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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홍차 - 생활밀착형 홍차만화
김줄 그림, 최예선 글 / 모요사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티타임 가지고 싶어지게 하는 만화, 오늘은 홍차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쓴 책을 읽는 것은 즐겁다.
홍차에 관한 책을 종종 읽었다.
국내 책은 주로 에세이들이 많았다. 그러다 <오늘은 홍차>를 발견했다. 부제는 '생활밀착형 홍차만화'였다.
홍차 만화라니, 어떤 내용일까 기대 가득이었다.
이 차를 마시면 오늘 당신의 마음속에 자라난
모든 근심과 걱정, 기대와 실망, 즐거움과 슬픔들이 조금씩 사라지게 될 거에요.
마치 한 순간의 꿈처럼. (p.30~31)
완전히 만족스러웠다. 책을 읽는게 마치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차분하고, 마음 편안해지는 내용.
홍차를 마실 때의 느낌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이렇게 표현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깨달았죠.
작은 것 하나가 바뀌면 다른 것들도 조금씩 바뀌어서
결국엔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게 아닐까? (p.72)
미스터리한 과거가 있는 듯한 마담이 운영하는 티룸은 보석같은 공간이다.
등장인물들은 그 티룸에 찾아들게 되면서 고민으로 엉망진창된 마음을 편안하게 늘어트린다.
어려움을 헤쳐나갈 마음을 얻는다.
차를 마시는 건 내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 같아요.
코에 닿는 향, 혀에 닿는 맛, 목을 넘어가는 물줄기를 가만가만 더듬어보면
아주 세밀한 향기와 미묘한 감촉이 느껴져요.
아, 좋다.
몸과 마음이 밀착되는 느낌이 들면서 내 마음이 말하는 게 조금씩 들리기 시작해요.
이 감각이 바로 '나'구나.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어져요. (p.78~79)마음에 와닿는 글이 많았다.
가만히 읽어본다. 위화감 하나 없다. 차를 마시며 떠올릴 법한 생각들이다.
내가 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야기에 빠르게 빠져들 수 있기도 했다.
만화의 그림체도 차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사랑이건, 일이건 타이밍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급하게 결론지어야만 할 때
사람들은 꼭 남들이 정해둔 방식대로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게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죠.
좋은 타이밍을 놓쳤다고 해서 일을 완전히 망치는 건 아니에요.
타이밍을 놓친 덕분에 이렇게 맛있는 밀크티를 마실 수 있잖아요?
천천히 해답을 찾아요.
미우 씨 마음속에 있는 단단한 심지를 믿고서. (p.111~112)
티룸을 찾아오는 이들의 고민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나이도 다양하고 직업도 다양하다.
그녀들은 차를 마시며, 자기 안에 이미 나와있는 답을 찾아낸다.
찻잔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좋아.
고운 선과 세심하게 그린 무늬... 시간이 멈춘 것 같아.
홍차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이 찻잔에 고였다가 살그머니 흘러서 내게로 전해지는 기분이랄까? 좋은 기억들, 감동 어린 이야기들, 행복한 사연들...
찻잔을 모으는건 세상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일이야. (p.190)
책에 나온 에피소드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차를 마시는 시간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 분위기에 머물렀던 것이, 치유의 과정이었음을.
외로움은 말이야. 뭘로도 채워지지 않더라.
그냥 평생 같이 가는 건가 봐.
그래서 이젠 외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견뎌내려고. (p.202)
차는 누군가와 수다를 떨면서 마실 수도 있지만, 혼자 마셔도 좋다.
홀로 있음을 절절히 느끼면서.
우리에겐 추억이 있잖아.
좋은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으니까 또 견뎌지고
남들 살아가는 얘기를 유심히 들어보면 말야,
모두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갖고 있어. 각양 각색의 찻잔과 홍차들처럼.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른 기쁨과 고민들을 가지고 제각각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거...
그 당연한 사실이 왠지 위로가 되더라고. (p.203)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에서 그랬다지, 마들렌 향기에 추억을 떠올린다고.
차는 맛보다는 향을 즐기는 음료다.
여러 회사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향을 더해 새로운 홍차를 만든다.
수많은 홍차가 있는 것처럼,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그건 모두 특별한 기억들의 모음일 것이다.
차에 대한 행복한 생각들을 계속 떠오르게 만드는 책이다.
"차를 마시면, 우린 서로 이어져 있는 거예요."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언제를 살든... (p.263)
후기에서는 말했다.
그림을 맡은 저자는 원래 홍차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 만화를 그리면서 홍차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홍차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일단 이 책으로 홍차를 만나보게 된다면 분명, 좋아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단지 계기만 있다면, 홍차는 빠져들 수밖에 없는 거니까.
그러니까 이 만화는 누구에게나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