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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 ㅣ 바통 4
김이설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평점 :
6인 6색 요가 앤솔러지,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
『호텔 프린스』, 『파인다이닝』으로 알게 되었던 은행나무의 '바통 시리즈'.
의식주를 주제로 하는 걸까? 생각했는데 세번째 책으로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가 나오면서 한정된 주제가 아니란 걸 알았다.
이번에 나온 바통시리즈 네 번째 책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의 주제는 '요가'다.
각 이야기 속의 요가들은 다른 의미들로 다가온다. 느낌이 다르다.
요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한정짓고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요가를 하는 목적은 몸과 마음의 맑음을 되찾아 진정한 자유와 평온을 느끼는 것, 마음의 불안에서 벗어나 고요하게 내면의 진실과 더 깊이 연결되는 것, 세상이 더 선명하게 보여 사람들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알게 되어 더 좋은 선택을 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 자신만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의미와 목적이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p.152~153, 빌어먹을 세상의 요가)
첫 단편 「요가 하는 여자」는 충격이었다. 요가는 잔잔하고, 고요한 이미지가 강하니까. 화자가 처음 요가를 하러 가서 느끼는 당황스러움이 그대로 종이 너머로 넘어왔다. 빠른 템포의 요가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막상 하게 되면 화자처럼 당황스럽고 힘들기만 할 것 같다. 앤솔러지의 시작으로 좋았다. 첫인상의 강렬함.
「가만히 바라보면」은 6편의 단편 중 두번째로 마음에 들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기대하던 쪽이었다. 잔잔히 가라앉는 느낌이 편안하다. 붙잡은 것들을 하나씩 떨구며 비우는 분위기. 느낌. 마지막에 물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듣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요가를 하면서 치유를 받는 느낌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요가고양이」는 발상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에 얽힌 설을 플롯에 녹여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빌어먹을 세상의 요가」. 요가가 이야기의 중심은 아니지만 '이야기'로는 가장 끌렸다. 층간소음 문제에 얽히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 코로나로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게 되며 소음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현실감과 공감을 느낀 건 경험과 닿아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가가 이야기에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구절이 참 인상적이다.
「핸즈오프」는 마음 치유를 위한 요가가 오히려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마지막 단편인 「시간을 멈추는 소녀」는 판타지 느낌의 이야기였다. 요가가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은 편이다.
아무것에도 무심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방심하지 않는 것, 그것이 다시 이 빌어먹을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것이다.
세상이 멈추었을 때 나는 요가를 하고 있었다. (p.157, 빌어먹을 세상의 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