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들 - 2021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2021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프랑스 아동청소년문학상 앵코륍티블 상 수상 바람청소년문고 11
클레망틴 보베 지음, 손윤지 옮김 / 천개의바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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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멋지고 유쾌한 그림의 500pcs 퍼즐이 한조각의 빈틈도 없이 딱 맞아떨어진 느낌이다. 맞추는 동안도 지루하지 않고 내내 흥미진진했다.

돼지들. 이 책의 제목인 '돼지들'은 3명의 청소년기 여성이다. 같은 학교 학생들이 sns에서 투표로 뽑은 '올해의 돼지'에서 금은동을 차지했다. 프랑스는 우리나라보다 인권의식이 더 앞서있을 것 같은데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좀 의아하다. 우리는 이 비슷한 일만 있어도 학폭위가 열릴텐데? 선생님이 "인터넷에서 일어난 일이라 학교에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니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문학작품은 다큐가 아니니 이정도 의문은 넘어가자.

세상은 미의 기준을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사정없이 몰아세운다. 나도 그 '미의 기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외모로 덕을 본 적은 일평생 없었던 것 같다.ㅋㅋ 다만 뚱뚱하진 않았어서 그런 종류의 비하를 받은 적은 없는데, 확찐자의 시대에 나 또한 예외가 아닌지라 외모는 갈수록 나의 핸디캡이 되어가고 있는 중? 그래봤자 예뻐보이고 싶다는 욕구가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므로 달라질 건 없을 것이다.ㅎㅎ

이 정도면 다행인 거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냥저냥 '내가 평균이야." 이런 정신승리로 살아가면 편한데, 내가 보기엔 충분히 예쁜데도 남들이 만들어놓은 편협한 기준에 자신을 끼워넣고 자신의 자원을 낭비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이 책을 보라!! 당신들보다 백배천배는 멋진 '돼지들'이 있으니!

이 책의 화자이자 돼지들의 대표격인 미레유는 엄마가 싱글맘으로 낳은 아이다.(지금은 새아빠가 있음) "그러게, 누가 못생긴 남자랑 자래요?" 이런 식으로 말도 거침이 없고 은근히 유머도 뛰어나며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 넘 맘에 든다. 하지만... 모르겠다. 이 아이를 현실에서 만났을 때 이렇게 매력적으로 느낄지는. 어떻게보면 나도 이 대회를 만든 말로 류의 찌질남들과 같은 시각을 갖고 있을지도.

초월한 듯 호탕하게 말하지만 완벽하게 괜찮을 수는 없을 터. 자신을 찾아온 아스트리드를 만나 마음을 나눈 미레유는 나머지 한명인 하키마까지 찾아간다. 셋은 완전체로 만나게 된 것. 게다가 미레유는 아주 특별한 한 사람을 더 만난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눈부신 남자. 하키마의 오빠인 그는 전장에서 부하들을 이끌고 작전에 투입되었다가 유일하게 생존했으며 두 다리를 잃었다. (미레유는 그를 '선샤인'이라 칭한다) 여기서부터 기가 막힌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얼마 후 파리에서 열릴 엘리제 궁의 가든파티를 찾아갈 이유가 모두에게 생겨버린 것이다. 이들이 만나야 할 사람이 여기에 다 모인다니! 각자가 만나야 할 사람들은 이렇다.

• 미레유 : 친아빠. 그는 미레유의 존재를 모른다. 그리고 그가 지금 어떤 신분인지 안다면 누구나 놀랄 것이다.
• 아스트리드 : 프랑스 최고의 록밴드 엥도신. (난 처음 듣는데 검색해보니 실존 그룹이다. 한 곡 다운받아 들어봤는데 내취향은 아닌듯했다.^^;;)
• 하키마 남매 : 선샤인을 사지로 내몬 사신 장군

이렇게 각자의, 그리고 공통의 목표로 의기투합된 이들은 파리를 향한 머나먼 여정을 준비한다. 이동수단은 자전거! (선샤인은 휠체어) 그리고 세 대의 자전거 뒤에는 푸드트럭을 달고! 약 일주일 걸리는 험난한 길을 그들은 출발한다. 이 이벤트성 여정은 눈에 띄었고, 화제가 되었고, 실시간 보도가 되었고, 많은 이들이 그들을 기다리기까지 했다. 끝까지 비밀에 붙여진 것은 그들의 여행 목적. 과연, 그들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졌을까? 그들은 목적을 달성했을까? 그들은 최초의 목표를 끝까지 고수했을까?

화자인 미레유의 입담은 거침이 없다. 이 책 재미의 절반은 그녀가 담당한다. 그녀의 입담=작가의 필력이다. 번역되었음에도 느껴지는 생생한 유머.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다. 앗 그러고보니 번역자도 실력자이신 것 같다.

미레유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에서든 찌질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핑계 대지 말자고. 눈을 깔고 파고만 들어가지 말고 고개를 들자고. 그리고 함께 하자고. 당당한 표출과 함께 적당한 관용과 내면의 성찰도 필요하다고.

초등에게는 6학년이라도 권해주기는 좀 어렵겠고,(아쉽) 중2 이상이면 재미를 만끽하며 함께 읽기 좋겠다. 아주 건강미가 넘치는 책. 응원심이 샘솟는 책, 함께 페달을 돌리고 싶어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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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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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소재에 대하여,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쓸 수 없을 것 같은 글을 만나면 설렘이 뽀골뽀골 올라오는게 느껴진다. 이 책의 시작이 그랬다. 올라오던 그 설렘은 퍼져나가 전체를 휘감았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새로움이었다.

스포츠를 다룬 동화들은 꽤 많다. 내가 읽은 바로는 야구가 제일 많았던 것 같고, 축구도 꽤 있고, 농구나 육상 등등도 본 적이 있다. 이 책은 수영. 수영은 처음 본다. 수영이란 운동은 구기종목처럼 다채롭진 않잖아? 어떻게 수영으로 장편동화가 될지, 궁금했다. 아 그런데 정말 내가 본 어떤 스포츠 동화보다도 감각적이었다. 가장 안타까운건 나에게 그런 경험이 없는 것. 나는 세숫대야에 얼굴도 담그지 못한다고. 엉엉...ㅠ 이 책의 감각들을 정말 몸으로 느껴보고 싶은데 이생망이라고 하겠다.^^;;;

처음보는 작가이신데, 이분은 왕년에 수영선수였을까? 아니면 수영이 취미? 수영종목의 광팬? 아니면 자녀가 수영 유망주? 이런 상상을 해볼 정도로 이 책은 실감났다. 위의 예상이 모두 빗나갔고 '그냥 쓴 거'라면 헐~ 너무해.ㅎㅎㅎ

한강초등학교 수영부 선수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엘리트 체육과 운동부 운영에 대해서 좋은 소리를 못들어본거 같은데 이 책에 나온 모습들은 꽤 보기 좋았다. 코치님도 친절, 성실하신 좋은 분이고 아이들 간의 관계도 아주 훈훈하다. 각기 개성과 장점이 있으면서 시기하지 않고 서로의 방법대로 서로를 격려한다. 그중 대표 주인공은 수영부 에이스 강나루. 선수출신 부모님을 둔 나루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런 나루가... 얼마전부터 등장한 다크호스 푸른초등학교의 김초희한테 1등을 한번 넘겨준 뒤로는 속절없이 밀리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중심인 나루에게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일들. 복잡한 심경을 안고도 일단은 걸음을 포기하지 않는 나루는 여전히 수영실의 자물쇠를 스스로 열고 아침운동을 계속한다. 답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이 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나루가 그 또래 아이들이 갖고 있지 않은 대단한 특별함을 갖춘 건 아니다. 나루도 물살을 가를 때만 빼고는 평범한 6학년 소녀일 뿐이다.

수영부 주장 지승남과는 여섯 살때부터 함께 수영을 한 사이고 이웃사촌이며 온가족이 함께 어울리는 사이다. 항간에 커플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하는 이들은, 이제 친구에서 사귀는 사이로 넘어갈 것인가?

아마추어 수영대회 입상전력이 있는 태양이는 선수들의 세상을 맛보고 싶어하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학교에 전학왔다.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수영부 입단에 성공! 태양이의 눈과 마음에 꽉 차버린 나루. 둘은 친구가 될까? 아님 다른 그 무엇이 될까?

나루의 롤모델인 언니 버들이. 수영자매였던 그녀들 중 언니가 먼저 우수한 성과를 내며 체육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잠시 부진을 겪던 언니는 바로 다이빙으로 전향해 버렸다. 대회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기도 하면서 한발짝씩 나가는 언니. 언니는 사소한 성취에도 기뻐하는데 그런 언니를 보는 나루의 마음은 복잡하다.

삽시간에 나루를 추월하고는 선두자리를 절대 내주지 않는 초희. 새로운 여왕 같은 초희는 사적인 마주침에서도 언제나 쾌활한데 나루는 저절로 조여드는 긴장감을 조절하기 힘들다. 어느날 같은 샤워실을 쓰게 된 나루는 초희의 수영복을 집어들었다가 얼떨결에 자기 가방에 넣어버리게 되고 초희쪽은 난리가 나는데, 반듯하게 살아온 나루는 이 대참사를 어떻게 처리할까? 나루는 자신 앞에 떳떳한 사람으로 다시 돌아올수 있을까?

사람들마다 자신의 길을 간다. 여러 길 중엔 남보기에 참으로 이해 안되는 길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서 고생하고 눈에 보이는 열매는 없는 길이라 하겠다. 하지만 어떤 길이든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면 응원받을 자격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나 남을 파괴하는 길이 아니라면 말이다. 인내심이 부족한 내게 스포츠 선수의 길은 너무 보장없고 괴롭고 확률 낮은 길로 보인다. 하지만 남의 길을 그런 잣대로 재지 말 일이다. 이제 나의 자식들보다도 어린 주인공들의 진정성을 보면서 난 그걸 느꼈다. 그들이 고된 인내의 달콤한 열매를 따먹든, 그렇지 못하든 그들이 지나갈 모든 과정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것임을. 나루도 나처럼 그것을 깨달았을까.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코로나 시대의 아이들을 본다. 어떤 선생님 표현대로 강건너에 밥상을 차리는 심정으로 수업을 만들어 올린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고 하는데 그 진심에 응답하는 일부의 아이들이 있다. 그들 또한 진정성을 보여준다. 일부지만, 이 동력으로 힘든 시간들이 굴러간다. 그게 없었다면 모든 것은 마른 먼지처럼 퍼석하게 흩어져버렸을 것이다. 나루와 친구들을 보며 나자빠지지 않고 버티는 우리 아이들이 생각났다. 대충 해서 올려도 출석은 되는데 정성껏 해서 올리며 늦게 하교하는 (우리반은 학습시작과 끝시간에 단톡에 등하교 신고를 한다)아이들. 첫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한번 더 할 수 있게 시간을 더 주실 수 있냐고 문자를 보내오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한테서 나루를, 태양이를, 승남이를 본다.

이 책으로 서평이벤트를 열어볼까 하는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원하면 빌려주되 서평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다. 위에 우리반 아이들을 꽤 미화했는데, 그건 극히 일부인데다 그 아이들조차 책은 썩 좋아하지 않아서 아마도 무안한 제안에 그치게 될 수도 있다.ㅎㅎ 그리고 다른 내용은 다 가라앉고 러브라인만 동동 떠올라와 보일수도...ㅋㅋ 방학전에 학년도서로 확보되어있는 진형민 작가의 <사랑이 훅!>을 배부하고 읽게 했었는데, "선생님은 왜 자꾸 이런 책을 읽으라는거지?" 할지도 모르겠다.^^;;;

표지에는 5번 레인에서 홀로 전진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담았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5번 레인의 역주. 아름다운 역주를 응원한다. 아이들아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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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소리 생각하는 분홍고래 18
젬마 시르벤트 지음, 루시아 코보 그림, 김정하 옮김 / 분홍고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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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리에 좀 예민한 편이다.
큰소리에 잘 놀라고, 소음에 짜증을 낸다.
이런 내가 선생이 되었으니, 직업선택을 잘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대대로 우리반은 어느반 못지않게 시끄럽다는 슬픈 현실.ㅎㅎ
퇴근하고 집에 가면 TV 볼륨부터 줄인다.
"조용히 좀 살자."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정말 완벽한 침묵을 추구하냐면 그렇진 않다.
일단 출퇴근 때 귀에 이어폰을 꽂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뭐든 그때그때 꽂히는 음악을 듣는다. 젊을 때는 클래식을 들었는데 요즘은 거의 가요지만, 조금씩 다른 것도 듣는다.
귀의 쾌락(?)을 추구한다고 표현해도 될까? 지금은 좀 아득하게 멀어졌지만, 젊을 때 클래식을 듣던 시절에 '가장 감미로운 감각은 청각이구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어디서 어떤 곡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데, 하여간 그런 생각을 했다는 기억은 난다.

이 책은 그런 감미로운 청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판형이 크면 책장에 꽂기 힘든 경우가 많아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이 책은 판형이 커서 만족스럽다. 그림이 너무 좋아서다.

배경은 바닷가와 숲속, 두군데다. 소피아네 집은 바닷가고, 외갓집이 숲 근처다. 두 배경이 큰 화면 가득 펼쳐질 때 정말 느낌이 좋다. 그리고, 은은하게 느껴진다. 자연의 소리가.

자연의 소리는 소음이 되지 않는다. 그거 참 신기하지 않은가? 소음이 지속되면 사람은 견디기 어렵고 심하면 멘탈이 파괴된다. 층간소음으로 일어나는 불상사가 그걸 말해준다. 그런데 자연의 소리는 하루 종일 지속되어도 괜찮다. 빗소리에 미치고 환장하는 사람은 없다. 바람소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적당한 볼륨의 자연의 소리는 음악처럼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장면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림에서 들려지는 소리. 신기한 경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첫 배경인 바닷가는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일렁임이 리듬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숲 속 풍경 속에선 더 다양한 소리들이 들린다. 여기선 각 소리들을 의성어로 표현했고 글씨 크기와 배열에도 변화를 주어서 좀 더 실감나게 느껴지도록 했다. 의성어 수업을 할때 활용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밤의 숲은 실제로는 좀 무섭다. 어둠이 삼킨 색과 형태는 빛을 머금었을 때와는 달리 무섭게 느껴진다. 반면 소리는 더욱더 섬세하게 살아난다. 한두 가지가 아닌 다양한 소리들이 귀를 가득 채운다. '숲의 교향악'이라 할까? 본문에서도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비유를 했다. 그리고 색채 면에서도, 분명 채도가 낮은 어두운 녹,청,갈색이 사용되었는데도 무섭지는 않고 따뜻함과 포근함이 느껴진다.

마지막 뒷면지에 QR코드를 따라가면 연주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보다가 음악으로 마무리하는 그림책 독서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아주 좋은 느낌을 선사한 책이었다. 새삼 그림책의 넓은 영역과 힘에 감탄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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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동의 비밀 창비아동문고 310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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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지만 이 책이 단순히 무섭기만 한 책은 아니다. 괴기스러운 공포가 아니라 생활의 공포? 현실적인 무서움이라고 하겠다. 추리동화라고 할 수 있지만 명탐정의 대활약 같은 건 없다. 마을의 다양한 인물들, 과거부터 이어져온 그들의 사연들, 그들이 엮어가는 다양한 사건들. 이들이 모여 긴장감있는 추리장편을 만들어냈다. 프로 이야기꾼 이현 작가님의 작품임을 다시 상기하게 되는 책.

정효가 이사오면서 이 마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서울시 마포구 영미산로. 구 주소로는 연동동. 아파트보다는 주택과 빌라들로 구성되어 토박이들도 많고 이웃과의 교류도 꽤 남아있는 동네다. 5학년 정효는 할머니댁으로 혼자 이사왔다. 아빠는 어릴 때 돌아가시고 엄마랑 단둘이 살던 중 엄마가 해외근무를 나가게 되었는데 정효는 남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교류도 없었던 친할머니와 함께 살기를 선택한 것은 할머니네 3층집이 맘에 들었던 탓도 있다. 아빠 어릴때 지어졌다는 그 집은 1층에 할머니의 미용실이 있고 다양한 입주자들이 함께 산다.

할머니네서의 첫날 밤, 잠이 안 와 나와 본 3층 테라스에서 정효는 사건을 목격한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1. 방화 사건. 누군가 한밤중에 화염병을 주차된 자동차 밑에 던져넣어 불이 났다.
2. 진돗개 습격 사건. 이웃집 진돗개가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머리가 피투성이 되도록 부상을 입었다.
3. 정효네 반 단톡방 왕따 사건. 그걸 누군가 담임선생님께 밀고(?)했는데 반 아이들은 그 아이를 배신자라 규정하고 찾아내려 애쓴다.
4. 해외입양되었던 분이 3층집의 새로운 입주민이 되어 희미한 사진 속의 친어머니를 찾는다.
5. 정효 할머니 친구분 실종 사건. 50년 만에 실체를 드러내는.... 아,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혹한 일은 많다. 몰라서 그렇지 옛날엔 더 많았는지도.
6. 자전거 절도 사건. 할머니집 창고에 들어있던, 정효가 기대하던 아빠의 자전거가 사라졌다. 누가 가져간 건가?

이런 모든 사건들이 주변 인물들과 함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조금씩 조금씩 실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빠가 돌아가시던 날의 이야기까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 구조를 가져서 남을 괴롭히는 사람도 있고, 추락해가는 자존감에 몸부림치다 거짓말과 범죄로 인생을 망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인간들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가엾은 인생도 있다. 이런 측면을 보게 되면 세상은 태어나지 않는게 복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만 사는 것이 아니기에 세상엔 아직 희망이 있는 것 아닐까. 연동동 사람들, 명탐정도 없고 영웅도 없고, 부끄러운 과거나 현재의 약점도 다 가진 사람들이지만 손내밀고 잡고, 함께 겪어나가는 과정에 무서움이 점점 밀려오다 와락 달려들다 조금씩 밀려나는 느낌이 든다.

정효를 비롯한 학급 친구들, 할머니 3층집에 사는 사람들, 이웃 빌라 주민들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설정에도 공을 들인 느낌이 든다. 전형적인 인물도 없지만 과하게 튀는 인물도 없이. 어쩌면 엄마와 떨어져 이 모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멘탈이 나가지 않고 성장해가는 정효가 가장 비현실적인 인물인지도?ㅎㅎ

세상은 공포영화일 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총집합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긴박하게 읽으며 온실 속 밖을 좀 내다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리고 적당한 오지랖을 가지면 그 밖도 꽤 살 만하다는 것도.

참 많은 사건과 인물들을 창조하고 빈틈없이 엮으신 작가의 수고에 박수를. 탐정없는 추리동화는 더욱 쓰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모두가 탐정이고 모두가 용의자인 이야기. 추리동화에 한 획을 긋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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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맨 북극곰 그래픽노블 시리즈 2
박서영 지음, 이루리볼로냐워크숍 기획 / 북극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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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에서 다른 책을 사다가 이 책이 떠서 눌러보고는 바로 충동구매를 해버렸다. 도착한 책을 휘리릭 넘겨 읽고는 당황하고 말았다.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

나이 탓도 있지만, 내가 원래부터 시각 이해력이 좀 떨어진다. 그래서 난 글자없는 책이 좀 그렇다.... 딸래미를 불러앉혀 놓고 "이게 뭐래는 거냐? 그래서, 이게 그렇다는 뜻이야?" 이러면서 두번째 읽으니 좀 알 것 같다. 아니 사실은 아는지 모르는지 잘 모르겠다.^^;;;;;

아이가 길을 가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빠뜨렸다. 아이는 깨진 액정을 상상하며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폰을 집어든다. 뒤집어본 폰의 액정은?! 다행히도 무사하다. 그런데 이어서 들어간 화장실 거울에서, 아이는 기절초풍할 듯이 놀란다. 깨진 것은 액정이 아니라 자신의 얼굴이었다! 여기에서 제목의 의미를 알것 같다. 스마트맨.

뛰쳐나온 스마트맨은 달린다. 달리다 발길에 뭔가 채인다. 그것은 스마트맨에게 욕지거리와 비명을 쏟아낸다. 스마트맨은 그걸 집어 삼키고 또 달린다. 병원의 자동문에 들어선 스마트맨의 얼굴에서 뭔가가 후두두둑 떨어진다. 스마트맨은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눈코입이 뻥 뚫린 유령 같은 모습이 거기에 있다. 그리고 들리는 소리, 다가오는 소리, 점점 커지는 소리.....

.........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난 아이는 그 소리가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인 것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근데 어째? 소풍 날인데 늦었어!! 우다다다 뛰다보니 그놈이 폰이 주머니에서 또 빠진 거지. 허억.... 이번에도 액정이....??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걸어간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스마트기기에 매여 사는 현대인들에 대한 우려와 경고는 계속 있어왔다. 특히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에 대한. 그런데 그게 그들에게 먹힐 리가 없다. 아예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허억, 안돼~~ 엥? 오우, 아하... 하면서 단숨에 끝까지 읽을 것 같다. 딸이 말했다. "엄마, 이 책, 애들은 그냥 읽을거야. 걱정 마. 우리처럼 이게 뭔 뜻이지? 안 따져. 걔네들은 바로 읽어.ㅎㅎ"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스마트맨의 문제가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일까? 아날로그 중의 아날로그이며 신문명에 뒤처진다고 자처하는 나도 스마트폰을 거의 손에서 놓지 않는다. 폰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길 교통카드를 찍고, 날씨를 보고, 톡으로 지인들과 소통하고, sns로 좀 모르는 사람들과도 소통하고, 정보를 검색하고, 뱅킹도 하고, 쇼핑도 하고, 음악도 듣는다. 자려고 누워서 잠이 바로 안오면 유튜브로 이것저것 보다가 폰을 안고 잠든다. 한 몸이 되는 경지? 바로 스마트맨이라 하겠다.

작가는 굵고 단순한 선에 채색도 거의 하지 않은 그림으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처음 접하는 젊은 작가의 상상력과 주제를 형상화하는 표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책도 샀는데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네. 영상으로 읽어주면 저작권에 걸리겠지? 그것도 그렇지만 읽어주고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스마트폰 없으면 원격수업도 못하는데. 매일 단톡으로 잔소리하고 앱으로 알림장 보내는데. 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ㅠ

세상이 스마트맨이 되라 강요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룰루랄라 걸어가는 마지막 장의 아이가 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 뛰어놀고, 노래부르고, 둘러앉아 함께 그림책을 보고, 함께 악기를 연주하고, 일단 그런 거라도 빨리 하게 되면 좋겠어. 그이상 생각은 그 다음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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