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소년 사계절 아동문고 93
양수근 지음, 국민지 그림 / 사계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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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토리다. 근데 소재 중에 거슬리는게 있다. 똥침이다.

찬들이는 아주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보험외판원을 하며 힘겹게 키운다. 엄마와는 애틋하지만 밖에서는 전형적인 말썽꾸러기다. 민수, 경우와 함께 말썽꾸러기 삼총사라고 할까. 그래, 아이들이 짖궂을 수도 있다. 짖궂은 아이들에게 보이는 속깊은 정. 그런거 다 좋다. 그렇지만 해서는 안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런 것을 민폐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 최악은 위험한 일이다. 본인한테가 아니라 남한테 위험한 일. 그걸 그냥 짖궂다고 퉁치면 절대 안 된다. 똥침이 얼마나 위험한지 의학적 근거를 들어 볼까? 스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이런 소재 하나가 작품을 망칠 수 있다. 디테일의 힘은 무서운 것이다. 그걸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손에 잡았으니까 끝까지 읽기는 했는데 똥침 레퍼토리가 꽤나 재미있는 듯 반복되다가 얄미운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똥침 가하기 + 비명 + 낄낄거림의 조합에서 이 책을 완전히 제껴버렸다. 독자들이 이런 걸 보고 같이 웃을 거라 생각했다니 모욕감이 느껴질 정도다.

다행히도 찬들이의 주변 사람들은 다들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었다. 약간 비현실적일 정도로. 착하고 사랑 깊은 엄마. 분별력 있는 선생님. 외로운 아이를 알아보고 친구가 돼 주신 경비아저씨. 그리고 앙숙이 되어 싸웠는데 자기 자식의 잘못을 먼저 보고 먼저 사과하신 나연이 부모님, 그리고 똥침을 당했던 관리소장까지도 나중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나연이도 나연이스런 방법으로 찬들이에게 손을 내민다.

이쯤 됐으면 우리의 주인공도 멋진 모습을 보여 줘야지? 관리소장에게 대들면서까지 폐지 할머니를 돕던 찬들이는 그 사실이 알려져 뉴스에까지 나오게 된다.(선의인 것은 맞지만 뉴스꺼리가 된다는 것은 좀 오버라 생각함) 나연이네의 사과를 받고 나자 스스로의 솔직하지 못함과 비겁함이 눈에 보였다. "못났다, 강찬들!" 이 말로 찬들이는 스스로를 꾸짖고 반성한다.

엄마가 늘 끌어안고 눈물짓던 노란상자를 열어본 찬들이는 거기서 '고등학생이 된 찬들이에게' 쓴 돌아가신 아빠의 편지를 읽는다. 이 부분이 제일 울컥하다. 아마도 이때 찬들이의 마음이 훌쩍 컸던 것 같다. 그리고 공개수업때 찬들이가 만들어 전시한 별자리 지도는 많은 칭찬을 받는다. 자신을 안드로메다에서 왔다고 생각하던 찬들이는 나연이에게 보낸 사과편지에서 이제 '지구별 소년'이 될 거라고 밝힌다. 이 책의 제목이다.

실제로 주변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외로운 한 아이를 격려하고 세워주는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잘 자라났으면 하는 작가의 마음에는 공감한다. 몇가지 거슬리는 것만 뺐으면 괜찮은 책이었을텐데, 거슬림이 너무 결정적이었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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