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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책 제목부터 호감도 상승이다.
특히, 꼭 가고 싶지 않았지만 사회생활을 위한 모임에 다녀왔거나
아니면 정말 기다렸던 외출인데 왠지 찜찜하게 끝났다면
편안한 집에서 더욱 편안한 옷만 걸치고,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서
읽다가 만 책이나 읽을걸.. 하고 아쉬워했던 사람들에게는
진정으로 와닿는 제목과 표지!! ^^
<책이나 읽을걸>의 저자 유즈키 아사코는 81년 생으로
여고생들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고 부드러운 문장으로 묘사한
단편소설 <포겟 미, 낫 블루>로 데뷔한 작가이다.
여성 캐릭터를 탁월하게 현실감있게 건져 올리는 능력이 출중한 작가는
자신의 독특한 시각으로 세계 고전을 소개하는 에세이로도 사랑받았다.
이 책은 그 에세이를 엮은 것이다.
프랑스 문학, 일본 문학, 미국 문학과 영국 문학을 두루 다루며
우리가 익히 아는 고전(여자의 일생, 보바리 부인, 적과 흑 등)부터
이 책에서 발견해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악녀에 대하여, 나사의 회전 등)을 지금 현재의 일상과 솜씨좋게 솔기없이 연결한다.
작가는 <세계명작극장>처럼 꾸준하고 오래, 날마다 같은 느낌으로
제목만큼은 누구라도 아는 고전 명작을 읽어나가고 싶은 마음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명작을 읽어나갔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나 심리를 작가의 아주 작은 단서를 통해 유추하며
주인공들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세지를 읽어내는 과정을
일본작가 특유의 디테일을 살리는 섬세함으로 한 땀 한 땀 수놓아
글로 표현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생각했던 주인공, 원작자가 그려내고 싶었던 주인공,
그리고 <책이나 읽을걸>의 저자 유즈키 아사코가 해석하는 주인공까지
마치, 진흙덩어리였던 두상이 조각칼과 손길로 점차 모양을 잡아가며
입체적이 되어 가는 기분을 책장을 넘기며 느낄 수 있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맞아 맞아!" 하며 공감하며 수다를 떨다가
<주홍글자>에서 헤스터를 불륜의 낙인 A마저
패션 잇템으로 바꾸는 패셔니스타라고 얘기하는 부분이나,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그 고전이 떠오르지 않다가
에세이를 다 읽고 나면 그 제목이 그야말로 딱 맞아 떨어져서
"앗!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하고 감탄하는 기분을
(방구석이나 퇴근길 차 안에서 홀로) 편하게 누릴 수 있다니! ^^
내가 읽었던 책이 나오면 반갑고,
이것도 '고전'으로 분류되는거야? 싶어 뿌듯하다가
어렵기도 하고 두껍기도 하며 무엇보다 그 시대를 몰라
주인공의 선택과 상황들이 제대로 이해가지 않았던 고전에 대해
한번쯤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호기심과 호감을 끌어올리는 작가의 영업(!)력이 빛을 발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