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반쪽 미소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22
마이클 모퍼고 지음, 제마 오캘러핸 그림, 공경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작가 이름을 가리고 읽었어도 작가를 알아맞혔을 것 같다. 마이클 모퍼고의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 듯한 책이었다.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이가 있고, 후대의 주인공은 그의 회상을 통해 그 아픔을 본다.

마이클이라는 소년과 외할아버지가 그 두 주인공이다. 크리스마스 때나 한번씩 방문하는 외할아버지는 아주 조심스럽고 불편한 손님일 수밖에 없다. 화상 흉터로 굳어진 얼굴이 흉하고 무섭기 때문이다. 딸인 엄마조차 똑바로 바라보질 못한다. 그리고 마이클에게도 예의에 어긋나니 똑바로 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마이클은 어쩌다보면 꼭 외할아버지와 눈을 마주치곤 했다.

할아버지는 바다를 벗삼아 작은 섬에 혼자 사신다. 방학때 외할아버지댁에 가서 머무르던 중 마이클은 누구도 묻지 않고 짐작만 하던 할아버지의 사고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은 전쟁과 폭격의 아비규환, 그 안에서도 숭고했던 우정, 고통의 생존, 모든 것이 달라진 이후의 삶 등이 들어있는 이야기였다. 아내마저도 그의 얼굴을 힘들어 해 떠났으며 딸도 만나지 못하게 했다. 딸, 그러니까 마이클의 엄마는 성인이 되어서야 아버지를 찾았다.

60여쪽의 얇은 책이고 '저학년문고'라고 명시되어있기까지 하지만, 내가 볼때 저학년용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마이클 모퍼고가 쓴 수많은 전쟁이야기 중에서 그래도 가장 어린 아이들이 읽기 좋게 쓰여진 책인 것 같기도 하다.

전쟁의 비참함. 그리고 그것이 한 인간의 몸과 마음에 남긴 깊은 상처. 특히 화상으로 흉해진 얼굴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 삶은 극심한 자괴감과 외로움을 동반했을 것이다. 꼭 전쟁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엔 남의 시선을 피하며 살아가는 이런 이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도 좋겠다. 이들의 일그러지고 굳어진 얼굴 밑에는 차마 꺼내지 못한 그들의 미소와 따뜻한 마음이 있다. 이 책의 외할아버지처럼 말이다. 그걸 알아봐 준 사람은 손자 마이클이었다. 할아버지는 외롭게 세상을 떠나는 길에 마이클에게 편지를 남겼다. "나를 똑바로 쳐다봐 줘서 고맙다."라고.ㅠ

그리고 할아버지는 "나를 바다에 묻으라고 해 다오."라고 하셨다. 부상당한 할아버지를 구명보트에 먼저 올리고 자신은 실종된 동료 짐.... 섬에서의 할아버지의 삶은 그와 함께하는 삶이었다. 할아버지는 죽어서도 그 동료애와 함께 하려 한다. 인간을 참 뭐라 단정할 수가 없는 것이, 가장 비참한 곳에 가장 숭고한 것이 있다. 쓰레기더미 속에서 장미꽃은 핀다. 인간의 잔인함을 논하려 하니 그 곁에 아름다움이 있다.

붉게 물든 바닷가를 배경으로 할아버지의 장례식은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삶이란 얼마나 무거운가를 느낀다.

이 짧은 동화 안에 희노애락과 삶의 무게를 담은 마이클 모퍼고에게 또한번 찬사를! 도입장면은 마이클이 자주 꾸는 악몽이었는데 강렬한 영화의 도입부같이 독자를 확 끌어들인다. 70이 훌쩍 넘은 이 노작가가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작품을 세상에 남겨 놓을지, 앞으로의 작품도 꾸준할지 변화를 꾀할지 기대된다.(아, 이 책은 국내 소개로는 최근작이지만 원작은 10년이 넘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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