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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속의 영화 - 영화 이론 선집 현대의 지성 136
이윤영 엮음.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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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신간 평가단이 아니었으면 절대 보지 않았을 책. 

 개인적으로 영화라는 매체를 아주 좋아하지도, 아주 싫어하지도 않는 중간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주로 극장에 찾는 이유도 데이트 아니면, 상상력을 거대한 화면에 담아낸 SF나 판타지류를 보기 위해서이고, 연애를 등한시하는 최근 얼마간은 극장에서 본 영화는 손에 꼽는다. 난 영화를 접할땐 문학이나 만화등과 비슷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거기에 시각적인 효과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다. 눈으로 즐기는 영화인데 글과 같이 스토리 텔링만 놓고 즐긴다는 것은 뭔가 좀 아쉽고 아깝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는 이야기는 물론 화면, 음향, 배우의 연기까지 모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게 단편적인 조각들로만 접했던 [영화]. 이 책은 나와 같은 일반인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이론서적일뿐더러 기존에 통용되던 영화에 대한 패러다임을 부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는 책이다.  

 '이론 선집' 이라는 카테고리 답게 이 책은 여러 영화 이론가들이 영화를 나름대로 정의한 것을 모은 책이다. 1929년에 발표된 이론부터 시작되어 챕터가 진행될수록 1992년에 덧붙여진 내용까지 아우른다. 책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화 이론가들을 끊임없이 영화를 다른 무언가와 빗대며 영화에 대한 본질을 파헤쳐 간다. 일본의 하이쿠부터 시작해서 연극, 소설, 사진에 이르기까지. 예술로서 접근하기도 하고, 예술과는 별개로 접근하기도 하며, 촬영 기술을 다루기도 하고, 배우들의 연기를 다루기도 한다.  

 때문에 사실 영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료한 대답을 얻기를 힘들다. 영화는 언어라고 하면서도, 예술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아니라고도 한다. 영화가 언어라면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다른 장에서는 영화는 예술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지만, 예술은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책의 각 챕터들은 서로 다른 이론을 가진 완벽히 다른 각각의 영화에 대한 접근이라고 봐야 옳다. 때문에 초반에는 자꾸 앞  이론과의 연관을 찾으려고 애쓰는 바람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지만, 각 챕터를 별개의 책으로 보게 된 뒤로부터는 술술 잘 넘어갔다. 이런 이론 선집을 접해보지 못했던 개인적인 오류였던 셈이다. 

 이 책은 각 챕터별로 영화를 이론적으로 파고든 포인트 부터가 전혀 다르다. 물론 가장 초반에 등장하는 1929년에 씌여진 '영화의 원리와 표의문자' 챕터는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개념 전체를 아우르는 도입부와도 같은 챕터이지만, 뒤로 갈수록 영화의 한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그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점점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아가게 되는 것이다. 가장 첫 챕터에 씌였던 칼럼은 영화를 일종의 함축적인 문자의 개념에서 접근했다면, 뒤로 가서는 영화 자체가 개념과 관념 전체를 표현해내는 일종의 행위로 본 것이다. 문자 - 언어 - 개념 그 모든 것들을 포괄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해오고 본질 자체가 변화해가는 영화라는 매체를 보는 것은 상당한 재미였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단어들이 결코 어렵지 않게 쓰여졌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오히려 다른 영화 기법서들처럼 이런저런 전문용어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예를 들고 있는 수많은 영화 제목들이나 수많은 영화 관련 인물들의 이름이 가장 어렵게 느껴질 정도로 쉽게 잘 풀이되어 있다. 가끔 등장하는 전문용어들도 굉장히 쉽게 풀려 있으며, 탁월한 이론가들 답게 '남들에게 풀어서 설명하는 법' 을 아주 능숙하게 행하고 있다. 물론, 번역과 구성이 무척 쉽게 되어 있어서 책 자체에 상당히 공들였음을 알 수 있다.  

 알라딘 신간평가단이 아니었으면 결코 만나보지 못했을 책이지만, 영화 전문가나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접해볼 만한 책이다. 리뷰 마감을 늦춰가며 다 읽은 가치가 충분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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