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탈혼기.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생애를 구석구석 면밀히 들여다 본다. 탈출할 게 한두가지가 아닌거라. 덩달아 같이 유체이탈하며 스스로를 탈곡하게 되는 재미가 쏠쏠&씁쓸.

“그래서 우리는 반쯤은 반항하면서도 반쯤은 죄의식을 가진다. 그건 죄를 짓는 순간에도 짓지 않는 순간에도 항상 죄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왜 우리가 완벽한 하나님의 어린양이 아닌가에 대해. 금지된 것을 원하는 우리의 비뚤어진 욕망에 대해. 우리의 신은 우리 머릿속까지도, 말이 되지 못한 감정까지도 들여다보고 단죄할 수 있는 신이다. ”

“하진에게 약속한 자서전은 써 주지 못하더라도, 그 대신이라고 생각하면서 문을 활짝 열어젖히듯 이 이야기를 쓴다. 내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고, 우리의 이야기는 네 이야기기도 할 테니까. 언젠가 나는 다시 네게 연락할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국민일보〉가 인용한 영국 언론 〈더 타임스〉 기사도 검색해서 읽어 본다. 이들은 페미니즘 혁명이 낳은 딸이지만, 자기가 남자보다 똑똑하다는 걸 아는 이상 페미니스트가 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과거의 나를 정확히 비추는 문장이 낯부끄럽다. 그런 여자아이가 알파걸이라면 과연 나는 부정할 수 없는 알파걸 세대다.

출발선에 선 우리 앞에 장애물은 없다. 페미니즘 운동이라는 것이 장애물을 치우는 역할을 한 모양이지만, 알 바는 아니다. 과거는 우리 잘못이 아니니 고마울 필요도 없지 않은가. 우리는 달리기만 하면 된다. 게임의 규칙은 이론상 공평하고 우리는 작은 반칙 따위는 거슬리지도 않을 만큼 명백히 우수하다. 아니지, 나는 우리라는 단어로 사고하지도 않는다. 다른 여자애들은 몰라도 나만은 성별에 상관없는 1등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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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꽃 디자인, 이제 가끔 줄글책 보는 딸한테-그림책처럼 하룻밤에 다 읽을 수 없어서 표시해야 하니까-선물로 줄랬더니(읽는 건 나지만 기분은 니가 내볼테야?ㅋㅋ) 재입고 예정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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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하기가 어렵다. 책은 교차로 리아의 이야기-몽 족의 이야기를 배치해놓았는데 중반에 접어드니 리아가 겪는 의학적 고비와 몽족이 거쳐온 사회 역사적 수난의 배경, 그 상관관계가 내게도 본격적으로 가시화된다. 이야기 자체는 몰입할 수밖에 없게 재밌지만 읽기에는 고통스럽다. 가령, 상태가 위독해서 전담 병원으로 아이를 옮기는데 부모는 원래 다니던 병원 주치의가 놀러가느라 애를 그리로 보낸다고 잘못 알고 있고.. 수술과 위험에 대한 카운슬링을 병원측에서는 부모가 이해했다고 기록했는데 부모는 애가 혼수상태에 빠진지도 몰라서.. 잠자는 주사를 줬냐고 묻는..

그들은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었고 실력도 나무랄 데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처음엔 리아의 목숨을 살리느라 너무 바빠 병리 현상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쏟지 못했다. 예를 들어 코파츠는 열두 시간 이상 쉴 새 없이 리아를 돌보는 동안 아이의 성별을 잘못 알고 있었다. "남아의 대사성 산증은 중탄산염을 투약하자마자 가라앉았다."라고 기록했던 것이다. 이런 부분도있었다. "그의 말초 조직 순환은 향상되었고, 맥박 산소 농도계는 동맥혈샘플의 포화와 상관성 있는 수치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의학의 명과 암이 여기에 있다. 환자는 여자아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분석할 증상들의 집합으로 취급되지만 의사는 그만큼 신경을 분산하는 일 없이 생명을 유지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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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섬 이야기 비룡소의 그림동화 110
요르크 뮐러 그림, 요르크 슈타이너 글, 김라합 옮김 / 비룡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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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스포) “생명의 법”을 어기고 죄 지은 결과로 오갈데 없어진 큰 섬 사람들을 당연히 작은 섬 사람들이 받아줄 리 없다고 생각하던 아이의 얼굴이 다음장에서 변하는 걸 봤다. 작은 섬 사람들이 너그럽게 받아주는 장면에서 큰섬 사람들에 잔뜩 화나있던 아이 표정도 금세 녹아 밝아지고… 아이 얼굴에 드러나는 그런 변화를 생생하게 보게 될 때 바깥을 향하는 내 마음의 불퉁함도 조금씩 녹는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말로 백마디 떠들어도 나야말로 “공동체 감각”이 있는 사람인가. (얼마전 북토크에서 배워온 말. 페미니즘 교육이 향해야 할 곳, 방점 찍어야 할 부분에 대한 이야기 중에 나왔다. 이 책 얘기해야하는데!) 어떤 것들은, 내가 어른이랍시고 아이한테 일일이 말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 아이들 마음이 훨씬 너르고 유연하고…. 그림책은 위대하다ㅜㅜ 요르크 뮐러의 그림책 두번째인데 지난 번 책에선 책 속으로 우리를 끝없이 데리고 들어가더니 이번엔 세상사, 인간사 멀찍이 보게 만들어주구.. 대단한 작가시다.

책 읽어주는 게 솔직히 버겁지만 ㅜㅜ 아이랑 나를 같은 선 상의 동료 독자로 만들어주는 경험이라서 이런 책 같이 읽으면 의미가 크다. 아이와 그림책 읽은 것도 가끔은 남겨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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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에 관심없다 보니 연말마다 서점에서 책구경할 때 걸리적거리는 게 많다. 유명했던 책 홍보 매달매일매시매분매초 봤는데 연말 총결산으로 광고 짱짱한 책들 제목 표지 추천사, 굳이 또 봐야 하나? (책에는 불만 없음. 정말 좋아서 유명해졌을 한 두권의 책 저도 소중하게 생각하고요.) 친구가 나한테 올해의 책 뭐냐고 했는데 난 그걸 못하고ㅜ 그냥 매달 “오 이 책 넘 좋은데? 내 마음 속 올해의 책 감이야!!! 1월부터 이래도 될까?”라며 새해벽두부터 수없이 호들갑을 떠는 사람인데다가, 신간을 잘 안보니까 뒷북일 경우가 많다 ㅋㅋㅋ “다들 좋다더니 이럴 줄 알았다. 왜 난 지금 읽은 거야. 흑흑”거리며 주접떠는.. 책 추천으로 늘 은혜를 베푸는 친구가 물어봐주었으니 올해 좋았던 책 꼽아보는 중이긴 한데 그건 나중에 얘기하고.

암튼 그러던 중에 예스24 책아 미안해 이벤트가 눈에 들어왔다. (알라딘에 이런거 써도 되는 거죠?) 안 팔린 책들(증쇄되지 않은 책들..ㅎㅎ) 편집자분들이 자기 책한테 편지(무려 손편지) 쓴 건데.. 되게 눈물겨움 ㅜㅜㅋㅋ 너(책)는 좋은 앤데, 내가 못 팔아서 그래. It’s not you. It’s me……. 구남친스러운 내가 잘할게부터 해서 책제목 n행시 쓰고 출생의 비밀 밝히고 자기 객관화-분열 사이를 오고 감 ㅋㅋㅋ 파주 물류창고에서 책들 얼어죽을까 걱정하고..ㅜㅜㅜㅋㅋㅋㅋ 근데 필력이 쩔어서 그런 와중에도 편지가 넘 웃김 ㅋㅋ 예의상 여기에 링크 붙이진 않겠슙니다. 이 쫄보.. 알라딘 애용하고 있슙니다. ㅋㅋ “30쪽만 읽어보세요”이것도 넘 와닿았다. 꾹 참고 30쪽만 읽어 보면 시작되는 뉴월드 다들 그거 찾아 헤매는 거 아닌가.

아무튼 내가 이걸 적는 이유는 책 리스트 만들려구.. 알라딘에다 해도 되나 고민했는데 책을 어디서든 사든 보든 할거니까 여기에 읽고싶어요 리스트 만들어놓으려고 한다. 교보 몇년전에 통곡의 리스트했다던데 그거 새삼 궁금하다 ㅋㅋ 알라딘도 오열의 굿판 한번 짜보는 게 어떠신지..

리아의 나라도 읽는 중이고, 리스트 보기 전부터 읽어봐야겠다 싶었던 책도 많았지만 페이퍼 적게 된 이유는 저 편지 때문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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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2-08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저 당장 저기 옆동네 구경가봐야겠어요. 내가 잘할게.... 너무 웃기네요.
우리의 출판 현실 생각할 때 웃으면 안 되는데... 아... 웃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2-12-08 13:04   좋아요 0 | URL
웃으면 안되는데 웃게 될 때 할 수 있는 것은 공유겠다는 마음에 ㅋㅋ 언급하지 않은 편지도 재밌죠 단발님 ㅋㅋㅋ

수이 2022-12-08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리스트를 적어줘야 더 잼나죠 유수님아 ㅋㅋㅋ 근데 막 가슴이 찢어진다 웃으면서도 ㅠㅠ

유수 2022-12-08 13:05   좋아요 0 | URL
아니 북플 제가 사용이 서툴긴 한데.. 페이퍼에 열권 밖에 안올라가는 거예요…. 그래서 읽고 싶어요로 저장했는데 그럼 리스트가 안 묶이자나요… 흑흑흑

수이 2022-12-08 13:48   좋아요 1 | URL
글 쓸 때 책 정보를 넣어야 함~ ❤️

다락방 2022-12-08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페이퍼 보고 예스 갔다 왔어요. 리스트 중에 제가 이미 산 책들이 보여 뿌듯하네요? ㅋㅋㅋㅋㅋ(읽지는 않음)

유수 2022-12-08 13:06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다락방님 페이퍼를 기다리며 야금야금 읽어야겠구만요.ㅋㅋ

붉은돼지 2022-12-08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 이거 또 시장을 뒤흔들겠구먼...했는데....나만 재밌었나 봐....유감이야... ㅜㅜ
(거의 모든 안경의 역사 - 유유 손편지)

유수 2022-12-08 13:07   좋아요 0 | URL
읽으셨군요.. 그 구절도 저를 뒤흔들었죠. 나몰라라 한국엄마 그 편지 정말 웃겼어요 ㅋㅋㅋㅋ 반갑습니다 붉은돼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