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트리플 4
임국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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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어린시절 우연히 들었던 믿지 못할 한마디...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한 권에 한국 단편 소설 세 편을 모아 내는 시리즈인 '트리플 시리즈' 4권이다.

이 책으로 이런 시리즈가 있음을 처음 알았다.

뒤에 앞서 출간된 작품과 출간 예정된 작가 목록이 있다. 읽어보고 싶은 게 있어 기억해 두어야겠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란 제목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알록달록한 제목 색깔도 투니버스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지금은 채널이 여럿 생겼지만, '만화영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채널은 투니버스인 때가 있었다.

투니버스의 전성기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만화영화들이 있었다.

그땐 참 만화를 많이 봤었지. 이상하게 결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신 OST가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지금 다시 들어 봐도 음악도 취향이고 가사는 곱씹을수록 의미 있는.

과거는 추억로 포장된다고 하지만, 어릴적 만화영화를 보던 기억은 아름답기만 하다.

그만큼 순수하게 좋아했기 때문이겠지.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어린시절 우리가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 세 가지를 소재로 한 단편들을 모았다.

표제작인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만화 감상. 두번째 단편 '코인 노래방에서'는 음악 듣기, 마지막 단편 '추억은 보글보글'은 추억의 게임.


아이들이 만화 보는 데 따로 이유가 어디 있었겠느냐만 그들이 애니메이션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명확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그곳에선 가능했기 때문이다. (p.12,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만경이 어린 시절 형의 친구 집에 따라가 같은 나이의 형 친구 동생 '수진'과 투니버스 채널로 만화를 보던 기억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거리감이 있었지만 '만화'를 통해 친해진다. 만경은 수진이 자신과는 다르게 '주인공' 같다고 생각했고, 동경했다. 하지만 몇몇 일들로 인해, 두 사람은 멀어졌다. 마치 어린시절 좋아했던 만화에서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만화영화 속 대사들이 있어서 흥미롭다. 그 대사들은 이야기와 묘하게 연결된다. 초반부 이야기는 대부분 만경을 통해 진행되고, 결말은 수진의 시점으로 끝났다. 만경의 시선을 따라가며 형성했던 이미지는 수진의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가에 대한 여운이 남는다.


두번째 단편 '코인노래방에서'는 연인과 함께 코인노래방에 온 주인공이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비밀을 털어놓는 이야기다. 학창시절 들었던 음악과 함께, 당시의 감정들을 떠올린다. 여기서는 화자의 이름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두 편의 이야기는 확실히 연결점이 보이는데, 이 단편은 잘 모르겠다. 작중 화자의 연인이 아마 '수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떤 기억은 내가 받은 상처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준 모욕으로 이루어져 평생 따라다닌다. (p.119, 추억은 보글보글)

'추억은 보글보글'은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의 주인공들인 만경의 형 원경과 수진의 오빠 도진의 이야기다. 주요 소재는 게임. 오락실에서 하는 게임. 게임팩으로 하는 게임. PC게임. 두 사람의 시점은 각각 게임에서 플레이하는 것처럼 1P, 2P를 달고 있다. 함께 게임을 하면서 친해진 두 사람이었지만, 게임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던 것 같다. 그 태도가 서로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밝은 느낌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만화영화, 옛날 음악, 게임이라는 소재가 추억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다.

셋 다 어린 시절 큰 비중을 차지한 것들이기 때문일까, 그만큼 여러 추억이 있고 관련된 기억들은 선명하게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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