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스토리콜렉터 9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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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인 뒤의 범인을 찾아라,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소설은 재미있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읽어보게 된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작가 형사 부스지마』의 프리퀼이다.

예상과 다르게 주인공인 부스지마가 아주 비호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호감을 크게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의 범인에게 거부감을 크게 느껴 상대적으로 괜찮게 느껴진다.


형사로서 촉도 뛰어나고 수사 수법도 나무랄 데가 없다. 일개 수사원으로서 평가는 높지만 인간성은 또 별개 문제다. 이누카이가 배웠으면 하는 점은 많지만 배우지 말았으면 하는 점도 있다. 여하튼 그의 비아냥으로 말한다면 일본 제일이고, 독설은 천하일품인 남자다. (p.16)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은 연작 단편집의 구성이다. 네 개의 사건이 있고 그 사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범인이 존재한다.

첫번째 사건은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벌어진 묻지마 살인. 중간에 범인의 시점에서 서술한 부분이 상당히 거부감이 느껴지고, 희생자들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이 커진다.

두번째 사건은 출판사 로비에서 일어난 연쇄 폭파 사건. 이 사건의 범인도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들만 안타까울 뿐이다.

세번째는 귀갓길 여성에게 염산을 뿌린 사건. 피해자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지만, 피해자들이 그런 피해를 입을만한 이유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은 그나마 정상참작이 가능할 수도 있다. 30년 전 사건의 가해자를 향한 복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네 사건의 범인들은 모두 조종당했다. '교수'란 닉네임을 쓰는 인물에게. 부스지마는 첫번째 사건에서 '교수'라는 인물에 흥미를 느꼈고, 일련의 사건들을 해결하며 결국 '교수'에 다다른다. 진짜 범인에 다다른다. 반전에 반전. 작가의 별명 '반전의 제왕'에 부합하는 플롯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다 묘하게 껄끄러운 부분들을 안고 있다. 극소수의 인물들만 제외하고. 그래서 주인공인 부스지마가 분명 호감 가는 인물이 아님에도 거부감이 덜했다. 어쨌거나 그는 범인을 싫어하고, 죄를 범한 자는 모조리 검거한다는 '정의로운 목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야."

부스지마는 아주 냉철한 말투로 받아쳤다. 돌변한 태도에 마유코와 이누카이는 압도된다.

"나는 그런 식으로 자기 손에는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나쁜 짓 하는 인간을 제일 싫어해서요 왜냐하면 내가 그런 타입이기 때문입니다." (p.180)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얼마전 읽은 상태라 그런가. 결말이 인상적이다. 신부란 직업이 얼마나 범죄에 가까운지... 하지만 그 지식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스스로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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