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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철학의 풍경들
진동선 글.사진 / 문예중앙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이번달 신간평가단이라는 이름으로 알라딘에서 날아온 두권의 책.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과 [사진철학의 풍경들] 이다. 알라딘 신간 평가단은 각 분야별 20여명의 회원들이 매 달 초 발간된지 2달 이내의  신간들을 2권 이상 추천하고, 담당자가 그것들을 모아 가장 많은 회원들이 선택한 두권의 책을 선정하여 회원들에게 보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즉, 두권의 책은 랜덤으로 조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이번에 날아온 두 권의 책은 얄궂을 정도로 연관성이 있다. 미술의 역사가 크게 변화하던 시기. 그 변화의 시발점에 카메라라는 기계의 출현이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다. 미술사의 큰 변화가 시작되는 아방가르드 시대의 미술가들은 '자연을 묘사하는 행위는 가장 커다란 실수였다' 라며 화가 내면의 세계를 캔버스에 옮겨내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카메라가 자연을 완벽하게 묘사하는 행위를 이미 충분히 해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단순히 자연을 눈에 보이는 대로 묘사하는 행위가 영혼이 있는 인간적인 것이 아닌 기계적인 '기술' 로 받아들여졌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피사체를 '담는' 기기에 불과했던 [사진] 은 오래지 않아 예술로 발전하게 되는데, 거기엔 역시 미술의 영향이 컸다. 고전 미술이 가지고 있던 구도와 오브제의 배치 기법들이 사진속에 그대로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사진속에 녹아있는 미술적인 '맛' 들이 사진을 일찌감치 예술의 한 분야로서 받아들일 수 있게 했고, 탁월한 감각을 지닌 사진작가들의 출현으로 사진 예술은 점점 더 발전해 나아갔다. 
 

 '미술' 의 현대적인 발전은 형形과 색色을 버리고 한계를 깨는 것이었다.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시각' 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다. 한편, 비슷한 시기 사진은 어떻게 발전해 나아갔을까? 태생적으로 형과 생을 버릴 수 없는 매체인 사진. 화가들이 자신의 내면을 캔버스 위에 녹여내고자 했을때, 사진가들은 자신의 내면을 어떻게 피사체에 투영시켰을까?  

 3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툼한 책은 사진의 예술성을 총 망라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지성적, 감성적 접근을 위해 책을 크게 다섯개의 단락으로 구분지었다. 

먼저, '인식의 풍경', 그리고 '사유의 풍경, '표현의 풍경' 과 '감상의 풍경'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의 풍경' 이다. 인식의 풍경에서는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보는 것이 눈으로 보는 같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유의 풍경에서는 시간의식과 기호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표현의 풍경에서는 조형과 사진심리, 인상과 인식, 차이와 반복 등 사진이 담고 있는 '감각' 에 대해 다루고 있고, 감상의 풍경에서는 미와 진리를 지향함으로써 결국 사진 또한 미학을 넘어 예술의 근원과 맞닿아 있음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마음의 풍경에서는 사진이 왜 그토록 사회적인 실천인지, 왜 이미지 수사학인지, 어떻게 필수적인 유희와 욕망의 수단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책은 완전히 하나의 도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양의 사진이 실려있다. 작가는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독자들에게 또렷히 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그 시도는 상당부분 통하고 있다. 이 책의 대상은 전문 사진작가부터 일반 독자들까지 아우르고 있는데, 수많은 이론서들과 철학서들을 인용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자신의 '기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 

 예를들어 책에는 '스티븐 쇼' 라는 미국의 사진 작가이자 이론가의 말을 빌려 사진 감각을 후천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 거의 초반부에 실려있는데, 작가는 독자들에게 사진감각에 대한 열린 마음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학' 이라는 무거운 단어와 달리 책은 초반에는 아주 쉽게 읽힌다. 수많은 사진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기도 하지만, 설명에 따라 잘 배치되어 있다. 독자 친화적인 설명 방식도 맘에든다. 인용구를 인용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다시 한 번 쉽게 풀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상당히 어려워진다. 사진의 기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사진이라는 행위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관념' 을 '설명' 한다는 행위는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다. 책을 읽어 나가다 보니 저자 스스로도 아직 완벽히 정립시키지 못한, 즉 관념 자체는 명확하지만, 남에게 풀어서 설명하기에는 아직 완전하지 못한 관념론까지 등장하는 듯 하다.  

 책을 읽어가다 보니, 카메라가 살아있는 하나의 생물과도 같다. 때로 이 카메라라는 녀석은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해주기도 한다. 바로 나 자신의 내면이다. 저자는 존 사코우스키라는 사진이론가의 말을 빌려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자아를 향한 내면의 응시 - 거울" 로서의 역할과 "타자를 행한 외면의 응시 - 창" 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한다. 
 

 눈은 얼굴 밖으로 돌출되어있는 뇌이다. 전에 다른 책의 리뷰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모습을 갖춰가는 광경을 보면, 먼저 뇌가 생기고, 그 뇌에서 더듬이처럼 가느다른 두개의 돌기가 비죽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이 눈이 된다.  눈은 뇌의 두개골 외부 출장소와 같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뇌가 인식하는 장면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동안, 꽤 어려운 개념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적어도 나 역시 이제 사진을 보며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테니까. 

"당신의 사진은 거울의 시선입니까? 창의 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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