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하기가 어렵다. 책은 교차로 리아의 이야기-몽 족의 이야기를 배치해놓았는데 중반에 접어드니 리아가 겪는 의학적 고비와 몽족이 거쳐온 사회 역사적 수난의 배경, 그 상관관계가 내게도 본격적으로 가시화된다. 이야기 자체는 몰입할 수밖에 없게 재밌지만 읽기에는 고통스럽다. 가령, 상태가 위독해서 전담 병원으로 아이를 옮기는데 부모는 원래 다니던 병원 주치의가 놀러가느라 애를 그리로 보낸다고 잘못 알고 있고.. 수술과 위험에 대한 카운슬링을 병원측에서는 부모가 이해했다고 기록했는데 부모는 애가 혼수상태에 빠진지도 몰라서.. 잠자는 주사를 줬냐고 묻는..

그들은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었고 실력도 나무랄 데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처음엔 리아의 목숨을 살리느라 너무 바빠 병리 현상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쏟지 못했다. 예를 들어 코파츠는 열두 시간 이상 쉴 새 없이 리아를 돌보는 동안 아이의 성별을 잘못 알고 있었다. "남아의 대사성 산증은 중탄산염을 투약하자마자 가라앉았다."라고 기록했던 것이다. 이런 부분도있었다. "그의 말초 조직 순환은 향상되었고, 맥박 산소 농도계는 동맥혈샘플의 포화와 상관성 있는 수치를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의학의 명과 암이 여기에 있다. 환자는 여자아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분석할 증상들의 집합으로 취급되지만 의사는 그만큼 신경을 분산하는 일 없이 생명을 유지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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