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수사대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86
하신하 지음, 조승연 그림 / 시공주니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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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아닌 우주 어딘가에 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을까? 그 생명체는 어떤 존재일까?

이런 질문과 상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 그래서 수많은 이야기와 영화들이 UFO와 외계인의 존재를 다루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놀랍도록 똑똑하면서도 우주의 광대함과 신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 것인지 아직까지도 외계 생명체에 대해 아무것도 밝히지 못했다.

나이가 드니 이제 이런 궁금증도 시들해지고 이런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나 영화도 잘 보지 않는다. 별별수사대라는 제목만 보고 이 동화를 읽게 됐다. 엉뚱하고 말썽많은 남자아이 준하의 1인칭 시점이라 코믹 느낌이어서 설마 외계인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주인공이 상상하는 이야기겠지? 했더니 천만에, 아주 새로운 방식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작가분이 외계인에 대해 평소 관심이 있어서 자료를 자주 접하시거나 관련된 작품들에 통달하셨거나 한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여러 내용들이 있었다. 51구역, 로즈웰 사건, 제1,2,3,4종 근접조우라든가 라(A)음의 파동이 우주와 잘 연결된다는 말을 듣고 준하가 라음을 길게 붙인 음악파일을 만들어서 접선을 시도한다든가 등등.^^ 이런게 신빙성 있는 내용이 아니고 어차피 상상이더라도 작가의 관심분야라는 느낌은 왠지 읽는 데 안정감을 주었다.

장래희망 발표 시간에 UFO 수사관이 되겠다고 발표한 준하, 외계인의 지구침공설을 믿는 태권소녀 호이, 둘은 의기투합하여 별별수사대를 모집하는 홍보문까지 붙이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 결국 둘이서 활동을 시작한다. 산으로 탐사를 갔다가 엄마한테 된통 혼나기도 하고.... 그러나 아이들은 괜한 짓을 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만나게 되었다. 외계인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 의외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워낙 코믹한데다(조승연 님의 그림도 한몫) 주변인물들로 이야기가 펼쳐지니 UFO와 외계인이 나오는데도 SF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외계인은 지구에 왜 왔는가? 지구에서 얻고자 하는게 무엇인가? 이것에 따라 이야기의 양상이 달라질 텐데 이 외계인 아이가 오게 된 이유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불시착이어서....(외계인도 애는 애다?ㅋ) 이야기는 큰 스케일로 확대되지 않고 아이들 선에서 조용히 끝날 수 있었다.^^

아이들과 세대차이를 느끼는건 이런 작품을 읽을 때다. 때로는 아이들과 같이 입맛을 짭짭 다시며 읽는 책도 있지만 이제 이런 작품에 크게 감흥을 느끼진 못한다. 다만 와~ 아이들은 되게 재밌게 읽겠다~ 라고 짐작하는 거다. 거기에다 잠자던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깨어나는 효과까지. 거기에다 주변인들을 곁눈질로 관찰하는 부작용까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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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소년 사계절 아동문고 93
양수근 지음, 국민지 그림 / 사계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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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토리다. 근데 소재 중에 거슬리는게 있다. 똥침이다.

찬들이는 아주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보험외판원을 하며 힘겹게 키운다. 엄마와는 애틋하지만 밖에서는 전형적인 말썽꾸러기다. 민수, 경우와 함께 말썽꾸러기 삼총사라고 할까. 그래, 아이들이 짖궂을 수도 있다. 짖궂은 아이들에게 보이는 속깊은 정. 그런거 다 좋다. 그렇지만 해서는 안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런 것을 민폐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 최악은 위험한 일이다. 본인한테가 아니라 남한테 위험한 일. 그걸 그냥 짖궂다고 퉁치면 절대 안 된다. 똥침이 얼마나 위험한지 의학적 근거를 들어 볼까? 스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이런 소재 하나가 작품을 망칠 수 있다. 디테일의 힘은 무서운 것이다. 그걸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손에 잡았으니까 끝까지 읽기는 했는데 똥침 레퍼토리가 꽤나 재미있는 듯 반복되다가 얄미운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똥침 가하기 + 비명 + 낄낄거림의 조합에서 이 책을 완전히 제껴버렸다. 독자들이 이런 걸 보고 같이 웃을 거라 생각했다니 모욕감이 느껴질 정도다.

다행히도 찬들이의 주변 사람들은 다들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었다. 약간 비현실적일 정도로. 착하고 사랑 깊은 엄마. 분별력 있는 선생님. 외로운 아이를 알아보고 친구가 돼 주신 경비아저씨. 그리고 앙숙이 되어 싸웠는데 자기 자식의 잘못을 먼저 보고 먼저 사과하신 나연이 부모님, 그리고 똥침을 당했던 관리소장까지도 나중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나연이도 나연이스런 방법으로 찬들이에게 손을 내민다.

이쯤 됐으면 우리의 주인공도 멋진 모습을 보여 줘야지? 관리소장에게 대들면서까지 폐지 할머니를 돕던 찬들이는 그 사실이 알려져 뉴스에까지 나오게 된다.(선의인 것은 맞지만 뉴스꺼리가 된다는 것은 좀 오버라 생각함) 나연이네의 사과를 받고 나자 스스로의 솔직하지 못함과 비겁함이 눈에 보였다. "못났다, 강찬들!" 이 말로 찬들이는 스스로를 꾸짖고 반성한다.

엄마가 늘 끌어안고 눈물짓던 노란상자를 열어본 찬들이는 거기서 '고등학생이 된 찬들이에게' 쓴 돌아가신 아빠의 편지를 읽는다. 이 부분이 제일 울컥하다. 아마도 이때 찬들이의 마음이 훌쩍 컸던 것 같다. 그리고 공개수업때 찬들이가 만들어 전시한 별자리 지도는 많은 칭찬을 받는다. 자신을 안드로메다에서 왔다고 생각하던 찬들이는 나연이에게 보낸 사과편지에서 이제 '지구별 소년'이 될 거라고 밝힌다. 이 책의 제목이다.

실제로 주변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외로운 한 아이를 격려하고 세워주는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잘 자라났으면 하는 작가의 마음에는 공감한다. 몇가지 거슬리는 것만 뺐으면 괜찮은 책이었을텐데, 거슬림이 너무 결정적이었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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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 2018년 제2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박상기 지음, 오영은 그림 / 비룡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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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흥미도 별 다섯 개일 것 같은 책을 발견했다. '체인지' 류의 이야기는 영화에 자주 나오는 소재인데, 이 책에서 그 소재를 사용했다. 새로운 점이 있다면 휴대폰 앱을 통해서라는 것?^^

몸이 바뀌는 두 사람은 모녀(마리와 엄마)다. 화자는 초등학교 5학년인 마리인데, 몸이 바뀌는 관계로 독자는 두 사람의 일상과 감정을 모두 엿보게 된다.

작가를 보며 동화를 읽다보면 초등학교 교사 작가분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가장 부럽다. 나도 20년 넘게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왔지만 뭔가 이야기가 샘솟아오르진 않는데^^) 이분들의 장점은 현장성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마리가 당하고 있는 따돌림과 괴롭힘이 절절하게 묘사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집단에는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이 있다. 존재감 수준을 넘어선 이런 지배욕은 정말 나쁘다.(나는 단언한다. 나쁘다고.) 남을 좌지우지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이런 종류의 인간들과 나는 되도록 상종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학생이면....? 피할 수 없는 일이기에 고통을 동반한다. 이런 아이들은 원톱을 지향하며 투톱을 용납하지 않는다. 필적할 존재가 나타나면 짓밟기 위한 획책을 하고, 고립시키고, 여의치 않으면 패를 나누어 대립한다. 그러다 상황이 뒤집어져 본인이 고립되기도 하고, 그렇게되면 요란한 피해자 코스프레로 교실을 들었다놨다 한다. 온 관심사가 여기에 집중되어 있어 주변을 의식하거나 배려하지 않으므로 관계된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피로는 상상을 초월한다.

마리네 반의 화영이가 바로 이런 아이다. 기세등등하여 그 앞에선 누구나 주눅들기 십상이다. 이럴 때 대다수의 아이들이 '무심한 선량함'을 발휘할 수 있는 성숙한 아이들이면 그 기세등등이 별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성숙함은 드문 경우고, 많은 아이들의 여왕벌의 시녀를 자처한다. 언젠가 수학여행을 가서 바베큐 시간이 있었는데 옆반의 여왕벌 아이는 연기 근처로도 오지 않고 멀찌감치에 고고히 앉아계셨고, 시녀들은 땀흘리며 고기를 구워 그녀의 입까지 한 점 한 점 부지런히 날랐다. 자칭 '우정'의 힘으로. 그 꼴을 보고 속이 뒤집힌 내가 "너는 왜 손하나 깜짝 안하고 입만 벌리냐." 했더니 아주 재수없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다가앉았고 시녀들이 내 눈치를 보며 뭐라 변명을 했다. 화영이도 이런 시녀들을 거느리고 있었고 시녀들은 화영이의 손과 발이 되어 먹잇감을 같이 괴롭혔다.

그 먹잇감이 바로 마리였다. 마리는 학교가 힘들다는 사인을 몇 번 엄마에게 보냈지만 바쁘고 피곤한 엄마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러던 중 마리가 화영이에게 골탕먹고 가장 상처받은 날, 바로 이 '체인지'가 일어났다.

마리는 엄마가 되어, 별거 아닌 줄 알았던 엄마의 일상이 무척 힘겹고 마음도 편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엄마노릇, 아내노릇, 직장, 시월드 모든 것이) 엄마는 엄마대로 학교에 가서 따돌림을 실감하고 딸의 괴로움과 자신의 무심했음에 눈물을 흘린다.

'자기 꿈 발표회' 공개수업에서 제빵사를 선택한 마리, 빵집에서 아침 오픈 알바를 하는 엄마, 땍땍거리는 빵집 사장님, 그녀의 딸이 알고보니 화영이 등등의 설정이 너무 잘 맞아 돌아가는게 약간 드라마스럽긴 했다. 마리-엄마까지만 맞았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의 결말은 마리네 가족관계의 회복 관점에서는 아주 흡족하지만 교실문제는 여전히 불안하다. 결말에 보니 화영이도 상처 많은 아이였다. 그래 물론 그러기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퉁칠 수는 없다. 정도의 차이가 크게 있지만 어쨌건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겠나. 물론 아이의 상처는 이해받아야 하지만 행동까지 덮을 수는 없다.

그에 대한 해법까지 이 책에 나오진 않았다. 그게 큰 불만은 아니다. 일종의 열린 결말이라고 치면, 아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으니까. 어딜 가나 일정 비율, 남을 괴롭게 하는 성정을 가진 이들이 있다. (어른들도 직장을 떠올려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ㅎ) 그래도 가장 접근하기 쉬운 해법은 '주변인들' 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인들의 성숙한 무심함(휩쓸리지 않음)이 필요하다. 올해 우리반은 정말 마법처럼 이게 되어서 모든 문제상황이 꼬이지 않고 해결되었다. 흔히 말하는 3의 법칙(선을 위한 연대), 긍정적 또래압력 등이 주변인들에 의해 가능해지면 해법이 나온다. 물론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이 책의 큰 장점은 가독성이라고 본다. 일단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어야 이야기도 가능하니까. 200쪽 정도 되지만 이 책을 중간에 놓는 아이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흥미있는 소재, 공감가는 내용에 새롭게 느낄 수 있는 감정까지 골고루 잘 갖춘 책이라고 생각한다. 5,6학년 학급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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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반쪽 미소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22
마이클 모퍼고 지음, 제마 오캘러핸 그림, 공경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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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을 가리고 읽었어도 작가를 알아맞혔을 것 같다. 마이클 모퍼고의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 듯한 책이었다.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이가 있고, 후대의 주인공은 그의 회상을 통해 그 아픔을 본다.

마이클이라는 소년과 외할아버지가 그 두 주인공이다. 크리스마스 때나 한번씩 방문하는 외할아버지는 아주 조심스럽고 불편한 손님일 수밖에 없다. 화상 흉터로 굳어진 얼굴이 흉하고 무섭기 때문이다. 딸인 엄마조차 똑바로 바라보질 못한다. 그리고 마이클에게도 예의에 어긋나니 똑바로 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마이클은 어쩌다보면 꼭 외할아버지와 눈을 마주치곤 했다.

할아버지는 바다를 벗삼아 작은 섬에 혼자 사신다. 방학때 외할아버지댁에 가서 머무르던 중 마이클은 누구도 묻지 않고 짐작만 하던 할아버지의 사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은 전쟁과 폭격의 아비규환, 그 안에서도 숭고했던 우정, 고통의 생존, 모든 것이 달라진 이후의 삶 등이 들어있는 이야기였다. 아내마저도 그의 얼굴을 힘들어 해 떠났으며 딸도 만나지 못하게 했다. 딸, 그러니까 마이클의 엄마는 성인이 되어서야 아버지를 찾았다.

60여쪽의 얇은 책이고 '저학년문고'라고 명시되어있기까지 하지만, 내가 볼때 저학년용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마이클 모퍼고가 쓴 수많은 전쟁이야기 중에서 그래도 가장 어린 아이들이 읽기 좋게 쓰여진 책인 것 같기도 하다.

전쟁의 비참함. 그리고 그것이 한 인간의 몸과 마음에 남긴 깊은 상처. 특히 화상으로 흉해진 얼굴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삶은 극심한 자괴감과 외로움을 동반했을 것이다. 꼭 전쟁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엔 남의 시선을 피하며 살아가는 이런 이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도 좋겠다. 이들의 일그러지고 굳어진 얼굴 밑에는 차마 꺼내지 못한 그들의 미소와 따뜻한 마음이 있다. 이 책의 외할아버지처럼 말이다. 그걸 알아봐 준 사람은 손자 마이클이었다. 할아버지는 외롭게 세상을 떠나는 길에 마이클에게 편지를 남겼다. "나를 똑바로 쳐다봐 줘서 고맙다."라고.ㅠ

그리고 할아버지는 "나를 바다에 묻으라고 해 다오."라고 하셨다. 부상당한 할아버지를 구명보트에 먼저 올리고 자신은 실종된 동료 짐.... 섬에서의 할아버지의 삶은 그와 함께하는 삶이었다. 할아버지는 죽어서도 그 동료애와 함께 하려 한다. 인간을 참 뭐라 단정할 수가 없는 것이, 가장 비참한 곳에 가장 숭고한 것이 있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장미꽃은 핀다. 인간의 잔인함을 논하려 하니 그 곁에 아름다움이 있다.

붉게 물든 바닷가를 배경으로 할아버지의 장례식은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삶이란 얼마나 무거운가를 느낀다.

이 짧은 동화 안에 희노애락과 삶의 무게를 담은 마이클 모퍼고에게 또한번 찬사를! 도입장면은 마이클이 자주 꾸는 악몽이었는데 강렬한 영화의 도입부같이 독자를 확 끌어들인다. 70이 훌쩍 넘은 이 노작가가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작품을 세상에 남겨 놓을지, 앞으로의 작품도 꾸준할지 변화를 꾀할지 기대된다.(아, 이 책은 국내 소개로는 최근작이지만 원작은 10년이 넘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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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끼리 해결하면 안 될까요 내일을여는어린이 10
박신식 지음, 김진희 그림 / 내일을여는책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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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에 <학폭위 열리는 날>이라는 동화를 읽고 그래 이제는 이런 동화가 나오는구나 하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에 나온 것도 아니고 2016년에 나온 책) 거기다 이 책까지 읽고 나니 정말 오죽했으면 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폭법은 정말 이대로는 안된다. 내가 아는 한 이 책이 제 2의 학폭위 동화라면 제3, 제4의 학폭위 동화도 계속 나올 것이다. 지금의 실상에서 변화가 없다면 말이다. 쓸 능력만 된다면 나도 쓰고 싶을 지경이니까. 그 정도로 현실은 답답하다.

작가의 이름을 다른 책에서도 봤는데 초등교사이신 줄은 몰랐다. 읽어보니 작가가 어떤 심정으로 쓰셨는지 알겠다. 작가는 자기 반에서 학폭을 겪어보셨든가, 학폭 담당교사를 해보셨든가, 아님 적어도 가까이에서 지켜보신 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교직경력이 20년이 넘었어도 애송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운이 좋아 아직도 '임자를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턱까지 가본 적은 있지만 그 전에 마무리가 되었다. 그정도의 경험도 내겐 다신 겪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정도인데,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갈수록 꼬이는 상황과 깊어가는 상처를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하는 자괴감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아득하기만 하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이 책의 내용에 학폭위가 열려 끝없는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어가는 과정이 묘사될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에서 그리는 과정은 '작은 다툼을 큰 문제로 만들지 않는 과정'이다.

4학년인 동해와 예나는 각각 학급의 남자회장과 여자회장으로 당선되었다. 그런데 둘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흐른다. 알고보니 2학년 때 심각한 갈등을 겪은 사이라고 한다. 2학년 선생님은 분반시 이 아이들이 같은 반이 되지 않도록 했는데 3학년 선생님은 이 사실을 몰라 4학년 때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둘은 사사건건 트집잡고 싸우고, 어느날은 공교롭게 서로 상처까지 내게 된다. 두 아이의 엄마들은 선후와 경중을 따지며 서로가 피해자라 주장하고, 자기 자식에게는 사과하면 가해자가 되는 것이니 절대 사과하지 말라고 단단히 이르고는 학교에 찾아와 학폭위를 열어달라 요구한다.

요구하면 당연히 열어주어야 하는 것이 학폭위다. 여기서 미적거리거나 중재를 시도했다가는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 책의 담임선생님은 그래도 차분히 설득하며 살얼음판 걷기를 자청했다. 학폭위의 절차와 진행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나도 해본 적 없어 새삼 이렇게 복잡했나 깨달음) 아이들에게 해결의 기회를 줄 것을 설득했다. "..... 하지만 이런 문제는 어느 한 쪽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기에 시간을 주어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다툼을 해결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원하신다면 그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벌게 된 시간과 기회. 선생님은 아이들과 '다툼화해서'를 작성하고 미션을 주며 과정을 지켜보고 확인한다. 그에 앞서 아이들에게 하신 이 말씀이 마음에 콕 박혔다. 너무나 공감이 가서다.
"살아가는 데는 요령이 필요해. 그중 하나가 작은 문제를 큰 문제로 만들지 않는 요령이라고 생각해."

많은 이들이 그놈의 자존심과 복수심 때문에 일을 키우고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에 올라탄다. 선생님의 저 말씀의 '요령'이라는 단어는 가벼운 말 같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상당히 중요한 삶의 태도다.

이어 나온 내용에서는 주변 친구들의 농담인듯 장난인듯 뼈있는듯 나누는 대화들 속에서 두 아이의 대립이 조금씩 해소된다. 이부분 상당히 중요하다. 말하자면 또래중재라 하겠다. 주변의 성숙한 또래의 존재는 문제해결의 열쇠가 되곤 한다. 학급에 소수의 미성숙한 아이들이 있어도 다수의 성숙한 아이들이 중심을 잡고 있으면 큰 문제로 번지지 않고 잘 해결되며 함께 성숙의 길로 나아간다. '긍정적 또래압력'이라 부를 수 있겠다. 단 이런 경우도 시간과 기회는 필요조건이다.

물론 절대 가볍게 보거나 한번의 사과로 퉁치거나 어설픈 화해로 덮을 수 없는 심각한 사안도 있다. 드물게는 정말 놀랄만한 악행을 저지르는 아이도 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학폭법은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학폭법은 인간 사이라면 당연히 있는 갈등에 대한 자정기능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혜를 모아 이것을 바른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이 책이 그 생각과 논의에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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