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탈혼기.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생애를 구석구석 면밀히 들여다 본다. 탈출할 게 한두가지가 아닌거라. 덩달아 같이 유체이탈하며 스스로를 탈곡하게 되는 재미가 쏠쏠&씁쓸.
“그래서 우리는 반쯤은 반항하면서도 반쯤은 죄의식을 가진다. 그건 죄를 짓는 순간에도 짓지 않는 순간에도 항상 죄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왜 우리가 완벽한 하나님의 어린양이 아닌가에 대해. 금지된 것을 원하는 우리의 비뚤어진 욕망에 대해. 우리의 신은 우리 머릿속까지도, 말이 되지 못한 감정까지도 들여다보고 단죄할 수 있는 신이다. ”
“하진에게 약속한 자서전은 써 주지 못하더라도, 그 대신이라고 생각하면서 문을 활짝 열어젖히듯 이 이야기를 쓴다. 내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고, 우리의 이야기는 네 이야기기도 할 테니까. 언젠가 나는 다시 네게 연락할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국민일보〉가 인용한 영국 언론 〈더 타임스〉 기사도 검색해서 읽어 본다. 이들은 페미니즘 혁명이 낳은 딸이지만, 자기가 남자보다 똑똑하다는 걸 아는 이상 페미니스트가 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과거의 나를 정확히 비추는 문장이 낯부끄럽다. 그런 여자아이가 알파걸이라면 과연 나는 부정할 수 없는 알파걸 세대다.
출발선에 선 우리 앞에 장애물은 없다. 페미니즘 운동이라는 것이 장애물을 치우는 역할을 한 모양이지만, 알 바는 아니다. 과거는 우리 잘못이 아니니 고마울 필요도 없지 않은가. 우리는 달리기만 하면 된다. 게임의 규칙은 이론상 공평하고 우리는 작은 반칙 따위는 거슬리지도 않을 만큼 명백히 우수하다. 아니지, 나는 우리라는 단어로 사고하지도 않는다. 다른 여자애들은 몰라도 나만은 성별에 상관없는 1등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