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 견문록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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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한 것에 귀여움이 담겨있다, 『귀여움 견문록』


『귀여움 견문록』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이기 때문에 읽고 싶었고, 제목 때문에 또 읽고 싶었다.

에세이에 채워진 귀여움은 어떤 것들일까 궁금해진다.

표지의 이미지부터 귀여운 느낌. 초판 한정으로 제공하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스티커로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그러나 아까워서 차마 붙이지 못하고 있는 중. 고이 보관하다가 나중에 하나씩 붙여야겠다.


『귀여움 견문록』은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마스다 미리의 다른 에세이에서 느꼈던 그 특유의 느낌, 분위기가 이 책에도 녹아 있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귀여움을 발견하는 에세이.

자그마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그 태도 자체도 귀엽다고, 옮긴이가 썼는데 그 말에 매우 공감한다.

귀엽다 생각한 것들의 어원을 파고들면서 귀여움을 찾아가는 부분들도 좋았다.


책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중 기억에 남는 것 세 가지 정도를 적어본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눈사람! 이건 에피소드가 귀여웠다.

어느 날, 눈이 쌓여 늦은 밤 눈사람을 현관에 만들어 두었는데, 다음 날 아침 보니 그 옆에 친구 눈사람이 만들어져 있었다.

나란히 놓인 자그마한 눈사람 둘의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다'란 생각이 든다.

평소 이웃과의 왕래가 없는 건물이었다고 앞선 언급이 있었기에 그 대비에서 오는 귀여운 감각이 강했다.

두번째는 가름끈. 책을 좋아하니까 관심을 두었는데, 사전에서 가름끈의 정의를 찾아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가름끈은 이정표라…… 오호.

뭔가 숙연해졌을 즈음, 헤이본샤에서 나온 『세계 대백과사전』의 가름끈의 정의를 찾아서 읽고 점점 더 숙연해졌다.

'읽던 중인 책에 끼워두는 가름끈도 일종의 이정표다. 다만 그것은 독자가 읽던 책으로 돌아갈 때의 이정표다.'

로맨틱한 사전이네. (p.104~105)

'이정표'라는 단어는 단순히 표시한다는 의미를 넘어선 감성적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가름끈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더해줘서 좋았던 에피소드였다.

마지막으로는 별사탕이 기억에 남는다.

별사탕.

먹는 순간에는 아무런 맛이 없어서 무언가의 부품인데 실수로 입에 넣은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은 사탕이 천천히 녹은 뒤 "달다!"하고 기뻐하기 위한 중요한 프롤로그이다. 모든 것이 별사탕의 계산된 귀여운 연출인 셈이다. (p.131)

자그마한 모양도 귀여운데, 맛에도 귀여운 연출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니 귀엽다. 다음에 건빵을 먹다가 만나게 될 별사탕이 좀더 특별하게 느껴질 듯하다.

세 가지만 언급했지만 그 외에도 몰랐던 귀여움들이 가득하다.

그냥 지나칠 법한 것들을 관심있게 들여다보고, 새롭게 '귀엽다'고 인식할 수 있게 마스다 미리의 글이 도와준다.


마스다 미리의 귀여움 견문록이 끝나고 옮긴이의 글도 읽었는데, 거기에도 인상적인 문장이 하나.

세상은 넓고 귀여운 것들은 많아서 이렇게 써나가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다. (p.185, 옮긴이의 글)

『귀여움 견문록』에 언급된 건 한정적이지만, 마스다 미리의 태도를 본받아 하나씩 하나씩 일상 속 귀여움을 찾다보면 어느새 세상이 귀여운 것들로 가득하다는 걸 발견할 것이다.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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