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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티드 캔들 ㅣ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평점 :
흥미요소가 산개한 추리소설, 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다소 낯선 이름의 작가였다. 책 소개를 보니 영화 '킹콩'의 원작 초안을 쓴 작가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다른 부분에
눈이 간다. '셜록 홈즈'를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과 '포와로'와 '미스 마플'을 창조한 애거사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사랑받은 작가라. 게다가
아마존 서평 중에 애거사 크리스티를 좋아한 독자라면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많은 작품을
재미나게 읽은 독자로서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의 시작에 등장하는 건 추리소설가 존 렉스맨이다. 그는 살인사건에 휘말려 교도소에 가게 된다. 그의 친구인 경찰국장 티엑스는 그의
무죄를 입증해내지만, 사면이 결정되는 날 존 렉스맨은 탈옥해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의 부인 역시 사라져버렸다. 티엑스는 이 사건에 레밍턴
카라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정체를 밝혀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카라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레밍턴 카라 살인사건, 이것이 <트위스티드 캔들>의 중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죽음은 이야기가 반절정도 진행된 후
나온다. 뒤의 내용을 위해 저자가 차근차근 앞의 내용을 쌓아간 것이다.
"양초가 두 개 있었어." 티엑스가 말했다. "하나는 방
한가운데, 다른 하나는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었지. 방 한가운데 떨어져 있던 양초는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용 양초였고, 침대 아래 떨어져 있던
양초는 보통 시중에 파는 양초로 대충 잘려져 있었는데, 아마 카라의 침실에서 잘렸었나 봐. 바닥에 떨어진 양초 부스러기를 발견했거든. 잘린
나머지 부분은 벽난로 속에 버려진 게 분명해. 벽난로에서도 촛농 자국이 발견되었으니까." (p.187)
제목 <트위스티드 캔들>은 꽤 직접적인
제목이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가 바로 그것이니까. 이 추리소설의 탐정역이라 할 수 있을 사람, 경찰국장 티엑스 메레디스는 사건 현장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구부러진 작은 꽈배기 양초를 발견한다. 그리고 조수인 맨서스가 다른 양초를 하나 더 발견한다. 과연 이
양초들은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그런데 이 소설은 단서를 중심으로 파헤쳐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탐정이 모든 걸 밝혀내지도 않는다.
여러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시점을 보여준다. 덕분에 자연스레 서술트릭을 넣어두었다. 저자는 어떤 것은 보여주고 어떤 것은 보여주지
않으면서 독자를 혼란속으로 차근차근 인도한다.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신분을 속인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레드 헤링이 가득 뿌려져 있다.
그리고 그건 모두 조금씩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되었다.
"혹시 메레디스 국장을 아시오?" 카라가 갑작스레 질문을
했다.
"네,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어요." 홀랜드 양이
대답했다.
"그는 비상한 데가 있는 사람이오." 카라가 말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기가 절대 먹히지 않을 사람이지."
홀랜드 양이 흥미롭다는 듯 카라를 쳐다보며
물었다.
"가장 좋아하는 무기라니요?"
"두려움." 카라가 말했다.
(p.170)
그러나 범인 추적보다 흥미로운 요소가 있었다. 그것은 카라라는 인물이 자신이 좋아하는 '무기'에 대해 비서에게 말하는 부분이다. 그는
'두려움'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무기라고 말한다. 앞부분에서는 단순히 언급하지만 뒷부분에 그가 어떤 식으로 그 무기를 활용했는지 피해자의
입으로 밝혀진다. 나를 이 책으로 이끈 아마존 서평이 떠오른다. 애거사 크리스티. 심리적인 요소, 상대의 두려움을 건드리는 것이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이 크리스티의 몇몇 작품을 떠오르게 했다.
여기에 범인을 쫓는 인물들의 로맨스까지 살짝 얹어졌다. 끌리는 요소들을 참 많이도 담아뒀구나, 생각했다.
앞 책날개에는 에드거 월리스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는 다작하는 작가였다고 한다.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 주목할만한 건 그중
160여편이 영상화 되었다는 사실이다. <트위스티드 캔들>을 읽으면서 확실히 영상화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길게
설명하는 부분이 없었고, 인물들의 행동 위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은 가독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었다.
다만 이 소설은 '탐정 소설'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할 것 같다. '경찰 소설'이라고 하기도 조금 애매하다. 그들이 범인을 체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활약이 크지도 않다. 경찰은 그저 등장인물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 이 지점이다. '모든
것'을 아는 건 독자 밖에 없다. 범인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각각 비밀이 있었고, 공유되지 않은 비밀들이 있었다. 마지막에야 모든 비밀이
밝혀지고, 조각들이 맞춰진다. 탐정 소설이 아닌 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런 구성 자체는 꽤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