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이 반영된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눈에 보이듯 펼쳐지는 동안, 악하더라도 철부지라도 원하는 바가 분명한 ‘여자‘ 주인공들이 시종일관 한치 앞도 짐작할 수 없게 이야기를 이끈다. 그 시절 ‘빨간머리 앤‘과 더불어 나의 최애 소설이였던 ‘작은 아씨들‘도 돌이켜보면 지극히 전형적이고 특징적인 인물들과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지. 과연!
페이스북에 올려주시는 글과 그림들에 빠져있는 ‘이미팬‘인지라 책 나온다는 소식이 어찌나 기껍던지.손에 잡자마자 놓을 수 없어 단숨에 한 권을 내리읽었다.훅 읽히는 짧은 글들은 곱씹어볼수록 아름답다.처음부터 마음을 뺏겼던, 선은 정갈한데 색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그림들은 또 어찌나 황홀한지.삶과 어머니와 인연에 대한 이야기들 중 도깨비, 홍옥, 똥과직선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고 최근 페북에서 보고 퍼오고 싶었던 추운소리들, 하염없다 도 책에서 보니 반갑다.
희극은 과장하고 부풀리고 반복하며 더욱 웃겨질 수 있지만 비극은 그 자체로 완결이지 싶다. ‘지하철도‘가 기발해도 코라의 이야기가 충격적이고 감동적이여도 이 책이 내게 줄 수 있는 건 역사적 사실, 그 비극 자체를 넘어설 순 없다.처음 아자리와 조지아 부분의 과감한 생략이 깊이 와닿았던 것도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싶었던 것도 그 때문일 듯.그런데 내가 이 역사적 비극 자체를 가까이 깨달았던 적이 있었나? 없었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고마운 책.
줌파 라히리의 글을 좋아하는 만큼 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공교롭게도 그 이유는 표지 때문 ㅋ나를 표현해 내는, 적당한 옷 고르기에 대한 불안과 중압감으로 시작되는 이 표지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짧지만 매우 와닿는다.사실상 표지 때문에 덥썩 집어드는 책도 있고 표지 때문에 장고하다 끝내 선택하지 않는 책도 있으니 표지란 얼마나 중요한 요소냔 말이지, 그런데 그 역할에 비해 주목받지는 못하던 걸 작가 자신의 소망과 불만과 엮어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그런데 참, 출판사랄까 편집에 아쉬운 게작가가 언급한 표지들을 뒤에 준비했다면 각주를 달아 언급해줬음 함께 볼 수 있어 좋았을 걸.그리고 표지에 대한 이 책의 표지는 왜, 어떻게 선택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면 좋았겠다. 줌파 라히리의 글은 좋은데 (마음산책의) 책을 사는 건 앞으로도 쭉 고민스러울 듯 -_-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