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눈의 고양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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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안주, 피리술사, 삼귀에 이은 미시마야 괴담 다섯번째 이야기.

3월말 부산에서 열린 북스피어 독자교정에 참여했을 때 ‘열어서는 안 되는 방‘을 먼저 읽을 수 있었는데.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져 한숨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리석고 약한 인간들의 간절한 소원 혹은 욕망이 얼마나 끝간데 없는지, 잔혹한 비극이 한 가족을 연이어 무너뜨리는 동안 숨쉬기가 어려웠다.
에도시리즈엔 미미여사님의 애정과 유머와 다정함이 넘쳤는데 이번엔 에도판 사회물인가 싶게 냉정하셨다.

그리고 책이 나온 후 야금야금 읽다가 남겨놨던 마지막 부분을 오늘 읽고 보니 1쇄 발행일로부터 딱 한 달 후네.

첫번째 이야기가 워낙 강렬했지만 두번째 ‘벙어리아씨‘도 만만찮게 묵직했다. 지금 시대에 보자면 이해도 가지 않는 비장한 충성심과 책임감의 값을 고작 열 살짜리 아이가 치룬 것도 마음 아렸지만. 그 아이가 재앙을 모으는 인형이 되어 그 원한과 슬픔을 없애겠다는, 세상을 지키는 자가 되겠다 다짐을 하는 건 더욱 안쓰러워서. 오래 기억해주고 싶다.

이번 책은 괴담보다 중요한 일이 미시마야에 진행되기 때문에 세번째부터는 괴담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첫번째, 두번째가 워낙 세기도 했고.

삼귀의 끝에 미시마야의 차남 도미지로가 등장해 뭔가 변화가 있겠구나 짐작은 했다. 그래도 정이 흠뻑 들어버린 미인 아가씨 오치카를 보내기가 영 서운키는 하다. 눈물 좀 찍어내며 앞날을 축복한다.
그나저나 작가님이 미시마야로 백물어 하신다니 독자는 그저 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뿐이다. 도미지로 도련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 무렵 모두가 착각하고 있었어. 서로를 의심하고, 무서워하거나 화를 냈지."
"그 착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요."
"응. 어리석은 일이야."
"모두가 어리석어지는 건 잇코쿠님을 가엾게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잇코쿠님을 생각하면 슬프기 때문이에요."

이 요괴야말로 와아의 그릇.
추해도 좋아. 무서워도 좋아.
이 요괴는 여러 지방을 돌면서 인형극을 공연할 때마다 지역 영웅호걸의 손에 퇴치당하겠지. 베이고, 산산조각나겠지.
와아는 그게 좋아. 극단과 함께 여행하면서, 그 지방의 재앙을 모으는 가타시로(음양사가 죄나 부정을 씻기 위해 냇물로 몸을 씻을 때나 불제 등에 사용했던 종이 인형)가 될 거야.
그리고 몇 번이나 퇴치될 거야. 기꺼이 부서질 거야. 그때마다 미움과 원망을 받고 사라져 가는 이 세상의 방해꾼, 악한 것들의 원한과 슬픔을 와아가 먹을 거야. 먹고 또 먹어서 깨끗하게 해 줄 거야. 그렇게 이 세상의 중생을 지키는 자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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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초이스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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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황하고 과시적인 세계관 없어도 이야기와 문장의 힘만으로 압도적인데! 나와 네가 보는 세계를 뒤집는 구성도 천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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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크루얼티
스콧 버그스트롬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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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웅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가.
그런데 남성 히어로에 비해 나이들이 어려지는 건 어쩔 수 없나 ㅋ
재미있게 읽었다.
시리즈로 나오겠군, 영화로 만들어지려고 작정하고 쓴 거 같은데? 정도의 느낌.
소녀에서 여인으로 자라는 주인공의 성별을 제외하면 전형적인 성장+스파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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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 미아&뭉크 시리즈
사무엘 비외르크 지음, 이은정 옮김 / 황소자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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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었다만 재미는 도통 없는 것이 왜 그런지 책을 덮고 깨달았다. 다시 보고 싶을만한 매력이 한 톨도 없어 주인공님들하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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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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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고 불길한 전화가 평온한 중산층을 흔드는 도입부가 참 좋았다.
갈등이 (무려) 부부간! 대화로 풀리고 좌절이 판타지처럼 극복되더라도 사토코네 이야기가 충분한 무게로 와닿았다.
히카루의 이야기로 흘러가니 이 이야기의 무게가 실은 그리 가볍지 않았음을 처참하게 깨닫게 되었다.
히카리의 그 어리석은 판단들, 더 어리석은 핑계들, 더더욱 어리석은 변명과 미움에 진저리가 났다. 인간이란 존재가 가진 얇은 밑바닥이 투명하게 비쳐 자기혐오에 허덕거리며 겨우 읽어냈다.
그래서 와락 안아주는 사토코와 제목이 다시금 너무나 판타지스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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