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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 - 멀쩡한 사람도 흡입하게 만드는 주당 부부의 술집 탐방기
오승훈 지음, 현이씨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흔히 개신교 교회에서 기존의 신자가 새로운 신자를 이끌어 오는 일을 '전도' 라고 한다.
한자로는 傳道 라고 쓴다.
이 책의 제목은 유명한 사자성어인 주객전도主客顚倒 에서 주인 주主자를 술 주酒 자로 바꾸어서 술과 손님; 그러니까, 술이 주인이라면 손님은 안주일터,술과 안주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뜻으로 쓰였지만, 책을 덮은 뒤에 생각난 주객전도의 의미는 그것이 아니었다.
이 책의 제목은 酒客顚倒 가 아니라 酒客傳道 라고 고쳐야 한다!!!!!!
흔히 논쟁을 즐기는 사람들을 논객論客 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술을 즐기는 사람은 응당 주객酒客 이라 불러야 할 터.
즉, 이 책은 술을 즐기는 자의 도리를 전파하는 책인 것이다!!!!
책의 앞표지를 펼치는 순간부터, 마지막 표지를 감상하는 그 순간까지 시종일관 키들거리게 만드는 이 책은, 아마 미국에서 출간되었다면 출판사 관계자들이 진지하게 지은이에게 알콜중독 상담을 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술냄새가 풍기는 책이다.
어딜펴도 코끝을 찌르는 맥주와 소주의 향이 온갖 맛집들의 시끌복작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와 함께 저자인 a.k.a. 'X기자' 와 영원한 술친구 '와잎' 의 알콩살벌한 부부생활이 거하세 펼쳐진다.
육아전쟁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고고한 역사의 흐름속에서 와잎에게 꼭 붙들려 있는 X기자의 저녁시간 사수를 위한 눈물겨운 사투와 마치 손바닥 위 손오공을 바라보는 석가여래처럼 X 기자를 꿰뚫는 와잎의 밀당은 실로 유쾌하기 그지없다.
한국인의 술 소비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주폭이나 음주운전이 사회적인 큰 문제거리로 자리잡은지 오래지만, 알콜중독에 대한 경계는 거의 없는 것이 우리 사회다.
권위주의적인 회식, 접대문화가 사회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 젊은 사람들을 딱히 동갑내기들과 할 일이 없다. 함께 즐길 레포츠가 발달한 것도 아니고, 지속적인 청년 실업으로 경제적 여유가 줄어들어 있다고 해도 즐기기가 힘들다. 육아는 어느새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의 몫이 되었고, 회사 사정에 따라 임신조차 불가한 경우도 많고, 사실은 연애부터가 만만찮은 요즘의 젊은이들이다.
그나마 술이라도 있으니, 팍팍한 사정에도 좋은 안주에 행복하게 한 잔 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기대치 않던 사랑이 움트기도 한다.
나도 술을 참 좋아한다.
10년 넘게 일주일에 적어도 8시간 이상씩 꽤나 하드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땡이가 투실투실한 드럼통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반대로 그토록 열심히 운동을 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걱정스럽게도 혼자 마시는 술이 늘어서 X기자와 와잎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광경이 부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