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서야 딸이 되었다
소효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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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모가 되어야 그 마음 알게 된다는 말, 엄마가 되어서야 딸이 되었다


"너 같은 아이 낳아 키워봐야, 부모 마음 알지."

많은 이들이 부모로부터 이런 말들을 듣고 자란다.

『엄마가 되어서야 딸이 되었다』는 포근한 일러스트와 함께, 그 말을 이야기로 보여주는 책이었다.


표지의 일러스트. 깔끔하고 따스한 느낌으로 그린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나서 다시 보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거울 속 소녀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 그 거울 속 아이는 자신의 딸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의 자신일지도 모른다. 딸과의 관계를 통해 엄마와의 관계를 되새기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데 그냥 놓여 있는 오블제라 생각했던 거울 옆 4단 서랍장도 의미 있는 것이었다.

차례를 보면 '서랍'으로 파트를 구분했다. 첫번째 서랍, 두번째 서랍, 세번째 서랍, 네번째 서랍.

서랍을 위에서부터 차례차례 하나씩 열어가며 점점 깊고 어두운 이야기로 들어간다. 파고든다.


첫번째 서랍 속 이야기는 젊은 부부와 그들의 어린 딸, 세 사람이 이룬 가족의 이야기.

밝고 행복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가족간의 사랑과 배려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즐거운 날들.

두번째 서랍을 연다. 딸에게 전하는 메세지와 그 메세지를 전하고픈 순간을 이미지로 그려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부모님이 우리들에게 해주고 싶었을 그런 이야기들.


삶은 스스로 정해야 돼

스스로 책임지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

괜찮아.

절대적인 건 없어.

내가 정한 삶이 무너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얼마든지 다시 정하면 돼.

그렇게 네가 정하는 삶을 살아 줘. (p.91, '네가 정하는 삶' 전문)


세번째 서랍은 육아일기를 담았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점점 커가는 모습을 일기 형식으로 따라간다.

아이는 점점 자라 부모의 품을 떠나간다. 가까웠다가 멀어졌다가 하는 관계. 그렇게 부모는 나이가 들고, 마지막 순간이 온다.

네번째 서랍은 가장 깊이 숨겨두었을 이야기. 원망, 후회, 그리움, 그 뒤에 숨겨놓은 진심.

화자가 '딸'이었던 시절의 기억이다. 어린시절 가족을 떠난 엄마의 이야기. 그 후 힘들었던 어린 시절의 날들.

좋은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생각해보는 엄마의 마음. 나이가 든 후, 병원에 입원한 아빠에게서 전해들은 엄마의 행방.

그리고... 마지막은 만남으로 끝난다.


때론 자식의 입장에서, 때론 부모의 입장을 생각하며 이야기를 읽었을 때, 네 가지 서랍 속 이야기는 각각 다른 느낌들이 있었다.

초반을 읽었을 때, 행복한 가족의 이야기인줄만 알았지만, 사실 어릴적에 상처가 있었던 인물이 주인공이었다.

상처 입었던 마음을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

'만남'의 장면으로 끝나는 구성이 먹먹함을 주고,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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