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인가.
비기너 비기닝... 찾아도 찾아도 안나오길래,결국 가방에 있는 책을 꺼내와 보니비거닝.비건이 무엇인지 관심이 있거나 궁금한 사람이처음에 접하면 참 좋을 것 같다.필자들은 모두들 비건을 실천하며, 열의를 가졌다가 실패를 맛보거나 시들해져봤거나 하는 경험들이 있는환경에 박식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옆집 언니나 형 옆에 앉아서 편안하게 모험담(?을 듣는 기분의 짤막짤막한 에세이 모음집.
감정선을 참 섬세하게 다듬어 끌고가는 힘을 가졌다.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씨.캐릭터들의 각각의 애티튜드는 그냥 생각하는 대로 나왔다기 보담 오랜 관찰과 고심을 통한 것이 아니었을까.전편은 뭔가 압박과 부담스러운 기교가 느껴졌다면,이번 속편에서는 물 흐르듯 힘을 뺀 전개가 편안하게 다가와 한층 무르익은 작가의 솜씨를 엿볼 수 있었다.- 덕분에 더이상 개인적인 소설 기피증을 들이대 불평을 하기는 좀 힘들어져 버린.여전히 세상이 변해가는 얘기들을 잡다하게 끌어왔으나 좀 더 세련되게 에둘러 하고 싶은 얘기들을 했고,작가 스스로가 60대에 진입한 탓인지 중심 인물인 올리브를 전편보다는 능숙하게 컨트롤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솔직히 죽음에 대한 얘기는 불편하다. 진짜로 혼자가 된다는 상상은 더 불편하다.이 책을 30대나 그 이전에 읽었다면 아마 조금은 더 감상적인 기분이 되지 않았을까.하지만 지금은 살짝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은 듯. - 주인공이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허세 부려봤자 허세라는 걸 인정해야만 할 날이 올 것이라는 느낌이 슬슬 오는 것.레오나르도다빈치 전기를 쓴 월터아이작슨씨가 주변에 호기심을 가지면 삶이 변한다는 그런 뉘앙스의 얘기를 했었는데,(금붕어라 뉘앙스 정도의 기억이 최선) 이 작가야말로 다채로움을 지닌 눈길로 주변을 바라보며 평생 호기심어린 삶을 살아가는가 싶어,내심 부러워졌다.
소설을 많이 읽진 않지만 여성성이 두드러지는 여성작가의 소설은 특히 취향이 아니다.- 버지니아 울프와 제인 오스틴은 왠지 좀 예외였지만.작가의 성향이나 시선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그런 얘기들은 마치 독자들에게 동조라도 바라는 듯한 감정적인 태도가 고스란히 묻어나 구태의연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언제나 그런 것들을 견디는 게 쉽지 않다.여기까진 소설에 대한 지극히 구차한 개인적인 감정이고.미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여러 군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브라는 여성에 방점을 찍어 둔 채 엮은 소설이다.살아가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들을 여성의 시각에서 예민하게 바라보고 일상인 듯(소설의 일상은 선택된 것이기에 실상 일상일 순 없겠지만)서술한다.미국의 도심 밖에서 사는 중장년층들이 겪는 삶이 우리와 겉보기 형태는 좀 달라도(거긴 심장병이 소화불량만큼 일상적인 듯) 결국 자본민주주의 안에 사는 현대인은 비슷하구나 하는 동질감과나이 먹어가는 여자라면 느낄 수 밖에 없는 보편적인 감상이, 현대 미국 소설에서 흔히 나타나는 챕터를 엮는 솜씨와 함께 눈길을 붙잡는다.시대적인 흐름을 섞어넣은 이야기들도 재미가 있었지만,올리브라는 주인공이 강력한 캐릭터성을 가진 덕에 수월하게 이미지를 그릴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작가의 미니미?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올리브를 입을 통해 직설적으로 뱉을 땐 웃음이 났다. -911테러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땐 언제나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미니미.에누리 없이 늙어가겠구나, 다시 한 번 되새긴 느낌도.(가뜩이나 갱년기 증세들에 피를 토하는 와중에-)공감하기 좋아하는 많은 여성들이 많이들 공감하며 읽어가겠구나- 하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