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1 얼음과 불의 노래 1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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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반지의 제왕` 이후 최고의 판타지 소설. 실제 역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탄탄한 인과관계와 통찰력있는 드라마, 완벽한 구조의 서사 등 수식이 따로 필요없을 정도의 완벽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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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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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전반적인 문학적 성취는 미스테리 서스펜스 장르물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문학적 기교와 서사적 기교, 인물 드라마 등 모든 요소가 가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7년의 밤은 지금까지 한국 문학이 이뤄온 성취에 대한 작은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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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잇셀프 Fear Itself 시공그래픽노블
매트 프랙션 지음, 스튜어트 이모넨 그림, 임태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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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마블 히어로들이 브라운관에서 대활약하면서 지면으로도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우연히 청계천 헌책방에서 만나게 된 미국 코믹스에 순식간에 빠져들었지만, 한창 때는 구입 방법을 몰랐고(인터넷이 없던 90년대 초반),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자 자금력이 딸렸는데(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해 원서를), 이제는 한글 정발판을 마음껏 구할 수 있다니 기쁘지 아니한가!!! 

 게다가 이제는 5년 안팎의 비교적 최근의 이벤트들을 만날 수 있다니, 환호작약하지 아니할 수 없다. 

많은 정발 번역본과 전문 블로거님의 활약으로 미국의 만화 제작 시스템이 잘 알려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래픽 노블은 술술 읽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국내에 라이선싱된 타이틀들은 대부분 크로스오버 대형 이벤트로 타이틀 별 독자적인 이슈들은 만나보기 어렵다. 그나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나 토르, 헐크의 경우엔 몇몇 이슈가 발매되어서 [시빌 워] 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실체를 만나볼 수 있었지만, 여전히 발매 순서는 뒤죽박죽에 딱히 '넘버링' 도 없는 까닭에 연속극에 익숙한 한국 독자들에게 마블과 DC히어로들은 아직 가까운 존재들이 아니다.

 특히 영화를 통해 히어로들을 먼저 접한 독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터.


[피어 잇셀프] 는 

히어로들이 시빌워([시빌워])에 정신없는 동안 스칼렛 위치의 농간([하우스 오브 엠)]에 정신없던 X 맨들은 호프를 둘러싼 대소동([메시아 컴플렉스])을 일으키고, 

초인등록법안 찬성파의 승리로 시빌워가 마무리 되는 동안 쉴드가 힘을 잃고 세상이 정신없는 사이에 노먼 오스본이 마각을 드러내고([썬더볼츠]), 

외계인들이 쳐들어와 한바탕 대 난리를 피우는 사이 소원했던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사이가 다시 조금 좋아지나 싶더니 노먼 오스본이 본격적으로 권력을 틀어쥐게 되고([시크릿 인베이전]), 

노먼 오스본은 결국 쉴드를 와해시키고 해머라는 단체를 만들어 야욕을 불태우다가 망하고([다크 어벤저스]), 

이 사이에 피닉스 포스가 지구로 오나 안오나 모르겠지만([어벤저스 대 엑스맨]) 

암튼 그렇게 시빌워로 어긋났던 어벤저스가 다시 하나로 잘 모이게 된 후의 이야기다.

브루스 베너는 베티와 결혼해서 잘 사는 듯 보이지만, 베티를 쉬 헐크로 만들어 놓았고, 레드 헐크가 되었다가 그냥 헐크가 되었다가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캡틴 아메리카를 버키에게 물려준 스티브 로저스는 쉴드의 얼굴마담이 되어 있고, 레드스컬의 딸 '신'이 새로운 스컬이 되어 하이드라의 유지를 잇고 있다. 

 

펜슬러가 스튜어트 이모넨!! 내가 제일 좋아하는 원화가들 중 한명이다.

표정 묘사가 정말 좋고 데셍이 정말 뛰어나다. 이 원화가는 예전에 DC의 [슈퍼맨: 시크릿 아이덴티티] 에서 처음 보고 훅 빠져들었었는데, 이후에 원서로 'All New X-Men' 을 구입했을 정도로 좋아한다.


어쨌든 책을 펼치니, 아스가르드가 아작나있다. 

중간에 무슨 이벤트가 있었는지 가물가물한데, 시공사의 발매 예고를 보니 [시즈]가 있더라.

아, 맞다. 아스가르드가 지구에 떨어졌었지. [시즈]는 나도 아직 못봐서 잘 모르겠지만, 여튼, 아스가르드가 아작난 사이 오딘의 옛 숙적이 지구로 향한다. 그 와중에 몇몇 히어로들이 휘말리고 무정한 신 오딘은 자신의 숙적을 물리치기 위해 지구를 통째로 날릴 계획을 세운다.


[시즈] 와 [피어 잇셀프] 는 사실상 토르의 타이틀이나 다름없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뒤에 [ULTIMATE] 이벤트가 진행되는데, 내가 갖고 있는 [ULTIMATE] 이슈가 [NEW ULTIMATES - THOR REBORN] 이어서, 안되는 영어로 띄엄띄엄 읽으며 '에? 토르가 언제 왜 죽었지?' 싶었는데, [피어 잇셀프]를 보니 그 궁금증이 풀렸다. (헉 스포일러) 

이런 크로스 오버 타이틀의 경우는 언제나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이 눈을 즐겁게 해주는데, [피어 잇 셀프] 역시 기대를 확실히 충족시킨다. 특히 서펀트에 의해 세뇌된 헐크+씽 vs 토르의 격전은 정말 볼만하다.


 


결론은,


THOR - GOD OF THUNDER - 정발해 주시면 안되용???


http://foreign.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785168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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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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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작가를 만날 땐 초기작보다는 후기작을 만나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게다가 그 작가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탄탄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그의 거대한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세계의 태초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법이고, 그가 밟아온 발자취를 거꾸로 되짚어보는 즐거움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성장과 발을 맞추는 것보다 더 매혹적이다. 

오에 겐자부로의 데뷔 50주년을 기념작이라는 이 작품은 그 명성에 비해 대단히 얇았다.
별 막힘 없이 술술 읽어내려갔다. 책을 비교적 천천히 읽는 편임에도 상당히 빠르게 읽어냈고, 다 읽은 뒤의 첫마디는,
"음?? 으으으음?????"
이었다.
자연스럽게, 다시 한 번 빠르게 읽어보았다.
다시 읽어가면서는 
"음?! 으으으음!!!!!! "
이라는 경탄의 감탄사로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읽을 수록 묘한 매력을 뽐내었다.
우선, 무척 얄팍한 나의 독서 경력에 비춰봐도,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현대문학 전반의 모든 기법들이 조금씩 다 눈에 띄었다.
회상을 통해 서사가 펼쳐지고, 미하엘 콜하스 영화의 각본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작품 전체를 하나의 메타 픽션처럼 보이게도 한다. 초반부엔 미하엘 콜하스 영화화 계획이 '엎어진 사건' 을 언급함으로써 미스테리어스한 소품을 하나 던져 놓으며 회상 위주의 서사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사쿠라의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을 좇아 공개하는 과정은 한 편의 스릴러로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당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그 뿐인가, 고모리라는 캐릭터는 일본의 멜로물에서 자주 보이는 상냥하면서도 정력적인 남성형으로 사쿠라와 작중 화자와 묘한 삼각관계를 만듦으로써 한 편의 치정 멜로물을 연상케도 한다. '메이스케 이야기' 를 취재하는 과정은 논픽션, 르포타주를 보는 듯 하고, 작중 화자와 아들 히카리와 관련된 소소한 일상들은 자전적 소설이나 산문이라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따스하고 평안하다. 미하엘 콜하스 영화 계획에 관련된 디테일한 설정들은 너무나 꼼꼼해서 무척 현실적이기도 하다.
 정말 여러 플롯들이 촘촘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초반에 등장하는 복선들도 빠짐없이 수거하고, 대사 하나, 인물 한 명, 심지어 문장 하나까지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때문에 책의 두께는 얇지만 내러티브가 굉장히 풍성하다.  

작품의 마무리가 연극이라는 형태를 통해 보여진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연극은 고대 제의에서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인류의 유희 중 하나로써, 희곡의 뿌리가 되고, 시인들을 잉태했으며, '타인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 일종의 소설적 기법들의 원천과 다름없다. 작품의 주요 서사가 대본을 쓰는 과정이었고, 그 과정 중에 만들어진 결과물이 결국엔 연극을 위한 대본 -희곡과 약간은 다르지만- 이 된다는 점은 무척 인상적이다. 
'메이스케 이야기' 를 취재하는 과정들 역시 그러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 '구전' 또한 문학을 태동하게 한 수많은 뿌리들 중 하나가 아닌가.

이러한 나의 얄팍한 독서 경력에 빗댄 어줍잖은 문학적(?) 접근은 차치하고, 이야기와 인물 자체가 참 흥미롭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타이밍 좋게 물음표들을 던지며 서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서두에 언급했듯, 처음엔 꼬부랑 노인인 작중 화자와 중년인 아들 히카리의 애틋한 부자간의 광경에 안타까워 할 겨를도 없이 지우인 고모리와 만나고 과거 회상이 시작되면, 문학적 기교들이 정신없이 춤추기 시작한다. 숨막히는 서사를 따라가다보면 엄청난 내러티브들이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지나쳐가고, 그 충격은 책장을 모두 덮고 난 뒤에야 비로소 후두둑 몰려온다. 
여백이 많은 듯 보여서 곱씹기 시작하면, 서사를 쫓아갈 수 없고, 단순한 듯 보이는 내러티브들엔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서, 풍부하다 못해 풍만하다.  

아마도 책을 처음 다 읽은 뒤에 했던
"음? 으으으음??????" 
은 온통 '익숙하면서 새로운' 묘한 감상 때문이었으리라.

난 이 작품을 온전히 작가인생의 말미에 다다른 한 노작가가 지금까지 자신의 창작세계를 지탱하게 해 준 뮤즈 '하얀 관의의 소녀(애너벨 리)' 를 보내고,  스크린 속의 가공된 인물이었던 '에너벨 리-사쿠라' 를 떠나보내고 '고모리' 라는 지우이자 새로운 뮤즈를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읽었다. 
작중 화자인 '겐산로'; 절친한 이들에겐 '겐자부로' 라고 불리는 이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굴레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 히카리라는 굴레를 짊어지고 있었다. 노벨상을 안겨주었을 지도 모르는 여러 창작 동인 중 어린 시절 뇌리에 강하게 박혔던 영화속 주인공 '하얀 관의의 소녀' 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가며 이미 잊혀진 지 오래. 그는 자신에게 노벨상이라는 영광을 가져다 주었던 그 펜을 거의 다 꺾은 시점이었는데, 그의 삶 속에 다시 그 소녀를 끌어 올린 이는 다름 아닌 고모리였다.
작중 화자이자, 작가 그 자체로 보이는 겐산로에게 뮤즈였던 '하얀 관의의 소녀' 를 지운것은 고모리였고, 다시 끌어올린 이도 고모리였으며, 또 다른 뮤즈가 된 이도 고모리였다.

이 리뷰를 적어가던 도중,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였던 독서모임에서 "명호씨에게는 어떤 뮤즈가 있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더랬다.
개인적으로 뮤즈는 그렇게 아무 창작자에게 찾아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뮤즈는, 신이다. 대중의 반응이 아닌 뮤즈만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작자는, 말 그대로 '뮤즈의 사랑' 을 받은 작가가 아닐까 싶다. 아무나 찾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아무에게나 오는 존재는 아니라고 본다. 태어나서 글을 한 번 써 본 적 없는 사람도 '사랑하는 이;뮤즈' 를 위해서는 책 한권을 족히 써낸다. 
받아쓰기 이외에 단어를 써 본 적 없는 초딩들도 사랑하는 짝꿍을 위해 두세문장의 아름다운 글을 써낸다. 하늘에 떠있는 달과 별들,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예쁜 문장들을 만들어낸다. 뮤즈란 바로 그런것이다. 

인간이 신의 모습을 닮았다면, 그 가장 강력한 증거는 창조의 능력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창조는 단순히 나와 똑 닮은 자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글을 통해 누군가의 머릿속에 완벽한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고, 완벽히 살아 숨쉬는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스칼렛 오하라와 제임스 본드, 해리 포터, 루피와 나루토. 그리고 분명 한 때는 환웅과 웅녀, 단군까지 내 옆에서 살아 숨쉬는 인간처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간, 야훼와 싯달타도 그렇게 '인간이 창조해 낸 이야깃속 인물' 로 꼽히게 될 시절이 올지도.

여튼, 
작품을 보는 내내 나는 작중 화자가 '하얀 관의의 소녀' 와 '사쿠라' 그리고 '고모리' 라는 뮤즈를 가질 수 있었음을 질투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신의 모습을 떠나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특징을,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 이라고 생각한다.
인간들은 그 누구에게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그 재능은 이제 막 말을 튼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에 이르기까지 거의 비슷하게 발휘된다.
특히 자신이 궁지에 몰렸을 때.^^ ㅋㅋ 

이야기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는 엄마가 과자를 나로부터 숨기지 않는 세계, 어떤 달콤한 사탕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세계를 상상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아마도, 태초의 이야기는 그렇게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터다. 
지금도 여전히 이야기들은 누군가의 결핍을 채워줄 때에 수많은 '대중' 들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니까.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는 한 노작가가 평생을 걸쳐 스스로의 결핍을 충족하기 위해 몸부림쳐 온 결과가 아닐까?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문득, 결핍을 충족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떠올리게 된 건 아니었을까?  
문학이란, 나아가 예술이란 인간 각자의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임을 깨달은 것이었을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결핍을, 가장 보편적인 소재를 가지고, 가장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물이 바로 이것일까?
노벨상을 받은 80대의 노작가가 70대에 발표했던, '삶의 마지막일 수 있겠다' 싶었던 작품을 통해서 그 답을 보여주려 했을까?
아니, 아니다.
문학은 결코 답을 내려줄 수 없다.
결핍을 채워준다는 것이 어떠한 의문에 답을 내려주는 것과 같을 수 없다.
문학은 언제나 질문이었다.
문학과 예술은 질문의 또 다른 방식이었다.
태초의 질문이 "뭐에요?" 였다면,
문학과 예술은 " '이건' 뭐에요?" 이다. 
질문의 주체???
그걸 정말 모르신다고??

바로 삶이다.

인생은 삶에 대한 질문이다.
문학은, 
예술은
아주 약간 더 구체적인
질문이다.

그리고 ,
한 대가가 남긴 좀 더 구체적이고도 좀 더 복잡한 질문이,
요기 있네. 

그리고 난 이제, 이 작가가 이 질문을 하게 된 과정을 좀 더 살펴볼 예정이다.
그러면, 어쩌면 나도, 이런 질문을 하게 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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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 - 멀쩡한 사람도 흡입하게 만드는 주당 부부의 술집 탐방기
오승훈 지음, 현이씨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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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개신교 교회에서 기존의 신자가 새로운 신자를 이끌어 오는 일을 '전도' 라고 한다.

한자로는 傳道 라고 쓴다.

이 책의 제목은 유명한 사자성어인 주객전도主客顚倒 에서 주인 주主자를 술 주酒 자로 바꾸어서 술과 손님; 그러니까, 술이 주인이라면 손님은 안주일터,술과 안주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뜻으로 쓰였지만, 책을 덮은 뒤에 생각난 주객전도의 의미는 그것이 아니었다.

이 책의 제목은  酒客顚倒 가 아니라 酒客傳道 라고 고쳐야 한다!!!!!!

흔히 논쟁을 즐기는 사람들을 논객論客 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술을 즐기는 사람은 응당 주객酒客 이라 불러야 할 터.

즉, 이 책은 술을 즐기는 자의 도리를 전파하는 책인 것이다!!!! 

책의 앞표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 표지를 감상하는 그 순간까지 시종일관 키들거리게 만드는 이 책은, 아마 미국에서 출간되었다면 출판사 관계자들이 진지하게 지은이에게 알콜중독 상담을 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술냄새가 풍기는 책이다. 

어딜펴도 코끝을 찌르는 맥주와 소주의 향이 온갖 맛집들의 시끌복작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와 함께 저자인 a.k.a. 'X기자' 와 영원한 술친구 '와잎' 의 알콩살벌한 부부생활이 거하세 펼쳐진다.

육아전쟁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고고한 역사의 흐름속에서 와잎에게 꼭 붙들려 있는 X기자의 저녁시간 사수를 위한 눈물겨운 사투와 마치 손바닥 위 손오공을 바라보는 석가여래처럼 X 기자를 꿰뚫는 와잎의 밀당은 실로 유쾌하기 그지없다. 


한국인의 술 소비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주폭이나 음주운전이 사회적인 큰 문제거리로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알콜중독에 대한 경계는 거의 없는 것이 우리 사회다.

권위주의적인 회식, 접대문화가 사회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 젊은 사람들을 딱히 동갑내기들과 할 일이 없다. 함께 즐길 레포츠가 발달한 것도 아니고, 지속적인 청년 실업으로 경제적 여유가 줄어들어 있다고 해도 즐기기가 힘들다. 육아는 어느새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의 몫이 되었고, 회사 사정에 따라 임신조차 불가한 경우도 많고, 사실은 연애부터가 만만찮은 요즘의 젊은이들이다. 

그나마 술이라도 있으니, 팍팍한 사정에도 좋은 안주에 행복하게 한 잔 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기대치 않던 사랑이 움트기도 한다.


나도 술을 참 좋아한다.

10년 넘게 일주일에 적어도 8시간 이상씩 꽤나 하드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땡이가 투실투실한 드럼통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토록 열심히 운동을 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걱정스럽게도 혼자 마시는 술이 늘어서 X기자와 와잎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광경이 부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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