의 『블랙 뷰티』 완역 버전이 나와 읽었다.

동물의 관점에서 쓰인 최초의 영미 소설이다. 1877년 쓰인 소설인데,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 작가가 대단한 걸까, 아니면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느렸던 걸까. 이 책이 나오는 것과 맞물려 동물 학대에 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긴 시간동안, 조금씩이라도 더 낫게 나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본다.


표지는 심플한 디자인이다. 역동적인 모습의 검은 말의 이미지.

책을 읽고 나서 다시 보면 주인공 블랙 뷰티가 떠올라 더 매력있게 느껴진다.


주인공인 검은 말 블랙 뷰티가 자신의 일생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총 4부작으로, 블랙 뷰티의 주변 환경이 결정적으로 변화하는 순간에 따라 챕터가 나뉜다.

블랙 뷰티는 살아가며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말을 만난다. 블랙 뷰티는 친절한 주인 밑에서 자랄 수 있었기에 좋은 습관을 지닌 말이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주인 밑에서 만나게 된 말 '진저'로부터, 모든 말들이 블랙 뷰티처럼 좋은 주인만을 만날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블랙 뷰티는 여러 주인들을 거쳐 가면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된다. 말을 잘 알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말보다는 유행을 더 중시하여 상처를 입히는 주인도 있었다. 가혹하게 채찍질하며 달리게 하는 주인도 있었다. 주인이 괜찮은 사람이라도 말을 돌보는 마부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말을 가혹하게 대하는 마부도 있었다. 말을 돌봐주는 이가 말에 대해 알지 못해서, 죽을 위기에 처하게 만든 일도 있었다.


"단지 몰라서 저지른 일이라고? 단지 몰라서? 어떻게 단지 몰라서 저지른 일이라고 말할 수 있지? 세상에서 사악함 다음으로 나쁜 것이 무지함이란 사실을 모르는 건가? 아무도 모르게 제일 나쁜 짓을 하는 게 바로 무지함이라고! '아! 몰랐어요. 해를 입힐 의도는 없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p.114)


블랙 뷰티를 돌보던 조이가 말에 대해 잘 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블랙 뷰티가 죽을 뻔 하자, 존이 이야기한 내용이다. 몰랐다는 것이 면책권을 주는 건 아니다.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블랙 뷰티』를 읽으면서 말을 많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을 가혹하게 대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말을 어떻게 대해야 편안한 상태가 되는지는 알려 하지 않았다.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도 모두 마찬가지다. 아끼는 마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충분한 지식을 갖고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주인공 '블랙 뷰티'가 가혹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말에게 잘 대해주는 좋은 주인들과의 이야기들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다. 블랙 뷰티가 거쳐간 주인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주인은 승합 마차를 몰던 '제리'다. 그는 다른 승합 마차 마부들과는 달리, 매주 6일만 일하고 하루는 휴식을 취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말들을 자신과 다름 없이 생각하며 잘 돌봐준다. 제리와 일하는 3년간 다른 말과 나눈 이야기들, 손님과의 에피소드들 모두 흥미로웠다. 동물 복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내용,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 힘들어하는 승합마차 운전사들의 이야기들이 차례차례 이어진다.


『블랙 뷰티』는 2020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한다. 블랙 뷰티가 경험한 여러 주인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한다. 블랙 뷰티의 목소리는 그 유명한 케이트 윈슬렛이라고 하니 블랙 뷰티의 목소리를 듣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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